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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도시농업은 도시화 시대를 사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다
도시농업 통해 식량자급·환경문제·공동체복원 해결
입력 : 2016-09-12 오전 6:00:00
서울시 강동구에 사는 경도영(21) 씨는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경기도 양평으로 향한다. 차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주말농장에 심어놓은 깻잎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가꿔놓은 텃밭에 계절별로 옥수수, 배추, 감자도 기르고 있다. 조립식 주택을 설치해놓아 수확한 채소를 바로 요리해 먹고는 한다. 삭막한 도시에서 벗어나 흙을 밟으며 깻잎을 따다보면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든다.
 
도시농업의 확산과 긍정적 효과
UN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82.5%에 달한다. 도시화율은 전체 인구 가운데 도시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도시 거주자가 많아지면서 도심 근처에서 자연을 찾으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전원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멀리 시골까지 나갈 형편은 안 되기 때문이다. 최근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이유다.
 
도시농업은 넓은 의미로는 도시나 도시 근교에서 곡식이나 가축 등을 생산하는 활동을 뜻하며 좁게는 도시민이 도시 내에서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농업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유형 분류에 따르면 도시농업은 주택활용형, 주말농장 같은 근린생활형, 도심형, 농장 및 공원형, 학교교육형, 기타 텃밭으로 나뉜다.
 
도시농업은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보이고 있다. 도시농업은 산업적 측면에서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하고 농사에 필요한 농업자재의 생산을 촉진해 농업 관련 산업을 활성화한다. 사회적으로 도시농업은 무너지고 있는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공동으로 텃밭을 가꾸며 이웃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농업은 환경적인 면에서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어 지속가능한 개발에도 부합한다. 도시농업이 활성화하여 도시 자체의 식량자급이 가능해지면 식료품 수송에 쓰이는 에너지를 절감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과 농수산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의 유휴공간 5100ha를 텃밭으로 활용한다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1만2000톤 줄일 수 있다. 이 밖에도 도시농업은 도심에서 농업지대를 형성함으로써 소음방지, 수질정화, 토지보전 및 지하수 함양 기능을 한다.
안전한 먹거리와 친환경적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증가하면서 도시농업은 전 세계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도시농업은 각 지역마다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도시농업을 진행하며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도 도시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
 
독일의 클라인가르텐과 커뮤니티 정원
독일 도시농업을 상징하는 것은 클라인가르텐(Kleinegarten, 작은 정원)이다. 20세기 초 도시빈민들의 빈곤과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클라인가르텐이 처음 형성됐지만 현재는 개인이나 가족이 여가나 오락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로 기능하고 있다. 독일인들은 주말뿐만 아니라 시간이 될 때마다 클라인가르텐을 찾아 휴식을 취하거나 채소 및 과일을 재배한다.
 
클라인가르텐은 독일 전역에 걸쳐 1만5000단지에 100만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용 도시민은 400만명에 달한다. 베를린에만 2012년을 기준으로 6만7961개의 클라인가르텐이 형성돼 있다. 19개의 지역협회와 1만5200개의 개별협회가 가입해 있는 여가정원연합회는 회원 수가 총 150만명으로 독일에서의 도시농업 열기를 보여준다.
 
클라인가르텐의 평균 단지면적은 3.3ha이며 1구획의 면적은 약 250㎡ 정도다. 8가구당 1구획의 클라인가르텐을 만들 것을 의무화한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독일은 연방 클라인가르텐법을 제정해 시설의 크기, 면적, 기타 공공시설물의 종류와 규모를 규정하고 있다.
 
최근 들어 독일에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도시농업 형태는 커뮤니티 정원(Community Garden)이다, 게릴라 정원으로도 불리는데 도시 내의 버려진 공간이나 공터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커뮤티니 가든으로 베를린의 프린세신 가르텐(Prinzessinnengarten)이 있다. 사용하지 않는 지하철역과 낙서로 가득 찬 벽으로 둘러싸인 아파트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여러 종류의 채소가 쌀자루, 플라스틱 박스 같은 용기에서 길러지고 있다.
 
크기는 축구장 규모인 약 6000㎡에 달하며 4월부터 10월까지 시즌으로 운영된다. 매 시즌마다 약 6만 명 이상이 프린세신 가르텐을 방문하고 있다. 방문객은 채소를 어떻게 기르고 수확하는지 그리고 거둬들인 채소를 어떻게 요리하는지 등을 배울 수 있다. 프린세신 가르텐 안에는 카페도 있는데, 그곳에선 직접 수확한 채소를 재료로 한 식음료를 맛볼 수 있다.
 
미국 플로리다의 '커뮤니티 가든(community garden)'.
 
공동체정신에 중점을 둔 미국의 도시농업
도시농업은 미국에서도 큰 이슈다. 지난 몇 년간 농민시장, 공동체지원농업, 공동체텃밭 등 도시농업을 다룬 많은 서적이 발간됐다. 지난 2012년 미국 영부인 미셸 오바마는 백악관 부지에서 텃밭을 가꾼 경험을 쓴 책을 내기도 했다. 미국에서 도시농업은 단순히 여가나 오락을 위한 활동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최근 발간되고 있는 일련의 서적들은 미국에서 식량과 도시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텃밭에서 작물을 경작하는 행위보다 공동체 활동을 더 중요하시는 경향이 있다. 미국 도시농업의 특징은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텃밭 경작이다. 미국공동체텃밭경작협회(ACGA)가 발표한 ‘2012 도시농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 사이 5년 동안 2,660개의 공동체텃밭이 새로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체텃밭 안에 기부텃밭을 따로 마련해 생산물을 지역 사회에 기부하는 일이 일반적으로 이루어진다. 시애틀 시는 공동체텃밭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1인당 연간 8시간의 자원봉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그린 섬(Green Thumb) 프로그램은 성공적인 도시텃밭 조성 사례 중 하나다. 사유지를 무단으로 점유해 도시텃밭을 가꾸고 있던 경작자들이 계속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시에 협조를 요청하면서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됐다. 그린 섬은 미국 내 최대 도시텃밭 프로그램으로 현재 600개소의 텃밭에 2만 명에 달하는 경작자가 참여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텃밭을 운영하고 지방정부가 예산이나 농자재를 지원하는 형태로 유지된다. 공동체텃밭마다 음악 및 미술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회원들은 이곳을 찾아 휴식을 취하고 여가시간을 보낸다.
 
시애틀의 도시농업도 그린 섬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 시애틀 시는 2008년 신설된 공원녹지세 중 일부인 200만 달러를 이용해 22개의 공동체텃밭을 조성했으며 지금까지 규모를 늘려오고 있다. 2013년 5월을 기준으로 시애틀에는 85개의 공동체텃밭이 운영되고 있으며 구획은 2750개에 달하고 경작자는 6000명을 넘어섰다. 시 공동체텃밭의 이용료는 면적 9㎡는 28달러, 18㎡는 50달러, 37㎡는 74달러로 정해져있고 저소득 계층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시애틀에서 대부분의 공동체텃밭은 기부텃밭을 따로 가꾸며 수확물을 푸드뱅크 등에 기부하고 있다. 시애틀 공동체텃밭의 두드러진 특징은 텃밭 운영의 중심적 가치를 저소득 계층이나 소수집단 지원에 둔다는 점이다. 경작자의 40%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수확물을 기부하고 있는데 2012년에는 약 12톤의 수확물이 기부됐다.
 
식량자급률 향상의 비밀, 쿠바의 도시농업
도시농업의 성공적 사례로 쿠바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소련을 포함한 공산권 국가가 붕괴하면서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이지만 쿠바는 도시농업의 긍정적 면을 잘 보여준다. 쿠바는 현재 도시 및 도시근교 농업활동으로 연간 190만톤의 채소와 과일을 생산하고 있다. 도시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수는 약 40만명 정도 된다. 주요 도시에서 소비되는 식량의 70%가 도시농업을 통해 생산되고 있어 도시의 식량자급률이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쿠바는 다양한 형태로 도시농업을 일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오가노포니코(Organoponico)다. 오가노포니코는 농사를 지을 만한 비옥한 토지가 부족할 때 집약적 형태로 유기농법을 실행하는 방법이다. 콘크리트 벽돌이나 컨테이너 합판으로 만들어진 판에 퇴비를 포함한 유기물질을 채워 채소 등을 재배한다. 도시 어느 곳에서든 작물을 경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3년 기준 쿠바 수도 아바나에는 97개의 오가노포니코가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이 높은 생산성을 보이는데 양배추, 무, 고추, 토마토 등이 생산된다. 알라마르 농장(Vivero Alamar)은 1997년 설립된 기초단위 협동조합으로 높은 생산성을 보이는 오가노포니코 중 하나다. 5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했지만 2013년 기준 약 180명으로 수가 늘었고 연간 300톤의 유기채소를 생산하고 있다.
 
집약텃밭(Huerto intensivo)도 쿠바의 도시농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컨테이너 안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오가노포니코와 달리 경작물을 토양에 바로 심어 기르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경지면적이 넓으며 생산된 농산물은 자급과 판매에 이용된다. 쿠바는 도시농업으로만 연간 10만 톤 이상의 채소와 허브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외에도 파티오라 불리는 안뜰과 소규모 텃밭, 자급 농장이 쿠바의 도시농업을 형성하고 있다.
 
도시농업을 통한 도시와 농촌의 연계
‘도시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도시농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도시농업 참여자 수는 2010년 15만명 수준에서 7.1배 늘어나 2014년 108만명으로 증가했다. 도시텃밭 면적도 같은 기간 동안 6.4배 늘어나 668ha로 증가했다.
 
초기 자발적으로 민간 영역에서만 이루어지던 도시농업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원되는 다양한 정책과 만나 체계를 갖추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3년에 ‘제1차 도시농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으며 서울시, 부산시. 경기도를 포함한 도시지역뿐만 아니라 전남, 경북 등 농촌 지역 지방자치단체도 조례를 제정해 도시농업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3월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그동안 추진해온 도시농업 종합계획을 확대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도시농업의 정책기조를 도시 생태계 조성을 통한 도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두고 농촌과 연계를 강화해 농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도시농업이 단순한 농작물 재배나 체험활동을 넘어 도시와 농촌을 연결해 양쪽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강동구 경도영 씨네 가족이 운영하는 주말농장. 사진/KSRN
정지형 KSRN기자
편집 KSRN기획위원회(www.ksrn.org)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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