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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숨은 인권 찾기
입력 : 2017-07-10 오전 8:00:00
유엔의 비전은 ‘태평성대’입니다. 모든 사람이 풍요롭고 평화로운 환경 속에서 인간다운 대접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이지요. 이를 달성하기 위해 ‘평화, 인권, 개발’이라는 세 가지 핵심 가치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포괄적’으로 핵심가치들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개별적이고 대립적인 시각이 아닌, 상호보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개발은 개인의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향유할 수 있는 물질적 기초를 제공하고, 평화는 개발과 인권존중이 실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인권은 개인의 자유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함으로써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실질적인 평화의 요건을 조성해주기 때문입니다.
 
지속가능발전 또는 사회적 책임의 의미와 핵심가치들의 구성 및 관계를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고 있는 다이어그램들 속에도 인권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TBL(경제, 사회, 환경) 모형, ISO26000, 3P(Profit, People, Planet) 모형,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모형, CSR 평가모형은 물론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10대 원칙,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등에서 인권은 다양한 핵심 가치 중 하나이거나 사회적 가치에 포함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다이어그램들이 의도치 않게 인권을 지속가능발전 또는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도구’ 중에 하나 또는 ‘개별화’된 이슈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권의 도구적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빈부격차 등 불평등 심화를 포함한 여러 가지 사회문제와 갈등의 원인을 다루도록 함으로써 개선을 유도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도구적 관점으로 인권을 협소하게 접근하면 더 효과적인 수단에 자리를 내주거나 폐기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쟁과 폭력이 인권보다 평화를 위한 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된 결과로 참혹한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접하고 있습니다.
 
인권을 ‘개별화’된 이슈로 전락시킨다는 것은 다른 이슈를 인권과 무관하게 인식하게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CSR에서 다루고 있는 거버넌스, 경제성장, 환경 이슈가 그렇습니다.
 
거버넌스는 견제와 균형을 위한 이사회 구조와 실행, 반부패 청렴 정책,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 주요 CSR 핵심이슈를 다루기 위한 시스템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투명한 거버넌스는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투자자의 재산을 보호함은 물론, 조직 구성원 및 외부 참여자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민주적 거버넌스는 경제성장의 과실을 기여도에 따라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고해 빈부격차와 빈곤 해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CSR 핵심이슈를 다루기 위한 시스템은 기후변화와 식수, 소비자 권리, 근로자의 노동권, 보건과 안전 등의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가능케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다양한 권리를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수익은 분배 과정에서 조직 구성원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보다 더 충분한 사회권을 향유할 수 있는 물질적 기초를 제공합니다. 자유권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능력을 지원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예로 교육 및 경제적 여건이 취약한 사람은 어떤 것이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인지 판단하지 못해 선거에서 불리한 선택을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계화는 그 능력을 지원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경제성장을 목적 자체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예로 IMF, WTO, World Bank 등 국제기구들을 앞세워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들을 구제한다는 미명아래 자국민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축소하도록 압력을 행사합니다. 기업의 이윤창출에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고통을 전가시키고 이들의 사회권 향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환경 이슈는 생명권 향유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인권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사막화, 종 다양성 파괴, 식수원 부족 등은 우리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요소들입니다. 그리고 기업 활동은 이들 부정적인 요소를 야기 시키는 주요인입니다. 환경의 특성상 일단 훼손되면 피해가 오래가고 부정적 영향 범위가 국가와 대륙을 넘어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기업의 주의가 필요한 인권 이슈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기업이 사회영역은 물론이고 거버넌스, 경제, 환경 영역에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한다는 의미는 기업 활동 과정에서 예상되는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부정적 인권영향을 다루는 것은 물론, 자원과 능력의 범위에서 지역사회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입니다. 인권은 CSR 이슈 중 하나 또는 CSR 이행을 위한 다양한 수단들 중 하나가 아니라 CSR의 목적인 셈입니다. 인권이 숨은 게 아니라 눈앞에 인권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김용구 기업과인권연구소 소장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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