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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성(性)행위도 뇌물"..성추문 검사에 '엄벌'
"상상도 못할 범죄 저질러..엄중한 형 불가피"
입력 : 2013-04-12 오후 3:44:25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검사가 자신의 담당 사건 피의자와 사건 처리 청탁과 관련해 유사성행위 및 성관계를 가졌을 경우 이는 뇌물죄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검사가 여성 피의자로부터 성행위를 제공받은 것은 검사의 직무에 관해 성(性)적 이익'을 제공받은 것이라서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뇌물공여자가 성행위나 유사성행위를 통해 성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도 뇌물죄의 객체가 될 수 있다는 게 이번 판결의 취지다. 법원은 뇌물이 '경제적 가치가 있거나 금전적 이익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용현)는 자신이 배당받은 시건의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뇌물수수) 등으로 기소된 전모 전 검사에 대해 "성행위의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이 인정된다"며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국가의 형벌권에 관한 포괄적인 권한을 갖는 국가기관이고, 수사의 주체로서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해야 할 헌법상, 형사소송법상 의무가 주어져 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이와 같은 검사의 지위와 의무는 망각한 채 대담하게도 검사실에서 자신이 주임검사로서 수사 중인 여성 피의자와 유사성교행위 및 성관계를 가졌고, 이틀 후에는 피의자와 모텔에가서 성관계를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검사의 지위와 의무에 비춰볼 때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중대한 범행"이라며 "이로 인해 자신의 책무에 매진하고 있는 대다수의 검사들을 비롯한 검찰조직 전체의 사기는 크게 저하됐고, 국민들의 검사 직무에 관한 공정성과 불가매수성 또한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침해된 점을 고려할 때 엄중한 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이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뇌물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뇌물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수수액의 경제적·재산적 가치를 기준으로 형량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가액 산정이 불가능한 성적 이익을 뇌물로 제공받은 이 사건에서는 양형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여성 피의자와 검찰청 밖에서 만나 함께 피고인의 승용차를 타고 이동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대해서는 "여성 피의자가 자발적으로 피고인을 기다리고 차량에 함께 탄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전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는데도 이날 법정구속을 명한데 대해 "심리 결과 여성 피의자에게는 피고인에게 선처를 구하고,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피고인은 재판에 성실히 임했지만 실형이 선고됐으므로 도주의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성행위' 자체를 뇌물죄로 처벌한 것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없지만, 하급심에서는 성행위 자체를 뇌물로 본 사례가 다수 있다. 창원지법과 대구지법 포항지원에서는 '수사편의 제공' 목적으로 수사대상자와 성관계한 경우, 세무세 징세과 공무원이 공매처분과 관련해 세금체납자와 성관계한 경우 뇌물수수죄를 유죄로 인정했고, 이 판결이 확정됐다.
  
광주지검 목포지청 소속으로 서울동부지검에 파견됐던 전씨는 지난해 11월10일 절도 혐의를 받고 있는 A씨(44·여)를 자신의 검사실로 불러 조사하던 중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이틀 뒤 퇴근길에 A씨를 지하철 구의역 부근으로 불러내 자신의 차에서 유사 성행위를 한 뒤 서울 성동구 왕십리 근처 모텔에서 2회에 걸쳐 성관계를 맺은 혐의도 포함됐다.
 
검찰은 전씨가 A씨와 검사실과 모텔 등에서 성관계를 가진 부분에 뇌물수수 혐의를, A씨를 검사실이 아닌 지하철역 부근에서 만난 것에 직권남용 혐의를 각각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에 앞서 전씨는 검사직에서 해임됐다.
 
 
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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