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주가조작 사범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처벌의 실효성을 제고할 것을 강력 지시함에 따라 관계 당국이 발 빠르게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주가 조작 범법자를 엄단할 수 있도록 조사 적발 처벌의 전 단계에 걸친 제도 개선, 실행 방안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이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단 금융위 등은 주가조작 초동조사 단계에서 적발된 주가조작사범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징금 부과 방안 도입 검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융위 등은 지난 2010년부터 주가조작사범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두고 법무부와 협의를 해왔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다. 때문에 2011년 11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 과징금 도입은 제외됐다.
당시 법무부는 과징금 도입만으로는 주가조작사범 근절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봤다. 그보다는 수사기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려 증거인멸 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초동단계부터 금융당국과 검찰이 조사를 같이하는 방안으로 수사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었다.
법무부의 이 같은 주장은 지금의 주가조작 사범 수사에 대한 시스템에 관한 맹점에 근거한다. 현재 주가조작 사범에 대한 수사는 한국거래소의 조사를 거쳐 금융위나 금감원에서 수사의뢰를 해야만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만큼 시간도 오래 걸려 수사능률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사진:한국거래소
지금의 법무부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한국거래소 조사 후 금감원 조사가 6개월, 검찰에 송치된 뒤에도 조사기간이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소요된다"며 "구체적인 안이 아직 금융위 등에서 오지 않았지만 초동수사 단계서부터 함께 나서 과징금으로 처벌할 것은 과징금으로, 형사처벌할 것은 형사처벌 절차를 밟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주가조작 사범은 시장교란사범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많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판단 없이 과징금 부과로 처벌을 끝내는 것은 주가조작사범 근절이라는 본래 목표와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주가조작 사건에서는 범죄이익의 환수도 중요하지만 범죄가 발생하면 빠른 시일 내에 전모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 만큼 수사시스템의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며 초동단계에서의 합동수사를 재차 강조했다.
금융당국과 법무부의 안이 모두 포함되어 대책이 마련될 경우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규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관계 제도 개선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초동조사를 함께 진행할 수 있는 합동수사단 설치가 예상된다. 앞의 관계자도 "초동단계부터 조사를 같이 진행해야 한다는 법무부의 입장이 받아들여지면 주가조작 사범 수사를 위한 합동수사단 설치도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규에 대한 개정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형사처벌은 현재의 수준으로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자본시장법은 주가조작 사범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면서 범죄이익에 따라 형을 가중하고 있다. 특히 주가조작 등으로 얻은 이익 등이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