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故 노무현 前대통령에 대한 허위 '차명계좌' 발언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노 전 대통령의 이른바 '차명계좌 정보'를 '찌라시'를 통해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조 전 청장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전주혜)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가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와 관련해 어떤 내용을 임경묵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으로부터 들었는지 묻자 "강연 전 임 전 이사장으로부터 '10만원짜리 수표와, 거액의 차명계좌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노 전 대통령의 사망과 관련, 경찰 정보라인을 통한 정보보고나 언론보도를 보고 제 나름대로 가졌던 생각이 있었는데, 임 전 이사장의 이야기를 듣고 확신이 들어 그 말을 강연에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 청장은 재판장이 "그때의 정보보고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이었냐"고 묻자 "소위 '찌라시'라는 것이라서 기록에 남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 전 이사장은 "조 전 청장에게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에 대해 이야기 한 적 없다. 왜 나한테 들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계좌내역에 대한 증거자료 제출여부를 두고 검찰과 조 전 청장간 날선 공방이 오갔다.
조 전 청장측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조 전 청장의 변호인은 '청와대 여자 행정관' 외에 검찰이 계좌추적한 4명의 계좌내역 자료를 제출하라고 검찰에 요구하면서 "차명계좌가 발견되면 검찰이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즉각 "지금 검찰이 치명상을 입는다는 게 무슨 뜻이냐. 어떤 치명상을 입는다는 것이냐"고 맞받으면서 신경전이 오갔다.
그러자 재판장은 "격앙된 발언은 삼가달라"고 검찰과 변호인을 제지했다.
조 전 청장측 변호인의 '검찰 치명상' 발언은 이날 변호인이 제출한 '12개 증거목록'의 채택여부를 가리기 위한 검찰과 변호인간의 공방에서 나왔다.
앞서 변호인은 2009년 4월 20일 여 행정관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수사관련자 4명에 대해 발부했던 압수수색 내역 및 압수물을 증거로 채택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 측에 '나머지 차명계좌 목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나 검찰은 거부 의견을 제출했다.
검찰은 이어 "1심에서 피고인 주장대로 검찰이 수사한 여자 행정관의 계좌를 제출하자 피고인은 '이게 바로 차명계좌'라고 주장하더니 항소심에서는 차명계좌 범위를 더 넓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은 최소한 검찰 수사당시 수준만으로라도 구체적인 차명계좌 이야기를 해야 한다. 우선 피고인이 믿을 만한 근거를 대고 계좌를 확인하는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바로 이 때 조 전 청장 측 변호인이 "여자 행정관 외의 나머지 차명계좌 내역에 대해서도 검찰이 밝혀야 한다. 차명계좌가 발견되면 검찰이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고 말을 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공방이 오간 이후 재판장은 "나머지 4명에 대한 계좌추적 결과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나머지 4명에 대한 계좌추적 결과를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는 대신, 압수수색한 해당 은행과 계좌를 법원에 알려달라. 그럼 변호인이 금융자료 제출명령을 신청하던지, 아니면 법원이 직권으로 해당은행에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의 다음 공판은 다음달 9일 오전 10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