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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정책검증)⑩사법개혁..검찰개혁에만 집중
(특별기획)법원·변호사 업계 개혁안 없어.."우린 들러리냐?" 비판
입력 : 2012-12-13 오후 3: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김미애·최현진기자]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고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청의 특별수사부서에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하겠다."(박근혜)
 
"지금까지 단 한차례를 제외하고 현직검사 중에서 임명해왔던 검찰총장직을 외부에도 개방해 국민의 신망을 받는 검찰총장이 임명되도록 하겠다."(문재인)
 
지난 2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약속이나 한 듯 잇따라 검찰개혁방안을 내놨다.
 
'비리검사 김광준' 사건으로 불거진 검찰 내 혼란이 '성추문 검사', '개혁 위장 검사'로 이어지더니 '대검 중수부장 감찰'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치달으며 이른바 검란(檢亂)이 발발한 직후다.
 
◇한상대 총장 검찰개혁 실패 인정
 
다음날 한상대 검찰총장은 그의 말대로 '표표히' 검찰을 떠났다. 그는 "오만이라는 내부의 적에게 졌다"며 검찰개혁의 패배를 인정했다.
 
검찰개혁은 오랫동안 정치권에서 제기되어 온 과제였다. 번번이 '목을 내 놓겠다'는 검찰의 강경한 반대에 좌절됐지만 불씨는 살아 있었다. 그 불씨가 '비리검사'라는 뇌관을 치고 대선이라는 기폭제를 만나 본격적인 수술대 위에 오른 것이다.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가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당일 대검찰청은 "양당 대선후보께서 발표하신 검찰개혁방안에 관해 검찰이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공식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당시 내부에서는 '더 이상 버틸 힘도 명분도 없다'는 분위기였다.
 
이날 발표된 박, 문 두 후보의 검찰개혁안은 상당부분 닮았다. 박 후보가 종전의 '중수부 존치' 입장에서 크게 선회하면서 '폐지'입장을 밝히면서 더욱 그렇다.
 
두 후보의 검찰개혁안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 권력통제 ▲자정능력 강화 등 세가지로 크게 집약된다. 이 중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두 후보는 총장임명과 검찰 인사 개혁안을 제시했다. 박 후보는 기존에 있는 제도에 독립성을 보완하자는 주장인데 비해 문 후보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외부인사를 검찰인사에 적극 참여시키자는 데 차이점이 있다.
 
박 후보는 총장 임명을 검찰청법상 규정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인물로 임명하되 국회 청문회를 통과할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대통령이 임의로 지명해 임명할 수 없게 하자는 것이다. 문 후보 역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 의한 독립적 추천을 주장했다. 문 후보는 여기에 추천위 구성인사 중 과반수를 외부인사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 후보는 또 내부승진이 아닌 외부개방으로 검찰총장의 임명폭을 넓히자고 제안했다.
 
검찰인사면에서도 박 후보는 '검찰인사위원회'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고등 및 지검 검사 보직은 소속 검사장이 결정하도록 하자고 했다. 또 검사장급 이상을 순차적으로 감축하고 '부장검사 승진심사위원회'를 둬 모든 검사가 부장검사로 승진하는 관행을 철폐하자고 주장했다.
 
문 후보도 검찰인사위원회의 혁신과 실질적인 독립 보장을 주장하면서 혁신위원회에 외부인사를 절반 이상 참여시킬 것을 주장했다. 또 검사장급 인사시에는 검찰인사위에서 청문회를 실시하자고 했다. 차관급인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를 절반으로 축소하고 검사장급 임용을 외부에 개방하자는 안도 냈다. 검사의 법무부 및 국가기관 파견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반대 입장을 내놨다.  
 
◇朴-文 '대검 중수부 폐지' 공약
 
비대해진 검찰의 권력통제 방안도 비슷한 점이 많다. 일단 그동안 검찰 권력의 상징으로 군림해왔던 중수부에 대해서는 박, 문 후보 모두 폐지 입장을 같이했다.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지검에 특별수사부를 둬 중수부 기능을 분배하자는 안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중수부 폐지에 대한 대안 면에서는 목소리가 다르다. 박 후보는 상설특검제를 도입해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들의 비리 수사를 맡기고 특별감찰제로 고위공직자에 대한 부정을 조사하게 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문 후보는 고위공직자 및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통합 수사처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는 처장을 독립된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추천받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임명하자고 제안했다. 또 대통령과 임기를 달리해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우리 나라는 '검찰 기소독점주의'다. 간단히 말하면 검찰만이 기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 보니 검찰의 기소재량권 또한 오랫동안 검찰개혁의 단골메뉴로 거론됐다.
 
박 후보는 '검찰시민위원회'를 둬 검찰의 기소재량권을 통제할 것을 주장했다. 중요사건의 구속영장 청구를 비롯한 기소여부를 검찰시민위에서 결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구성도 외국의 기소대배심과 참여재판 배심원에 준하도록 검찰과는 연관이 없는 사람들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 후보는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재정신청을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놨다. 과거 권력형 비리 관련자나 재벌기업 등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처분 사례를 반영한 것이다. 또 공소유지 변호사 제도 도입과 함께 무리한 기소로 무죄판결을 받을 경우에는 해당검사의 인사에 반영하자고 하고 있다. 중대범죄가 아닌 경우에는 검찰의 항소권을 제안하는 것도 개혁안으로 제시했다.
 
검찰의 수사권 남용 방지에 대한 직접적 개혁안으로 문 후보는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의 기능을 대폭 축소하자는 안을 내놨다. 종래 의혹을 사왔던 정치인들에 대한 동향파악 등의 첩보수집 기능을 차단하고 검찰 본연의 범죄정보 수집기능만 하게 하자는 것이다. 박 후보는 중수부폐지와 검·경 수사권 등으로 검찰의 전반적인 수사권 남용을 방지할 수 있다고 보고 문 후보와 같은 특정 부서의 폐지 또는 축소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이번에 발발한 이른바 '검찰사태'의 폭발력은 '김광준 검사 사건'에 대한 경찰의 강력 반발로 더욱 커졌다. 검찰은 김 검사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던 중에 언론에 보도되자 즉시 특임검사를 지명하고 별도의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검찰이 경찰의 사건을 빼앗아 갔다"며 집단행동 조짐을 보이기도했다. 이후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전면적인 사회 이슈로 다시 떠올랐다.
 
◇검·경 수사권, 朴-文 "검찰수사권 축소"
 
박 후보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상호 '감시·견제'해야 한다는 원칙하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경찰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검찰과의 수사권 분점을 통한 합리적 배분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문 후보도 경찰은 수사를 담당하고, 검찰은 기소를 담당하게 하자는 방안이다. 또 검찰의 수사권은 기소 또는 공소유지에 필요한 범위 내로 제안하겠다고 문 후보는 밝혔다. 
 
검찰의 자정능력도 대선후보들의 주요 개혁대상이다. 비리검사 퇴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 후보는 검사의 '적격심사제도'를 강화해 적격검사 기간을 7년에서 4년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또 비검사 출신의 인사를 감찰담당자로 임명해 검사에 대한 감찰을 강화하고 검사 징계사유를 명문화 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비리에 연루돼 퇴직한 검사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도 일정기간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문 후보는 비리검사 개업 금지기간을 연장하고 법무부 내에 상설적이고 독립적인 감찰기구를 설치하되 감찰관을 외부인사로 임용하고 임기를 보장해 권한 강화와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검찰 안팎의 반응은 어떨까. 반응은 다른 문제보다도 '중수부 폐지' 자체와 대안에 집중되어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중수부 존치가 우세한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중수부 폐지는 수사의 기본을 모르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살기 위해 고비처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돈줄을 먼저 밝혀내야 로비를 한 대상이 나오는 것"이라면서 "기업들을 수사하다보니 정치인이 나오는 것이지, 정치인을 특정해 수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중수부 본 기능은 재벌비리를 파헤치는 것이고 정경유착 관계에서 정치인도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이지 정치적 입김에 의해서 특정 정치인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중수부 폐지는 달리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대 입장도 있다. 대검의 한 검사는 "검사 중에는 중수부를 신앙처럼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검사 전체의 의견으로 봐선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검찰이 특정 기구에 대해 교조주의를 가지고 있다는 외부 시각은 정확하지 않다"며 "기구적인 면에서 중수부는 있어야 한다고 수긍하는 검사들이 많긴 하지만, 그 외의 면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니라는 의견도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 '고비처' 반대의견 많아
 
중수부 폐지의 대안에 대해서는 박 후보의 상설특검제 보다는 고비처에 대한 관심과 반응이 높다. 대체로 반대하는 입장이 많다.
 
서울중앙지검의 다른 검사는 "고비처가 생기면 수사 대상과 절차 등에 대해 대단한 혼란이 생길 것"이라며 "검찰이 기업을 수사하다가 정치인이 나오면 그 사건을 통째로 고비처로 넘겨야 하는지, 정치인 부분만 넘겨야 하는지 혼란이 생긴다. 정치인 부분만 넘기는 것이 수사에 보탬이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또 다른 검사는 "고비처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똑같아질 것"이라면서 "어차피 수사경험이 있는 검사들이 고비처로 가서 수사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중수부가 폐지되고 고비처가 생기면 고비처로 가겠다는 검사들이 많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중수부 폐지와 관련해 병립적인 모델을 제시한 검사도 있었다. 대검중수부의 한 관계자는 "고비처든 상설특검이든 목숨을 걸고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중수부 내에서도 고비처를 찬성하는 검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정치적으로 얼룩진 면을 빼고 보면 그동안 중수부의 역할과 기능은 상당한 수준의 역사와 노하우를 축적해왔다"며 "이런 조직을 하루아침에 없애는 것 보다는 고비처 또는 상설특검을 두되 중수부도 같이 병립시키면서 수사를 시키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그러다 보면 중수부가 과연 폐지되어 마땅한 조직인지 밝혀질 것이고 폐지여부는 그때 가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외부에선 '고비처'에 더 점수
 
외부에서는 상설특검제보다 고비처에 더 점수를 주는 견해가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박상기 교수는 "상설특검제로 가게 되면 기존의 단발성 특검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상설특검은 검사보 등 인원들이 상주근무를 하는 것이 아니고 특검 대상 사건이 발생하면 조사권이 발동하는 것인데, 결국 이는 지금까지의 단발성 특검과 다를 것이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이런 특성 때문에 상설특검제도 기존 특검이 정치적 쟁정의 대상이 되었던 과거의 예에서 쉽게 벗어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게 되면 목표로 하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그러나 고비처는 독립된 수사기관이 새로 생기는 것이고, 특히 판검사 비리 등은 항상 제보가 들어오기 때문에 상시 수사 상태가 가능한 것으로 항상 수사상태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후보들의 검찰개혁안이 제도적인 면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중견 간부는 검찰 개혁에 대해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다. 어떤 제도든 장단점이 다 있다"면서 "검찰에게 기소권, 수사권을 모두 쥐어준 근본적 이유가 있다. 지금의 문제가 시스템 문제인지 제도상 문제인지에 대해서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간부 검사는 "검찰 개혁을 말하는 것은 좋지만 검찰만 바꿔서 해결이 되겠느냐"며 "사법체계를 모두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검찰이 잘못하고 있다고 검찰만 바꾸면 일이 해결되나? 모든 것이 시스템이다. 국민이 원하는 방향과 모습으로 시스템을 먼저 바꿀 생각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법원, 변호사와 함께 짝을 이루는 만큼 전체적인 사법개혁 측면에서 검찰개혁을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간부 검사가 지적한 연장선상에서 후보들이 전체적인 사법개혁을 검찰개혁과 혼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법원과 변호사업계쪽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법개혁=검찰 개혁?' 법원·변호사업계 '포퓰리즘' 비판
 
실제로 대선후보 중 법원에 대한 개혁안은 문 후보만 내놨다. 박 후보측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그나마 변호사업계 쪽 개혁안은 두 후보 모두 내놓지를 않았다.
 
특히 법원과 변호사업계 모두 현재 파행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법조인력 양성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법조계에서는 법원이나 검찰, 변호사들 모두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은데 대선후보들이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한 중견변호사는 "변협회장 선거가 실시되고 있는 지금 모든 후보들이 로스쿨제도 폐지 내지는 축소, 예비시험제도 도입을 우선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어 "법조인력 양성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법조계가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해결이 불가피한 데 이를 '나몰라라' 하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일"이라고 개탄했다.
 
다른 한 청년변호사는 "변협선거와 비슷한 시기에 대선이 있기 때문에 서로의 공약들을 모두 살펴보고 있다"며 "법조계가 사회의 일부이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폐업이 잇따르고 있는 변호사 업계 문제에 대해 개혁방안 한줄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복수의 변호사들은 "후보들이 사법개혁을 검찰개혁과 혼동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이목이 검찰로 쏠려있기 때문에 '언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검찰개혁안만 내놓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보여주기식 개혁안, 포퓰리즘식 개혁안이다"라고 비판했다. 
 
◇대선 후보별 검찰개혁안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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