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내곡동 특검’ 수사가 미완의 수사로 끝난 것에 대해 ‘졸속 입법’, ‘법의 악용’이 특검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특검수사에서 가장 장애가 됐던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수사기간 연장 승인 거부와 청와대측의 경호처 압수수색 거부다.
이 대통령의 수사기간 연장 승인 거부는 특검법에 명시되어 있다. 표면상으로는 이 대통령이 법에 의한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법적인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당사자로서, 조사 대상에게 조사기간 연장 승인권을 준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의 한 로스쿨에서 형사소송법을 강의하고 있는 중진의 교수는 "특검법 수사 대상에게 기간연장 승인권을 주는 것은 모순"이라며 "특검법 입법이 지나치게 졸속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또 "대선정국이 앞에 있다고 하지만 30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수사를 하라고 사건을 떠안긴 것도 문제"라며 "대통령이 아닌 국회의장 등에게 기간연장 승인권을 부여하거나 최소한 40~50일 정도의 충분한 수사기간을 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로스쿨에서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가르치는 또 다른 교수는 "공무원 임명권이 대통령에 있으니까 그에 대한 임무 기간도 대통령이 정한다는 논리에서 법에 규정한 것으로 이해는 된다"면서도 "피의자가 될 수 있는 대통령에게 수사기간 연장 권한을 주는 것은 정치적 고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모든 입법이 그렇지만 이번 특검법처럼 사회적으로 중대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입법작용에 정치적인 이익을 고려하는 것은 법의 정신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광범 특별검사도 14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사건과 같이 현직 대통령 일가와 청와대 고위공무원들이 연루된 의혹 사건의 진상 규명을 30일 이내에 마치라는 것은 철저한 수사라는 입법목적에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며 "특검을 도입하는 이상 수사기간에 지나친 제한을 두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경호처의 압수수색 거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변호사로서 대학에서 형사실무를 강의하고 있는 한 교수는 "청와대측이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 1항을 근거로 들어 특검의 압수수색을 거부했지만 2항에는 소속공무소 또는 당해감독관공서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검측에서 확보하려 한 시형씨의 사저부지 중개수수료 관련 회계장부가 국가의 중대한 이익에 해당하는 것이냐"며 "이 부분을 제대로 소명하지 않은 채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은 법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역의 주요 사립대 로스쿨에서 형사소송법을 강의하는 원로교수도 "중대한 이익은 공무상 비밀해석에 관련된 문제로 앞뒤를 따져봐야겠지만 이번 건은 대통령 경호 등 보안과는 관련이 없는 문제 아니냐"며 "청와대측의 거부행위는 정당성이 없고 법정신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형사소송법 교수는 "청와대의 영장집행 거부는 사법부가 내린 결정을 무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차후 특검법에서는 이번과 유사한 경우 '법정모욕' 내지는 '사법행위 방해' 등으로 보고 강력하게 규제해 형식적인 법논리로 진실이 가려지는 일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