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표적' 포스터 하단에는 류승룡부터 시작해서 이진욱, 김성령, 조은지, 조여정 등 배우들의 이름이 열거된 뒤 '그리고 유준상'이라고 쓰여있었다. 자연스럽게 "유준상이 한 건 하나보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오히려 예상보다 임팩트가 컸다. 왜 '그리고 유준상'이라고 적었는지 그 이유를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유준상은 이 영화의 최대 수혜자다. 소속사에서는 영화를 보고 쾌재를 불렀다고 한다. 그 정도로 '표적'에서의 유준상의 인상은 강렬하다.
유준상을 지난 12일 서울 삼청동 소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소속사 관계자들에게 들은 얘기를 전하니 "촬영할 때는 그렇게 관심을 안 가져주더니, 참."이라면서 농을 던졌다.
한 시간 정도 진행된 인터뷰에서 유준상은 각종 연기도 선보이고, 웃음도 그치지 않은 채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했다. "내가 하는 행동에 활기를 얻는 사람들을 보면 행복해진다"는 유준상.
긍정남, 찌질남, 국민남편, 정의로움, 원칙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유준상의 긍정의 힘을 느껴봤다.
◇창 감독의 삼고초려, 왜 유준상이어야만 했나
98분의 러닝타임 '표적'에서 유준상은 제대로 등장하는 47분 이전에 딱 한 장면에서 얼굴을 비친다. 뭔가 의문스러운 광역수사대 송 반장. 생긋 웃는 미소로 큰 웃음 한 번 던져주고 사라진다.
그리고 47분부터 본격 등장한 유준상의 임팩트는 놀랍다. 반전의 연속이고, 미소를 띤 잔혹한 인물을 완벽히 표현한다. 기존에 보지못했던 캐릭터다. 영화를 보면 왜 유준상이 최대 수혜자인지 알 수 있다.
누가 봐도 매력적인 이 역할을 유준상은 여러 번 고사했다. 연출을 맡은 창 감독의 삼고초려가 계속해서 회자가 될 만큼 유준상은 이 역할을 맡기 힘들어했다.
유준상은 "분량이 작았다"고 했다. "분량이 작아서 고민됐다"고 했다. "너무 솔직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찰나에 말을 이었다.
그는 "분량이 작은데 역할은 크다. 내가 이 역할을 완벽하게 관객들에게 설득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컸다. 자신이 없었다. 부담이 커서 안 하려고 했다. 영화의 고사를 지내는 날까지 그만두고 싶어했다. 그만큼 어려웠던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유준상은 '표적'의 카메라 앞에 섰다. 재등장하는 그 장면 때문이었다. 영화는 마치 전후반이 나뉜듯 하다. 그 중심에는 유준상이 서 있다. 유준상의 등장부터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영화 초반과 후반의 연결고리가 되는 인물. 감독이 왜 유준상이었는지 대략 짐작이 갔다.
창 감독은 "연기적인 측면에서 류승룡과 대적할만한 아우라가 필요했다. 그러면서 평범한 느낌이 필요했다. 유준상이라는 배우는 연예인이면서도 평범한 일상인의 이미지가 있다. 그 이미지가 필요했다. 끝까지 유준상이어야만 했다"고 밝혔다.
창 감독이 정확하게 본 것 같다. 유준상은 기자들을 만났을 때도 배우 같지 않았다. 인간 유준상에 가까웠다. 영화 얘기를 할 때도 무게를 잡거나 아는 척 있는 척 하지 않고 인간적인 화법을 구사했다. 웃는 것도 소탈하고 신나게, 마치 오래된 친구나 형의 느낌이 강했다. "덕분에 에너지를 얻고 간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활기찼다.
◇류승룡이라는 괴물과 싸웠던 클라이막스
영화 말미 송 반장은 여훈(류승룡 분)과 어마어마한 맞대결을 펼친다. 다소 수다스러운 송 반장과 깊은 무게감의 여훈의 싸움은 괴물과 괴물의 혈투였다.
"마치 무대에서 공연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한 유준상은 "촬영을 하는데 '너무 재밌다'는 느낌이 들었다. 총구로 찍으면서 '아퍼' 이러는데 희열이 느껴졌다. 역시 연기 잘하는 배우와 함께 하면 힘이 솟아난다"고 류승룡을 칭찬했다.
제작진에게 들은 내용으로는 두 사람은 현장에서 살갑게 말을 하지 않았다. 서로 말을 안하고 자신의 연기에만 집중했다. 누가 보면 마치 신경전을 하는 것 같았다고 한다.
유준상은 "아니다"고 했다. 다만 말을 붙이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면서.
유준상은 "류승룡이 계단 한참 위에서 몸을 집어던지더라. 대단했다. '나였다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의 열정은 놀라웠다. 경각심이 생겼다. 류승룡의 온 몸이 상처였다. 너무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그래서 연기에 집중했다. '나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때부터 아무말 하지 않고 연기했다"는 유준상은 결국 폭발적인 클라이막스를 만들어낸다. '표적'의 숨 막히는 하이라이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유준상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나는 긍정의 아이콘"
영화 홍보에 앞장서는 와중에도 유준상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공연 중이다. 인터뷰를 하고 다음날은 하루 종일 공연에 매진한다. 지칠 법도 한데 에너지가 넘치고 생기가 돈다.
게다가 영화를 본 관객들 중 10대에서 20대 여성들이 자신을 보러 공연장을 찾는다고 한다. 이렇게 여자들에게 사랑받아봤나 싶을 정도로 기쁜 나날의 연속이다.
"영화찍을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라고 말한 유준상은 "40대 중반이 되니 연기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가볍고 자연스럽게 하는데 그게 더 좋게 보여지는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이에 대해 "스케줄이 살인적이라 힘들 것 같은데 어쩌면 그렇게 웃을 수 있냐"고 물었다.
유준상은 "저는 아주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짧은 답을 내던지며 "힘들어도 웃으면 힘이난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이 안돼도 작품의 장점을 찾는다. 흥행은 비록 안됐지만 작품으로서는 정말 좋았다. 부족한 점은 다음에 메우자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위안하고 안 좋은 것은 빨리 잊는다"며 "어려운 과정을 많이 겪었어. 그런데 나만 어렵나 다 어렵지. 그렇게 생각하면 끝도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배려하려고 한다. 배려와 긍정이 맞물려지니까 사람들이 좋아해준다"며 웃어보였다.
힘들어도 자신이 힘을 내는 모습에 기뻐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는 유준상, 나이를 먹어도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생기가 돈다는 유준상, 배우라고 힘을 주기보다는 인간 유준상으로 먼저 다가가는 그의 매력은 끝이 없는 듯 했다. 왜 '표적'이 유준상이어야만 했는지 알게 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