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열한시'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열한시'는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타임머신 소재의 영화다. 제작 초반부터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은 작품이다. 시나리오가 나왔을 때 기대작으로 불렸지만, 기술적으로 부족한 국내 환경에서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 걱정이 많았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열한시'는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장르적으로 SF와 스릴러를 버무린 이 영화는 SF에서 다소 아쉬운 면을 보였지만 스토리로 풀어내는 스릴러 장르로 봤을 때는 훌륭하다.
예상된 대로 '열한시' 초반부 SF적인 근미래의 연구소 모습은 그다지 신선하지 못했고, 타임머신을 통해 24시간 뒤인 다음날 오전 11시에 도착하는 시간이동의 비주얼 역시 초라해 보였다. 획기적으로 느껴지는 지점은 없었다.
또 과학적인 요소를 설명하는 초반 20분까지의 영상은 지루하게 느껴진다. 제작비의 아쉬움과 타임머신 첫 단추라는 한계가 여실히 전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온 뒤 인물간의 관계와 처참히 변해버린 미래를 보고 온 연구원들의 갈등이 드러나는 시점부터는 몰입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시간이동에 성공한 우석(정재영 분)과 영은(김옥빈 분)이 미래의 연구소를 가까스로 탈출한다. 이후 그곳에서 가져온 24시간 동안의 CCTV 속에서 모두의 죽음을 확인한 뒤 다시 한 번 충격을 받는다.
몇 시간 뒤 죽음을 당하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죽음을 피하기 위한 행동을 통해 도덕적인 딜레마를 겪는 연구원들의 모습은 흥미진진하다. 다소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구조가 서서히 풀어져 가는 과정은 관객들의 소름을 돋게 할 것이다.
추리를 요구하는 스토리는 일정 부분 쉽게 예상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예측하기에는 치밀한 반전이 숨겨져 있어 흥미롭다. 그렇다고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있지도 않다. 플래시백을 사용한 엔딩 역시 괴이하지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시라노 연애조작단', '광식이 동생 광태' 등으로 충무로 이야기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현석 감독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빛난다.
◇정재영-최다니엘-김옥빈(맨위부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를 이끌어가는 우석을 맡은 정재영은 여느 영화에서 보여준 그 존재감을 이 영화에서도 뿜어낸다. 과하지 않은 행동과 몸짓에서 우석이 가진 고집과 외로움 등 감정의 깊이를 드러낸다. 영화 말미 광기어린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신비로운 이미지의 김옥빈은 미래로 시간 이동을 하는 영은과 대체적으로 잘 어울린다. 기술적인 면이나 감정적인 면 흠 잡을 곳이 없다. 그에게 있어 '열한시'는 영화 '박쥐' 이후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의 빛나는 한 줄이 될 것이다.
인간미 있는 과학자 지완 역의 최다니엘은 임팩트 있는 장면은 많지 않았지만, 우석과 대립을 통해서는 남성적인 느낌을, 영은과 함께 있는 장면에서는 로맨스를, 다른 연구원들과는 인간적인 이미지를 무난히 소화했다.
조연으로 나온 박철민과 신다은, 이건주, 이대연 모두 자신의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다. 크게 튀거나 아쉬운 느낌의 배우는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동을 소재로 했다고 해서 할리우드 영화 '백 투 더 퓨처'나 '인셉션'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영화의 퍼즐을 맞춰가며 스토리를 추리해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더 없이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상영시간 99분. 오는 2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