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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재정부만 밀어붙이는 최저가낙찰제 확대
입력 : 2011-11-11 오후 6:36:18
[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지난 10일 서울 반포동에 있는 서울지방조달청 앞에서는 흔히 구경하기 어려운 장면이 펼쳐졌다.
 
전국 각지에서 1000여명이 넘는 중소 건설사 관계자들과 각종 건설협회·단체 사람들이 몰려와 각종 팻말과 구호가 써있는 두건을 두르고 '최저가낙찰제 공청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구호는 오직 하나다. '최저가 낙찰제 확대를 철회하라'.
 
제조업과 달리 건설업계서 집단으로, 그것도 일반 노동자가 아닌 중소 건설사 대표 등 경영진이 적극 시위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일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지방건설사 대표는 "이 제도 시행 여부에 우리의 생존권이 달려있다"며 "공청회라는 요식행위를 거쳐 내년 총선전에 그대로 제도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위해 올 수 밖에 없었다"고 성토했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300억원 이상인 공사에 한해서만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하던 것을 내년 1월부터는 100억원 이상인 공사로까지 확대하겠다며 정부 입법을 앞두고 공청회를 연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건설공사 발주를 할 때 예산에 낀 거품을 제거하고 공직자 비리 등을 막기위해 최저가낙찰제의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현재 건설업계의 입장에서는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번 최저가낙찰제 적용 확대구간인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규모는 주로 중·소형 건설공사로 전체 공공공사 물량의 약 10%(4조원) 수준이다.
 
이러한 공사까지 최저가낙찰제가 확대될 경우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지역중소기업은 수주금액의 대폭 감소가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지역내 하도급업체의 생존권까지 위협하게 돼 지역 건설산업의 붕괴까지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최저가낙찰제가 확대 시행될 경우 100억~300억 규모의 중형공사 수주액이 8%정도 하락하고 견적능력이 부족한 중소업체들이 대기업에 입찰시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져 전체적으로 지역 중소업체의 몫 중 7100억원 정도의 수주물량이 사라질 것으로 추산됐다.
 
수주물량이 줄면 원가절감을 해야할 기업 입장에서는 근로자 임금부터 줄여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근로자의 임금이 줄거나 실직하게 되면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지역경제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물론 기획재정부도 대책을 안 내놓은 것은 아니다. 재정부의 '최저가낙찰제 확대 보안대책'을 보면 대형건설사가 공동수급체를 구성해 하위등급 공사에 참여할 경우 최대 참여지분을 50%에서 30%로 줄여 중소업체의 수주물량을 52%까지 늘이겠다는 방침이 있다.
 
또 근로자 보호를 위해 업체가 써낸 노무비가 예정가격상 노무비의 80%에 미치지 못하면 해당 업체를 입찰에서 제외한다는 대책도 들어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어느정도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동도급 규모가 큰 공사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협력업체가 4대 6의 비율 정도로 들어와도 대기업이 실제 공사를 다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공동도급 비율이 아무리 적절히 조정되더라도 갑(甲)의 위치에 있는 대기업들이 이면계약을 통해 얼마든지 공사실적 비율을 조정할 수 있음을 생각했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편치않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도 최저가낙찰제로 인한 덤핑입찰이 낳은 참극이었다.
 
건설사가 낮은 입찰가를 써내면 저임금·미숙련된 노동자와 저급자재가 공급될 가능성 높아진다는 것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일이다.
 
최저가낙찰제 확대는 재정부를 제외한 국토부, 지경부, 방송위, 노동부, 환경부도 반대한다. 건설업계 주장이 편파적으로 느껴진다면 주변 공무원과 한번 논의해 보길 재정부 공무원들에게 권하고 싶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시비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겸청즉명(兼聽則明)`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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