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하수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우연히 술자리에서 알게 됐다. 거침 없는 입담 속에서 솔직한 속내가 돋보였다. "하수호 검색하면 '하수오'가 먼저 떠. 흰 머리도 검게 만들어준다나. 아직 약초에 밀리고 있어"라는 말로 자신의 위치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남자다. 긍정의 힘이 엿보인다.
배우 하수호는 단역과 조연을 오고 간다. 최근에는 SBS <닥터이방인>에서 이종석과 강소라를 방어하는 보안팀장 역을 맡았다. 주인공들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는 임무를 맡은 인물이다.
하수호라는 이름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작품 수는 남부럽지 않게 많다. 영화는 <해결사>, <의형제>, <고지전>, <남자 사용 설명서>, <더 파이브> 등이 있고, 드라마로는 <해를 품은 달>, <무신>, <닥터진>, <신사의 품격>, <유령>, <다섯 손가락>, <주군의 태양>, <응답하라 1994>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필모그래피를 갖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대부분이 악역이라는 것이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강렬한 눈빛, 180cm이상의 큰 키와 풍채 때문일까. 때때로 무표정을 보고 있으면 약간의 서늘한 기분이 맴돈다. 확실히 선 굵은 인상이다.
그래서 그에게 주어지는 배역에는 악역이 많다. "뭐 사람들 눈에는 그런가 보죠"라고 활짝 웃는 그. 정작 하수호를 만나본 사람들은 차가울 것 같은데 재미있고, 유머러스하며 따뜻하다는 평을 내놓는다고 한다.
살인자 전문 배우였던 배우 김성균의 변화가 그래서 부럽다. 김성균은 <응답하라 1994>를 만나 악랄한 악역에서 단번에 벗어난 바 있다.
하수호는 "내게도 이런 저런 점이 있는데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는 느낌을 받는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분량도 좀 더 늘어났으면 한다"고 밝혔다.
스타들은 그야말로 한줄기 빛이다. 스타가 되지 못한, 이름도 알리지 못한 배우들이 무수히 많다. 하수호도 아마 그런 인물 중 하나일 것이다. 게다가 소속사가 없다. 매니저들의 인맥도 기대하기 힘들다.
혼자 운전해서 지방촬영을 다니고, 옷도 직접 구한다. 섭외 전화도 직접 받는다. 다양한 업무를 혼자서 해내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무심하다. "내가 근성이 좀 있거든. 뭐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래도 지방촬영은 조금 힘이 들때도 있는 모양이다. 하수호는 "지방촬영은 사실 가는 것도 오는 것도 힘들다. 특히 올 때는 외롭다는 느낌도 든다. 그래도 뭐 즐거워"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사진제공=하수호)
다행히 기회는 적지 않다. 하수호를 한 번 만났던 PD나 감독들은 그를 잊지 않고 다음 작품에 꼭 중용하기 때문이다. SBS의 진혁 PD는 <주군의 태양>에 이어 <닥터 이방인>에, 장훈 감독은 <의형제>에 이어 <고지전>에, MBC 한희 PD는 <닥터진>에 이어 <기황후>에 하수호와 함께 작업했다. 또 MBC <무신>의 김흥동 PD는 최근 <모두 다 김치>에서 하수호를 다시 호출했다.
하수호는 "정말 감사한 일이다. 몇 작품 안했지만,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서 그나마도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수호가 소속사가 없이도 열심히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소속사의 필요성을 못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혼자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고, 스스로 캐스팅을 따내는 것에 대한 보람도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입지를 키워나가고 있다는 것은 연예계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면 하수호가 얼마나 어려운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 알 것이다. "내가 소속사에 힘을 빌리기 보다는 내가 스스로 능력을 증명해 소속사가 먼저 손을 내밀길 기다리고 있다"는 신념을 지키고 있는 하수호다.
아울러 하수호에게는 <고지전>에서 함께 연기한 배우 고수의 말이 아직도 가슴 속에 남아있다. 실제 전쟁과 다름 없었다는 <고지전> 촬영장에서 동거동락한 고수가 남긴 진심 어린 한 마디가 하수호가 가는 길에 큰 영향을 끼쳤다.
"고수 형이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것만 하려고 하지 마라. 남들이 보지 못하고 할 수 없는 것을 지치고 힘들 때 한 번 더 생각하며 움직여라'고 하더라고. '너는 남들이 가는 길이 아닌 너만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면서."
그 말 덕분에 아직까지 소속사 없이도 행복하고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아직은 비록 작지만 앞으로 꾸준히 배우로서 당당히 시청자 앞에 서야지. 사실 지금 작품도 거의 나오지 않는데,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낯부끄러워. 기자 앞에서도 당당하게 인터뷰 할 수 있는 위치가 된 다음에 인터뷰를 해야되는데 말이야."
오는 7월 개봉될 대작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도움을 주는 김응함 부장으로 출연을 앞두고 있는 그는 꾸준히 다양한 작품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단역에게도 꿈이 있어. 배우로서 훨훨 나는 꿈. 그게 없으면 안 되지."
남들과 다른 길,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하수호의 앞날이 해피엔딩이 되길.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