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해법' 포스터 (사진제공=시네마달)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보수언론의 권력지향성과 삼성의 언론 길들이기를 꼬집은 다큐멘터리 영화 '슬기로운 해법'이 다음달 개봉한다.
'슬기로운 해법'은 조중동이라 불리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권력을 분석하고 삼성과 언론의 유착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영화다.
노무현 정권 당시 홍보수석실에서 근무했으며, 영화의 원작인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을 저술한 김성재 작가와 영화 '샘터분식', '당신과 나의 전쟁', '어머니' 등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태준식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경계도시2', '두 개의 문' 등 다큐멘터리를 주로 배급해온 제작사 시네마달이 제작 및 배급한다.
거대한 두 권력에 돌직구를 던지는 작품이라 영화 '또 하나의 약속'처럼 투자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소셜펀딩 모금사이트를 통해 3473만원의 비용을 모아 제작비에 보탤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럼에도 제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제39회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국내 70%이상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조중동에 일침을 날리고, 국내 최대기업 삼성과 맞서는 '슬기로운 해법'의 세 가지의 의미를 짚어봤다.
◇언론을 비판하는 첫 번째 영화
그간 검찰이나 기업, 정치권을 비판하는 영화는 많았다. '부당거래'나 '또 하나의 약속',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 '도가니' 등 권력을 가진 자들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영화계는 신랄하게 꼬집었다.
하지만 언론에 정면으로 대응한 영화는 없었다. 영화에서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을 조소하듯 그린 작품은 적지 않았지만, 조중동에 정면으로 맞서는 작품은 '슬기로운 해법'이 처음이다.
태준식 감독은 "지금 이 곳의 언론은 어쩌다가 우리에게 이 지경으로 남게 됐는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막을 거두어내면 의외로 간단하고 명료한 사실이 있음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 영화는 박연차 게이트부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로 사망하기까지 보수 언론의 보도 태도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김성재 작가는 "노무현 정권 당시 조중동 보수 언론은 고 노 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보지 않았다. 각종 칼럼을 살펴보면 그를 무시하는 언사가 수백가지가 넘는다"며 "반면 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보수언론은 종편을 얻기위해 눈 감아주고, 포장하고 예찬했다. 이들의 이중적인 태도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약속'에 이은 삼성 파헤치기
최근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지난 2007년 3월 삼성 반도체에서 일을 하다 2년 만에 백혈병을 얻고 끝내 사망한 故 황유미씨와 가족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처절한 싸움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평단의 호평과 관객들의 욕구를 무시한 채 영화관들은 하나같이 상영관을 축소시켰다.
그런 상황에서 '슬기로운 해법'이 또 한번 삼성과 맞상대한다. '슬기로운 해법'은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자본·언론·정치의 삼각관계를 비판적으로 그린다.
특히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위한 광고비 집행과 이에 따른 해당 신문들의 논조를 분석하고, 삼성이 어떻게 언론과 유착했으며, 어떤 방식으로 거대한 권력을 누리고 있는지 보여준다.
또 '제4의 권력'이라 불리면서 정적을 제거하는데 펜을 휘두르고 거대 기업에 대해서는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는 언론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정연주 전 KBS 사장, 홍세화 '말과 활'의 발행인, 주진우 '시사IN' 기자 등 언론계 종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언론의 권력을 분석한다.
태준식 감독은 "지금은 활성화된 담론을 일방적으로 뺏긴 상황이다. 담론을 다시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수구 언로 세력에 대한 최소한의 균형이 필요하다"며 "영화는 이런 문제 대한 슬기로운 해법을 찾아보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故 노무현의 죽음을 말한다
지난해 12월 영화 '변호인'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34세 인간 노무현'의 삶을 토대로 영화화한 이 작품은 울림을 주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명연기로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변호인'이 젊은 노무현의 스토리를 공략했다면, '슬기로운 해법'은 노무현의 대통령 당시와 퇴임 이후 노무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때의 보수언론과 어떻게 싸웠는지에 대해서 세세하게 드러낼 예정이다.
김성재 작가는 "혹자는 이명박 정권이 노무현을 죽였다고 말한다. 내 생각에는 도둑질을 한 사람보다 도둑이 누구인지 알면서도 '도둑이 아니'라고 말한 언론이 더 나쁘다고 본다. 노무현은 보수 언론이 죽였다"고 강하게 말했다.
김 작가는 "'슬기로운 해법'은 대통령 시절부터 봉하마을에 내려가서까지의 조중동의 일관된 '노무현 때리기'를 심층적으로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는 정연주 전 사장, 주진우 기자 등 언론인들의 거침없는 심층 인터뷰를 통해 더 명확하게 풀어낸다.
러닝타임 94분의 이 영화는 오는 25일 기자시사회를 한 뒤 5월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