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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환경은 지구 차원의 문제…개인에 맡겨서는 안 돼”
(사)푸른아시아 오기출 사무총장 강연
입력 : 2016-10-17 오전 6:00:00
“하늘의 신이 화가 나서 비나 눈이 아닌 흙가루를 땅에 뿌리는 ‘우토’를 내려 왕과 신하들이 몹시 두려워했다.”(삼국사기), “한양에 흙비가 내렸다. 전라도 전주와 남원에는 비가 내린 뒤에 연기 같은 안개가 꽉 끼었으며 지붕과 밭, 잎사귀에도 누렇고 허연 먼지가 덮였다. 쓸면 먼지가 되었고, 흔들면 날아 흩어졌다. 25일까지 쾌청하지 못하였다.”(조선왕조실록 명종 5년)
 
과거 기록에 따르면, 황사는 단순 모래폭풍에 불과했다. 2016년 현재, 몽골 사막에서 시작된 황사는 중국 산업지대를 거치는 과정을 통해 유해 화학물질을 포함하면서 기관지염이나 피부질환과 같은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등 우리나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시 금천구 구로공단노동자생활체험관에서 진행된 (사)푸른아시아 오기출 사무총장의 강연에서 오 사무총장은 몽골의 사막화 진행이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 죄책감 자극에 기반한 1회용 컵 사용 자제 권고 등의 자발적 노력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며 새로운 시각에서 환경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사무총장은 정부가 황사와 미세먼지를 따로 나누어 관리하는 방식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황사주의보와 미세먼지주의보를 따로 발령하고 있다. 황사와 미세먼지의 원인과 발령기준을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사는 기상청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중국 황사 발원지에 설치한 관측시설로 황사 발원 여부를 관찰하고 기상 상황을 고려해 황사 예보를 한다. 황사는 모래 알갱이여서 건강을 크게 위협하지는 않지만 중국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일부 유해 중금속이 섞였을 가능성을 고려해 기상청에서 황사 특보를 발령하고 있다. 황사로 인해 1시간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 400㎍/㎥(800㎍/㎥) 이상이 2시간 넘게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주의보가 내려진다.
 
반면 미세먼지는 원인을 대기오염물질로 구분하고 있으며, 호흡기 질환 등 건강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물질이어서 환경부가 관리한다. 국립환경과학원(대기질통합예보센터)이 하루 4번에 걸쳐 미세먼지 예보를 한다. 미세먼지주의보는 16개 지방자치단체가 발령하는데 해당 지역에 설치된 대기자동측정기기에서 관측된 1시간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가 150㎍/㎥ 이상 2시간 이상 지속됐을 때 발령된다.
 
오 사무총장은 "직경 10㎛ 이하의 먼지 현상이라는 정의에 따르면 황사도 미세먼지에 속한다"며 "모든 황사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중국을 거치며 납, 카드뮴, 어떤 때는 방사능 물질까지 섞인 대기오염 물질을 싣고 한반도로 온다" 고 말했다.
 
황사 관측은 기상청이, 미세먼지는 환경부와 지자체가 예보하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경보가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환경청(EPA)이 일괄 통제를 맡는 미국처럼 우리도 환경부로 관리를 일원화해 예보의 신속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오 사무총장은 “황사·미세먼지의 발원지를 대부분 중국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며 그동안 중국 발 대기오염에만 관심을 두었던 정부의 태도를 지적했다.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오는 몽골 발 모래폭풍인 황사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02~2014년 13년 동안 기상청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황사ㆍ미세먼지 발원지와 이동경로를 분석한 결과 중국 북동지역에서 온 황사는 전체 황사 미세먼지 중 약 18%에 불과하며 나머지 82%는 몽골 고비사막·내몽골고원·황토고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몽골의 사막화가 빨라지고 있고 2015년 봄부터 심각한 가뭄으로 비가 20㎜도 내리지 않은 지역이 대다수라는 사실이다. 몽골 자연환경관광부의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몽골은 기온이 30년간 2.1°C 상승하여 호수 1166개, 강 887개, 샘 2096개가 사라졌다.
 
오 사무총장은 “몽골만의 문제로 보면 착각이고 우리나라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2015년 우리나라에서 여름에 내린 비는 예년에 비해 40%도 되지 않았다. 가뭄에 따라 농업 생산량 역시 30% 이상 감소했다. 겨울에도 눈이 내리지 않아 스키장과 같은 연관 산업까지도 고통을 겪었다. 가뭄으로 인한 피해는 몽골과 우리나라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항공센터가 2015년 10월과 11월 연속으로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1도 이상 올랐다고 발표했다. 선진국, 산업국들이 만들어낸 온실가스와 동태평양의 엘니뇨가 기상이변의 원인이다. 현재 인류는 연 350억톤의 온실가스를 만들어 내고 있고, 그 중 아시아가 158억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중국, 인도, 일본, 한국은 전 지구적 온실가스 배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과도한 석탄사용은 환경오염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대기오염 또한 과도한 석탄 사용에서 비롯한다. 2013년 1월, 베이징 대기오염 수치가 993㎍에 이르자 시민들은 분노했고, 극에 달한 시민들의 불만이 중국 정부를 움직였다. 중국 정부는 2013년 7월 24일, 향후 2017년까지 2770억 달러를 투자해 베이징-허베이-텐진 대기오염을 25% 줄이기로 결정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석탄 소비를 10% 줄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은 오염원인 석탄화력발전소와 중화학 공업을 베이징 시민들의 눈을 피해 서북부 신장자치구와 몽골로 이전하고 있을 뿐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몽골에서 시작한 강한 바람이 베이징과 한국을 향하는 길목에 중국 서북부 지역이 있음을 고려하면 적절한 해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대기업들은 이에 신재생 에너지 개발이 대안이라며 새로운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 사무총장은 석탄화학발전소를 대체하기 위해서 “대기업들이 태양광발전기 설치를 주장하지만 환경문제를 가속화하는 방법”이라며 비판했다.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는 데도 막대한 석탄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의도와 달리 오히려 환경오염을 부추길 수 있다는 말이다. 환경 전문가인 도쿄대 야스이 교수는 태양광 에너지는 발전량이 일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체 에너지원으로 역부족이라는 부정적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두 환경전문가의 대체에너지에 대한 비관적인 진단은 그동안 환경문제를 개발을 통해 해결하려는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오 사무총장은 “환경문제는 지구에 무언가를 계속 설치하고 개발하려는 태도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에 덧붙여 “지구를 회복하는 방법은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의 회복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역 단위로 주민교육 및 주민조직 사업 등을 실시하여 환경문제에 보다 적극적인 사고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자본을 위해 탐욕을 멈추지 않고, 정부가 환경문제에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이를 움직일 수 있는 소비자들의 자세, 유권자로서의 자세도 중요해질 것이다.
 
오 사무총장은 “환경문제를 개인의 죄책감을 통해 해결할 것이 아니라 사회와 인류의 문제로 인식하는 자세를 수립해야 한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지속가능 바람’ 대학생 기자단 소속 대학생 저널리스트 이현수 씨는 “강연을 통해 몽골의 사막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은 G밸리 시민학교 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되었으며 전체 8번째 강연중 4번째 강연이다. (사)푸른아시아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1998년에 창설된 비영리단체로 몽골·미얀마에서의 나무심기와 사막화 방지 등 다양한 환경 보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설립을 주도한 오 사무총장은 시민정보미디어센터 사무총장, 사막화방지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2008년에 몽골조림사업의 공로를 인정받아 몽골정부로부터 ‘자연환경보호 지도자상’을 받았고 같은 해 대한민국 대통령 표창(환경보전 공헌)을 수상했다.
 
오기출 (사)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이 지난 6일 서울시 금천구 구로공단노동자생활체험관에서 열린 G밸리 시민학교에서 '미세먼지, 기후위기 시대에 무엇을 할 것인가?’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KSRN
구예원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rrn.org)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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