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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고양 원더스, 현실에 무릎꿇은 이상
입력 : 2014-09-12 오전 11:08:22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가 끝내 해체를 결정했다. 2011년 창단한 이후 3년만이다.
 
고양 원더스는 프로야구 무대에서 뛸 기회를 잃은 선수들에게 '부활의 꿈'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구단이었다. 허민 구단주 개인이 사재를 털어 매년 30억원이 넘는 운영비를 지원해 왔다. 허 구단주 스스로 이야기한 대로 열성 야구팬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구단주 본인이 미국 독립리그의 문을 두드리고 30대 후반의 나이에 직접 마운드에 섰던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지난 3년간 고양 원더스는 허 구단주의 바람대로 패자부활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지금까지 22명의 선수들이 다시 프로무대로 올라섰고, 퓨처스리그(2군)에서도 높은 승률을 기록하며 야구팬들의 시선을 한몸에 모았다.
 
이같은 기적의 배경에는 '야신' 김성근 감독이 있었다. 선수 조련의 최고 전문가인 김 감독의 남다른 열정이 있었기에 당초 프로구단이 거들떠 보지 않았던 선수들이 어느덧 프로선수들을 능가하는 실력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처럼 야구계에서 또하나의 성공신화를 이끌어왔던 고양 원더스이기에, 해체 소식은 더욱 충격적이다.
 
고양 측은 해체 이유에 대해 "KBO와 구단운영에 대한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반복해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퓨처스리그 번외경기 참가가 아닌 정식편입을 여러차례 요구했으나 KBO와 프로구단들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것이 해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KBO는 고양의 퓨처스리그 편입이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못박고 있다. 프로구단과 독립구단의 성격이 너무 달라 편입시 풀어야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라는 논리다.
 
KBO의 입장을 이해 못할바는 아니다. 운영에 매년 수백억원을 쏟아붓는 프로구단과 운영비 30억원의 독립구단은 태생부터가 다르다는 점 납득이 간다. 길게는 30여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기득권을 독립구단과 나눠야 한다는 것도 마뜩찮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까. KBO가 발벗고 나서서 프로구단들을 설득했다면 분위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고양은 선수확보에 고심하는 기존 구단들에 20명 이상의 선수를 무상으로 제공해왔다. 2군팀과는 또다른 신예 선수육성의 장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올 상반기 프로야구판은 오심 논란으로 들끓었다. 서둘러 비디오 판독을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지만 KBO와 구단들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미온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하반기 도입이 이뤄지자 오심 논란은 금방 잦아들었다. 일부 보완해야 할 점도 있겠지만 비디오 판독 도입이 야구계의 고민거리를 단번에 해소한 것이다. 이는 KBO와 심판진이 과감히 기득권을 포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결단이 중요하다. 고양의 퓨처스리그 편입이 프로야구 발전에 도움을 준다고 판단했다면 그러한 방향으로 과감하게 추진했어야 한다. 하지만 KBO와 구단들이 기존 논리를 고수하며 미적대는 사이에 한국 유일의 독립구단은 해체의 수순으로 접어들고 말았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지난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그로부터 30여년간 많은 어린 학생들이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꾸면서 공을 던지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는 프로선수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한 패자부활의 장이었다.
 
하지만 이상은 현실을 극복하지 못했고 소중한 기회의 장은 사그라들고 있다. 우리 사회의 견고한 기득권을 또 한번 확인하는 것 같아 착잡하다.
 
손정협 문화체육부장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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