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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승객 안전보다 국토부 장관 업적이 중요한가
입력 : 2022-12-14 오전 6:00:00
지난 9월 26일 국토부는 원희룡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민·관 대표단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총회에 참석해 ICAO 이사국 8연임 달성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다음 달인 10월 5일엔 8연임에 성공하면서 한국의 위상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대대적으로 국토부와 장관의 업적을 알렸다.
 
1947년에 설립된 ICAO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함께 항공업계를 이끄는 양대기구이다. 3년마다 총회를 열고 이사국을 선출하는데 여기에 한국이 8연임에 성공한 것이다. 이사국이 되면 국가 간 항공 분쟁을 중재하고 국제표준 채택 등 항공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데 국토부가 내세운 ICAO 8연임 성공 발판인 한국의 위상과 비교해 국적 항공사 어느 곳에도 운항승무원(기장·부기장)의 피로관리 제도를 체계화한 곳은 없다. 이러한 시스템은 국토부가 도입해 국적항공사에 권고하는 식이어서 국토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컨대 운항승무원이 낮에 비행했을 때와 밤에 비행했을 때를 뇌파 측정해 피로도를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얼마간 휴식이 주어져야 한다는 체계적인 피로관리 시스템이 국내에는 없다.
 
항공사업법 시행규칙에는 운항승무원이 연속 24시간 동안 최대 근무할 수 있는 비행시간만 나와있을 뿐, 피로도를 수치화한 시스템은 없다. 이러한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휴식 제도도 체계적이지 않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몇몇 국가들의 경우 운항승무원의 피로제도가 체계화돼 있다.
 
한 기장은 “낮에 10시간 비행하는 것과 밤에 10시간 비행이 수치적으로 같을지 몰라도 사람이 낮에 일하는 사이클에 적응되어 있기 때문에 밤에 10시간 비행에는 피로가 더 쌓인다”며 “국내는 선진국과 비교해 운항승무원 피로 관리가 체계적이지 않다”고 했다.
 
기장의 피로도 측정을 체계화해야 하는 것은 운항승무원의 피로도가 승객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영화 <설리:허드슨강의 기적>은 비행하던 여객기의 엔진 하나가 꺼지면서 기장이 수 십초 안에 승객을 살리는 길을 판단하는 장면이 나온다. 설렌버거 기장의 실화 바탕으로 그려진 이 영화에서 설렌버거 기장은 허드슨 강에 비정상 착륙하는 판단을 208초 내에 했다. 강에 비정상 착륙했고, 믿기지 않지만 155명 승객 전원과 승무원 모두 살았다.
 
기장은 긴급 상황에서 수초에서 수 십초 안에 정확하고도 빠른 판단으로 승객을 살려야 한다. 정확한 판단이 내려지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되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게 피로관리 제도다.
 
국토부 장관이 국민에게 한국의 위상을 들어보였다고 내세우는 것보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들의 피로관리 시스템이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살피고 이를 도입하는 게 국토부와 장관 업적보다 중요한 일이다.
 
오세은 산업1부 기자 
오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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