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국회가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선출안을 16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 2006년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지명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임명동의안 표류 3개월만에 임명철회된 데 이어 또다시 헌법재판소 구성이 늦춰지면서 국회가 헌법상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 후보자에 대한 이번 표결은 지난 6월28일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이후 약 3개월만이다.
한나라당은 조 후보자의 대북관 등을 문제 삼아 표결처리를 미뤘고, 민주당 역시 권고적 당론으로 조 후보자에 대한 선출안 표결을 밀어부쳤지만 양승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과 동시 처리하자는 주장을 고수하면서 사법부 수장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까지 늦춰진 상태다.
그러는 동안 헌법재판소는 조 후보자의 전임자인 조대현 재판관이 지난 7월 퇴임한 뒤 8인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헌법은 헌법재판소를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도록 정하고 있다. 재판관 1명이 없다고 심리나 선고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헌법이 예정한 헌재의 합의제가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정태호 교수(헌법)는 "이번 일은 결론적으로 과거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회에 이은 다수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재판관 임명절차는 어느 나라나 다소 정치성을 띨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의 도덕성에 맡겨져 있는 것”이라며 “재판관 등에게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면서 재판관을 뽑는 사람들인 국회의원들이 임명동의 과정에서 매우 정치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 8인체제인 헌재가 마비될 정도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위헌이나 합헌이냐 문제에서 결정이 뒤바뀔 수가 있다"며 "지금은 국회가 정략적 차원이 아니라 대승적 차원에서 헌법재판소가 다양한 인사로 채워지도록 해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담아 낼 수 있는 기관이 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외대 변해철 교수(헌법, 변호사)도 "이번과 같은 일은 처음있는 일"이라며 "국회가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변 교수는 “헌재 재판관이나 대법원장 등은 그 자격이 갖춰졌는지를 살피고 결정해야지 정치적해석을 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법교수도 "헌재의 재판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 만큼 (재판관 표결에) 찬반을 떠나 가부간의 결정을 빨리 해줘 공백이 있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 헌법재판소법상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거나 정년이 도래하는 경우에는 임기만료일 또는 정년도래일까지 후임자를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이 법을 어겨 자꾸 이런 사태가 초래되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한편, 국회는 지난해 5월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을 6조 3항을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거나 정년이 도래하는 경우에는 임기만료일 또는 정년 도래일까지 후임자를 임명하도록 개정했다.
전임자 퇴직과 후임자 임명 사이에 공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 법률을 개정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국회는 자신들 스스로 바꾼 법률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지난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전효숙 당시 헌법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에 지명하자 3개월이나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지 않고 국회를 파행시킨 끝에 지명철회를 이끌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