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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비싼 차가 과연 좋은 차일까
입력 : 2017-01-16 오전 8:00:00
난 운전을 많이 한다. 예전엔 매달 6000~7000Km, 요즘은 4000~5000Km 정도 운전한다. 우스갯소리로 지인들에게 운전이 직업이고 취미이고 특기라고 말한다. 긴 시간 도로에서 운전대를 잡고 정면을 노려보다보니 참 많은 것이 보인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차에 대해.
 
언제부터인지 수입차가 앞에 있으면 차간거리를 늘려 다른 차가 끼어들게 하거나 차선을 피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지 않을까 싶다. 어쩌다 잠시 딴 생각하다 앞차와 하면 아이쿠하고 튀어나가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하곤 차의 브랜드를 본다. 국산이고 작은 차일수록 안도감이 든다. 재수 없으면 내 차 값보다 더 많은 수리비를 내야한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자동차세와 자동차보험과 자동차수리비 구조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대부분 그렇게 생각할 텐데 제도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비싼 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도로의 귀족이 된지 이미 오래다. 개돼지들의 차와 같은 도로를 운전하는 것이 몹시도 불편한 듯 한 비싼 차들! 차라리 비싼 차 전용도로를 만들자고 하지 않는 것에 감사해야 할까?
 
가끔씩 교통위반 딱지가 날아온다. 카메라 앞에서 최대한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최선이 아니었나보다. 과태료를 내며 더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버스전용차로를 보란 듯이 내달리는 차들이 종종 있다. 대부분 차안이 보이지 않도록 새카맣게 썬팅한 차들이다. 처음엔 급한가보다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언젠가 명절연휴에 구급차를 빌려 전용차로를 질주한 사람이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깨달음이 있었다. 과태료가 부담되지 않는 이도 있는 거였다!
 
우리의 과태료는 교통법규 위반 정도에 따라 일률적으로 금액이 정해져있다. 대다수는 그 과태료가 부담되는 금액이다. 그래서 조심한다. 작은 트럭이나 택시에겐 하루벌이, 또는 그 이상이 과태료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북유럽 어느 나라에선가 대기업 회장의 사소한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가 얼추 2억원이었다는 해외토픽이 있었다. 과태료가 소득에 비례하여 부과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재벌총수라 해도 한 번 위반에 2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면 부담될 것이다.
 
그래야 한다. 누구나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실효성 있는 제재수단이 있어야 한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북유럽 복지국가들을 부러워하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이야기하는 정치인과 관료들도 북유럽국가 이야기를 많이 한다. 거창한 제도보다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 제도부터 바꾸는 것이 먼저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차에 대한 대화에서 우린 무의식중에 비싼 차좋은 차라고 말한다. 비싼 것과 좋은 것이 등치된다. 주머니가 두둑하지 않지만 현명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가성비로 따지면 이해하기 힘들다. 좋았던 시기, 고도성장의 시기를 살아오면서 돈이 곧 권력이고 지위가 된다는 생각이 깊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로서 를 드러내지 못하고, ‘으로 를 드러내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비싼 차가 나쁜 차일 수 있고, 싼 차가 좋은 차일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냥 비싼 차가 좋은 차다. 우리 도로에는 유난히 큰 차가 많은 이유일 것이다. 그 만큼 우리 삶은 팍팍해진다.
 
예전에 자동차 판매원을 만나 차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전해들은 얘기.
아유, 말도 마세요. 비싼 차와 수입차 상당수가 월부에요. 중고차이거나. 어떤 사람에게 차를 판 적이 있는데, 지하 단칸방에 살아요. 주차장도 없는. 주유소에 가서 만원어치 기름 넣고, 저녁은 라면으로 때워요. 그런데 주차는 호텔에 월정액 내고 해요. 비싼 차 호텔에 주차하고 호텔 커피숍에서 사람 만나야 사업이 된대요.”
 
요즘 촛불 이후에 정신 차리고 그 동안의 세상 돌아간 사연을 보니 참 많은 것이 이해된다. 우리 사회에는 고도성장의 긴 그림자가 아직 짙게 드리워져 있다. 시쳇말로 가오에 살고 죽는다. 그 방식이 통한다는 믿음이 남아 있다. 비싼 차가 곧 좋은 차라는 믿음도 가시지 않고 있다. 노인 절반이 빈곤 상태이고, 수많은 청년들이 실업이나 비정규직인 세상이 되었는데, 아직도 이 모든 사회경제적 가치를 대체한다.
 
이 믿음을 버려야 한다. 작은 전기자동차가 좋은 차가 되는 미래가 내일이기를 기대한다. 과태료가 소득에 비례하여 부과되고, 자동차세와 비슷한 수준의 재산세가 대폭 인상되고, 자동차 보험료는 찻값에 비례하거나 누진되고, 대중교통망이 확충되어 자가용보다 편리해지는 미래를 소망한다. 총리의 차가 기차역 안으로 들어오는 말도 안 되는 세상 말고.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 협동조합 이사장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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