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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주주가 투표해야 자본주의가 건강하게 발전한다"
'Donate your Proxy for our Society' 주제 ‘제1회 Donate Proxy 포럼'
입력 : 2016-05-25 오전 6:01:00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프락시(Proxy)의 사전적 의미는 1. 대리(위임)권, 2. 대리인 정도로 나타난다. ‘대리’라는 뜻이 공히 들어가 있다. 우회접속이든 프락치든 프락시의 연상 단어들은 옅게나마 프락시라는 단어에 그늘을 드리운다. 지난 19일 오후 5시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제1회 Donate Proxy 포럼’이 열렸다.
 
포럼의 슬로건은 ‘투자로써 돈은 가족에, 프락시는 사회에(Invest your Money for your Family, Donate your Proxy for our Society)’이다. 프락시는 앞서 언급한 사전적 의미대로, 대리(위임)권, 구체적으로 주식의 위임장을 가리킨다. 기업책임시민센터 장현덕 공동대표는 환영사에서 “프락시는 주주 권리의 위임이다. 투자자와 시민사회는 프락시를 매개로 사회적 역할을 확대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프락시 운동은 기관과 개인투자자로부터 주주 권리를 유치하고, 시민사회에 프락시 형태로 대출하는 ‘프락시 은행’을 표방한다”라고 밝혔다.
 
Donate your Proxy for our Society
한국CSR평가 김정래 대표와 영국과 프랑스 합작 사회책임투자 연구기관인 Vigeo Eiris의 국제업무 담당 피터 웹스터 이사는 ‘프락시의 경제·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각각 국내와 국외에 초점을 맞춰 발표했다.
김 대표는 국내에 아직 생소한 프락시에 왜 주목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김 대표의 발표는 국내 SRI(사회책임투자) 운동의 문제점 검토로 시작했다. SRI는 기존의 투자에서 중시하던 재무적 위험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위험까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한 후 투자하는 방식이다. SRI는 투자(Investment) 또는 투자 철회(Divestment)로 기업이 경제적 성과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성과를 달성하게끔 유도한다. 김 대표는 “SRI 운동에 투자자들이 찬성은 하지만, 참여는 적은 게 근원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김 대표는 국내 SRI 운동의 문제점으로 ▲높은 SRI 지수가 높은 수익률을 담보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SRI 운동은 투자자들에게 도덕과 이익 중 배반적인 선택을 강요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고 ▲SRI를 실천할 수 있는 금융기관은 정작 사회적 가치에 관한 전문성이 부족하며 ▲기업을 투자해도 되는 ‘착한 기업’과 투자해선 안 되는 ‘나쁜 기업’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접근 등으로 진단했다.
 
김 대표는 “‘나쁜 기업’의 주식을 팔고 떠나면, 관계는 모두 청산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없어지며, 기업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기업들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 전략에서 벗어나, 오히려 투자함으로써 기업의 경영 참여해 사회적 책임을 포함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3년 전 ‘밀어내기’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던 남양유업 사례를 예로 들었다. “남양유업의 잘못이 드러난 뒤, 불매운동을 벌여 영업에 타격을 주고 주식을 시장에 투매해 주가를 떨어뜨려 결국 대국민 사과까지 받아냈다. 물론 부분적으로 효과를 거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 사건 이후 근본적으로 CSR 이행 수준이 높아졌는지, ‘착한 기업’으로 거듭났는지는 회의적이다.”
 
ESG SRI…“참여 없는 찬성”
이 지점에서 프락시를 통한 경영 참여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투자자는 프락시 은행에 주식 행사권을 위임한다. 프락시 은행은 공익적 전문성을 갖춘 시민단체에 프락시 형태로 대출한다. 시민단체는 대출받은 프락시로써 기업에 의견을 내고, 경영에 참여해 CSR의 이행을 이끌어낸다. 투자자는 투자처의 선택으로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어려움에서 벗어나 경제적 성과를 기준으로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고, 프락시 은행을 경유해 주주 권리를 시민단체에 위임함으로써 개인의 사회적 책임 역시 간접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주식시장의 큰손인 금융기관 주식 행사권을 시민단체에 위임함으로써, 사회적 가치에 관한 전문성 부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 집약된 주주의 권리를 위임받은 시민단체는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기업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현행법은 주주의 권리 행사에 관해 직접 행사와 서면에 의한 행사 외에도 전자투표·전자위임장 등의 방법도 보장하고 있지만, 김 대표는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의 행사율은 주식 수 기준 각각 1.76%, 0.14%에 지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행사되지 않는 주식들을 한곳에 모으면 큰 힘이 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시민사회단체가 필요한 상황에 위임받은 권리를 행사하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수익은 투자자가 가져가고, 주식에 할당된 경영권은 사회에 기부함으로써 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촉구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기업과 소통할 수 있는 대화 창구가 하나 더 늘었다 여기고 프락시 은행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며 발표를 맺었다.
 
프락시 투표는 책임투자의 부분
프락시의 경제·사회적 가치를 책임투자원칙과 국외 사례를 중심으로 발표한 웹스터 이사는 “책임투자원칙에 동의·참여하는 기관·투자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책임투자원칙은 ESG를 고려해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책임투자원칙에 함께하는 투자 주체들은 기업이 ESG를 얼마나 고려하여 경영하는지 관련 정보의 공개를 요구하고, 위임받았거나 소유한 주식으로 기업의 부진한 사회적 책임 이행을 독려하며, 때로는 아직 불거지지 않은 이슈에 관해 선제적으로 개입해 기업의 변화를 유도하기도 한다”며 국제적으로 책임투자원칙이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고, 빠르게 확산한다고 설명했다.
 
웹스터 이사는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제시했다. 미국의 경우, 이미 수십 년 전에 개신교·가톨릭·유대교 등을 아우르는 초교파적인 공동체에서 처음으로 프락시를 통해 환경·사회적 의제에 관해 기업에 압력을 행사하는 운동이 시작됐다. 웹스터 이사는 “특히 올해에는 기후 변화 관련 94개, 정치 관련 99개, 주주권 관련 72개 등 총 370개의 결의안이 제출되는 등 프락시를 통한 기업의 경영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활동이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웹스터 이사는 약 2460억파운드의 자산을 운용하는 영국의 대형 보험회사인 아비바를 예로 들었다. “아비바는 투자한 기업에서 발행하는 환경보고서를 평가해 해당 기업의 연례보고서에 찬성·반대·기권 등의 투표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환경에서 시작해, 기후변화, 인권, 노동, 비리 등의 다양한 ESG 주제로 확장했다. 각 분야에 관한 기업의 경영 방침에 대해 프락시 투표를 찬성·반대·기권 등으로 달리하고, 필요하면 이유를 설명한다. 그뿐만 아니라, 아비바는 이사회 선출과 회계 감사 등 기업의 다양한 활동에 개입해 기업의 더 나은 ESG 정책을 유도했다.”
 
웹스터 이사는 “프락시 투표는 책임투자의 부분으로서, 다른 책임투자 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는 부의 창출에도 이바지할 것”이라며, “이번 포럼을 시작으로 한국에서 프락시 운동이 성공하길 바란다”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지난 19일 오후 5시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열린 ‘제1회 Donate Proxy 포럼’에서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의 사회로 패널토론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유엔글로벌콤팩트 이은경 팀장,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국장, 양 이사, 소비자와함께 문은숙 운영위원,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국장, 환경운동연합 김춘이 운영처장. 사진/기업책임시민센터
 
김용재 KSRN기자
편집 KSRN편집위원회(www.ksrn.org)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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