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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영화사를 바꿨다..'아바타' 넘고 역대 흥행 1위
입력 : 2014-08-16 오후 2:33:57
◇<명량>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이순신 장군이 영화사까지도 바꿔놓았다. 개봉과 함께 폭발적 흥행몰이를 이어가던 영화 <명량>이 개봉 18일 만에 <아바타>가 세운 1330만 관객의 기록을 넘고 역대 흥행 1위에 올라섰다. 5년 만에 이룬 기록이다.
 
영화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명량>은 16일 오전 11시30분께 누적관객수 1362만7153명을 돌파했다. 17일 하루 동안만 74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여전히 강력한 티켓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빠르면 이날 밤 안으로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최초로 14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명량>이 써내려간 기록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지난달 30일 개봉하며 첫 날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68만), 역대 최고 평일 스코어(98만), 역대 최고 일일 스코어(125만)를 기록했다. 이어 최단 100만 관객 돌파(2일)부터 1300만(17일)까지 모두 최단기간에 기록을 갈아치웠다. 역대 흥행 1위까지 무려 17개의 신기록을 보유했다.
 
◇<명량> 현장 스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명량>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 영화는 1597년 정유재란 당시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승리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다. 이순신을 연기한 최민식을 비롯해 류승룡, 조진웅, 이정현, 권율, 진구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들이 총출동했으며,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이 연출했다.
 
김한민 감독이 <최종병기 활>이 개봉될 때부터 시나리오를 구상한 <명량>은 시나리오 작업에만 1년, 촬영 6개월, 후반작업 1년이 걸리며 약 3년 만에 완성됐다. 난중일기를 고증의 기초로 역사서적과 전문가들을 통해 당시의 현장을 재현하는데 정성을 다했다.
 
세찬 바람이 불었던 지난 2013년 1월8일 크랭크인, 열기가 뜨거운 7월21일에 크랭크업했다. 제작진과 출연진은 총 195일 간의 전쟁을 치룬 셈이다. 해남 울돌목과 광양 세트, 완도 청해 포구, 양수리 세트장, 부안, 고흥 등 전국을 돌며 <명량>의 촬영이 진행됐으며, 프리프로덕션과 촬영에만 총 650명 이상의 인원이 투입됐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었던 61분 해상 전투신의 주요 배경인 선박을 만드는 작업도 제작진의 고된 노력이 있었다. 물에 띄울 수 있는 판옥선과 안택선, 세키부네와 짐벌 위에 설치될 판옥선 등 총 8척의 배가 새로 제작됐다.
 
묵직한 액션이 된 백병전 역시 위험한 순간이 많았다. 영화 관계자는 "백병전 촬영은 그야말로 실제 전쟁과 다름없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고 회고했다. 다행히도 큰 사고는 없었지만 대부분의 출연진이 살갗이 찢어지는 상처를 경험했다. 제작진도 구급차를 대기시켜 놓는 등 만만의 준비를 다했다.
 
이후 6개월 이상이 걸린 후반작업을 통해 애초 기획했던 실제와 같은 전투가 만들어졌다. 선박의 움직임에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CG에 공을 들였다. 15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것도 CG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374일의 시간 동안의 인고 끝에 <명량>이 탄생했다.
 
수많은 고생담과 에피소드가 배경이 됐지만 정작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 영화인데 이정도 시간이면 양호한 거"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 이후 '한산도 대첩'과 '노량해전'을 배경으로 이순신 3부작을 구상 중이다. 고생스러웠던 현장을 다시 가고자 하는 그의 의지에 박수가 절로 쳐진다.
 
◇최민식-진구-조진웅-김태훈-류승룡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명량>을 만든 배우들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영화에 참여한 모든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다했다는 게 제작진의 평가다.
 
먼저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최민식의 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순신 장군이 말이 많지 않은 사람일 것이라는 추측으로 캐릭터를 그린 최민식은 내면 연기로만 이순신의 고뇌와 고독함을 표현했다.
 
"경거망동 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다. 캐릭터를 구축하기 너무 힘들어서 단 10분만이라도 이순신 장군을 만나 얘기를 듣길 원했다"고 말한 최민식의 고뇌도 이 영화가 써내려간 역사에 크게 일조했다. 최민식이 아니었다면 영화가 망작이 됐을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올 정도로 그는 이 영화의 대체 불가능한 이순신이었다.
 
적장 구루지마를 연기한 류승룡도 이 영화를 통해 천만 영화만 세 작품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광해:왕이 된 남자>, <7번 방의 선물>에 이어 <명량>마저도 1000만 관객 이상을 돌파했다.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굵은 줄을 남긴 셈이다.
 
도도를 연기한 김명곤은 <광해:왕이 된 남자>와 <명량>을 통해 두 번이나 천만 관객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됐으며, 와키자카를 연기한 조진웅, 중국활동에 열중해왔던 이정현, 뛰어난 연기력을 펼쳐온 진구 등도 천만 배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 영화를 통해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신예 배우들도 적지 않다. 드라마 <신의 선물>과 <천상여자> 등에 출연한 권율은 이순신 장군의 아들 이회 역을 통해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으며, 최민식 앞에서 뛰어난 눈물 연기를 펼친 박보검 역시 이 영화를 통해 새롭게 부상한 20대 배우가 됐다.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한 것을 후손들도 알랑가"라는 대사를 던진 배우 김태훈과 수많은 편집 때문에 얼굴을 많이 비추지 못한 신예 고경표도 <명량>에 참여한 배우였다.
 
김한민 감독은 "모든 배우들이 역할의 비중과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줬다. 이순신 장군 영화라는 점에서 더 비장한 태도로 임해준 것 같다. 고마울 수밖에 없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김한민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명량>이 준 울림
 
다소 단순하지만 영화는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이 영화는 이순신을 통해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리더상을 제시한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을 통해 시대가 원하는 영웅을 그리고 싶었다"고 의도를 밝혔다. 그의 의도가 정확히 관객들에게 통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최근 세월호 참사 등을 통해 드러난 정부의 미흡한 대처, 의전 행정, 전시 행정에 실망한 국민들에게 이순신이 보여준 희생하는 리더십이 큰 울림을 줬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서병기 대중문화 평론가는 "<명량>에서 보여준 이순신에 대한 울림이 국민들의 갈증을 해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세월호 사건이나 청문회 등 정치권에서 보여준 실망감이 컸다. 극중 이순신 장군이 보여준 솔선수범형 리더십은 국민들이 바라는 리더상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또 유머가 없다. 한국영화의 성공방식 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유머러스한 장면이 이 영화에는 단 한 순간도 없다. 비슷한 울림을 준 <변호인>도 빠른 전개 속에서 유머를 깔았지만, 이 영화는 그러지 않았다.
 
오롯이 죽을 힘을 다해 싸우는 이순신과 철조한 고증에서 피어난 리얼리티만이 엿보인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면 승리한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제작진은 용기를 갖고 정면승부를 택했다. 그리고 그 용기는 역대 최고 흥행 영화라는 대역사를 남겼다.
 
연출을 맡은 김한민 감독은 "숙성돼 가는 이순신의 정신을 드러내고 싶었다. 이순신 장군의 정신이 제대로 드러날 수 있을까를 최대한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순신 장군의 정신'만 생각한 김 감독의 뚝심이 관객들에게 진한 울림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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