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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정부의 탈원전 선언,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하는 역사적 사건”
(대담)박진희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상임대표·송상훈 (사)푸른아시아 전문위원
입력 : 2017-07-17 오전 8:01:00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을 천명했다. 새 정부는 지난 달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의 일시 가동 중단을 시작으로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신규 원전 건설 계획 전면 백지화 선언까지 확고한 탈핵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찬반여론이 팽팽하다. 시민·사회단체는 탈핵은 시대적 흐름이라며 정부의 정책을 반겼지만 야당과 원자력 업계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법적 근거가 없다며 공세를 폈다. 14일, 탈원전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대표인 박진희 동국대 교수를 만나 탈핵을 포함한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후변화 대응을 실천하는 국제 NGO (사)푸른아시아의 송상훈 전문위원이 대담을 진행했다.
 
-(송상훈)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선언을 했다. 신규 원전 신고리4호와 신한울1, 2호는 사실상 완공되어 가동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공정률 27.7%인 신고리 5.6호 공사 중단 여부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대통령의 결단에 대하여 논란이 많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박진희) 탈원전을 정부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은 국내 에너지정책이 만들어진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1978년도에 고리 1호기가 처음 가동된 이후로 지금까지 정부차원에서 원전을 멈추겠다고 한 적은 없었다.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탈원전을 반대하는 교수 417명의 성명서 발표가 있었다. 탈원전 정책 추진은 전력 수급 불안정, 에너지 안보 위기, 민생부담 증가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우선 에너지 안보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자.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원유 수입 5위, 석탄 수입 3위, LNG 수입 9위 국가이니 에너지안보를 위해서라도 원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에너지 안보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급의 안정성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해외 의존도는 96%에 달한다. 만약 가스 수송로가 봉쇄된다거나, 중동에서 석유공급이 중단된다면 우리나라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 즉, 해외의 급격한 변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면 해외에서 들어오는 에너지 공급 라인들의 안정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탈원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우라늄 자체는 수입을 해도 연료를 가공하는 기술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원전의 해외 의존율이 별로 높지 않다면서, 원전을 통한 에너지안보를 주장한다. 그러나 확실한 에너지 안보는 오히려 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해 가능하다. 풍력, 태양열 등의 재생에너지는 애초에 해외에 의존할 필요도 없거니와 안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이라는 문제를 갖고 있다. 전력수급에는 차질이 없을까.
▲원전과 달리 태양광, 풍력, 지열 등의 재생에너지 발전은 24시간 가동이 어렵기 때문에 간헐적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하나씩 단일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태양광, 풍력, 지열 등을 모두 결합해 복합발전을 한다면 간헐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복합발전을 위해서는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라는 기술적 전제가 있어야 한다. 아직 한국은 스마트 그리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폐쇄된 원전 설비용량 전부를 바로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래서 그 가교기술로 가스발전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2030년이 되면 모든 원전의 가동이 중단되는 것처럼 이야기 하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원전 zero'를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2021년에서 2030년 까지 원전 25기 중 11기의 가동을 중단하고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으면서 LNG를 통한 전력공급을 하겠다는 것이다.
 
-애초에 원전을 폐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잘못된 전력수요예측을 꼽기도 한다.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많은 전력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수요를 과도하게 예측해서 원전이나 석탄 화력발전소를 더 지으려 한다는 것이다.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제조업은 사실상 대부분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4차산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대부분의 산업은 저전력 산업으로 전환되지 않을까.
▲2030년까지 계획한 신규 원전은 7차 전력수급계획에 기초한 것이었다. 7차 전력수급계획은 2029년까지 연간 전력 소비량이 3.2%에서 3.5%씩 증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계산하여 발전 설비량을 계산했다. 그러나 2013, 2014, 2015년도 전력소비증가율은 3.5%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려 한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전력 예비율(현재 설비가 되어있는데 가동하지 않는 설비율)은 60%에 달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계산 결과에 따르면 가스발전을 늘리게 될 경우 2030년까지 원전의 수명연장을 하지 않더라도 총량공급에 있어 전력예비율은 15%가 될 것이기에 전력 부족 사태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4차산업은 저전력 저탄소 기술에 기반하므로 과도한 전력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 (인터뷰가 이루어진 이날, 전력거래소는 2030년 우리나라 전력 수요가 2년 전에 예측했던 것 보다 1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발표했다.)
 
-원전을 멈추면 전기료가 크게 인상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기료가 얼마나 인상될 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계산하기 어렵다. 한전에서 발표한 발전원별 판매단가를 기준으로 전기요금을 계산해보면 탈원전을 할 경우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것은 맞다. 120원 정도의 단가인 가스발전을 두 배로 증가시켜 원전의 공백을 메꾼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문 정부가 발전용 에너지 세제개편의 의지를 드러낸 만큼, 발전단가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발전용 유연탄은 거의 과세하지 않는 데 비해 LNG는 세율이 높은 편이다. 석탄 세율을 높이고 LNG 세율을 낮추도록 조정한다면 발전단가는 달라진다. 거기에 석탄과 원전연료의 외부비용(발전에 따른 사회·경제·환경적 비용. 가령 온실가스배출, 미세먼지, 대기오염, 국민 의료비용, 폭발사고와 방사능 누출, 폐기물 처리에 따른 제비용 등등)까지 모두 고려한다면 원전의 발전원가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원전 운영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면서 후쿠시마 같은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희박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원전 1위국인 미국에서 일어난 스리마일섬 사고, 원전 3위국인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 원전 4위 러시아의 체르노빌 사고 등을 보았을 때 사고는 예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지진 안전지대라고 생각해 왔지만, 경주 지진을 통해 그것이 아님이 드러났다. 그동안 비활성 단층이라고 생각했던 양산단층, 율산단층의 활성단층 가능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의 경우 주변 30km에 15만 명의 인구가 거주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 주변에 부산, 울산 등의 대도시가 있기 때문에 원전 사고가 날 경우 더욱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 자명하다. 국내원전은 기본적으로 규모 6.5에서 7.0까지는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지만 그 이상의 지진은 버티기 어렵다. 더 높은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낮다지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나. 원전사고를 완벽히 대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탈원전을 하는 것이다.
 
-원전이 풍력발전보다 CO2배출이 적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온배수 배출로 인한 CO2 발생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 동해의 CO2 농도를 측정하여 태평양과 비교하여 원전에서 배출하는 CO2를 추정해보았는데 1156만 톤이 나왔다. 이 양은 2013년 한국의 CO2 배출량 총계 6억9450톤의 1.2% 상당한다. 과연 원전이 탄소 중립적일까.
▲에너지원의 탄소배출량을 제대로 따져보기 위해서는 전 주기평가(LCA)를 해야 한다. 우라늄광산에서부터 시작해 최종적으로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고 이후 폐기처분하는 과정,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하는 데에서 나오는 탄소배출까지 모든 것들을 고려해야만 원전이 탄소중립인지 아닌지를 평가할 수 있다. 원전은 발전할 때, 엄밀히 말해 핵분열반응 과정에서는 탄소배출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탄소 중립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전 주기평가를 했을 경우에는 태양광과 원전의 탄소배출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무엇보다 탈원전이 중요한 이유는 폐기물 처리 문제 때문이다.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를 처리하는 기술은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그 어떤 국가도 가지고 있지 않다. 저장소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을 뿐이다. 고준위 폐기물 처리 대안으로 지층 매립이 이야기되고 있는데, 지층 매립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방사선 반감기를 고려해 10만년동안 지층에 아무런 지진이나 외부변동이 없어야 한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인류가 원전을 통한 에너지발전을 해왔던 이유는 원전 외에는 경제성 있는 에너지 개발 기술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대안들이 충분히 제시되고 있고, 그것이 바로 재생에너지다. 경제성과 안전을 맞바꾸는 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할 때도 되지 않았나.
 
-새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중앙 집중형 에너지 정책을 지방 분권형·분산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충남에서 화력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여 서울에 전력을 공급할 수는 있었지만, 오히려 충남은 미세먼지에 시달리게 되는 억울한 일이 일어났다. 에너지 분권화, 청정에너지로의 지역에너지 전환 등이 이루어진다면 충남은 에너지 자립이 가능해 질 것이다. 에너지에 대한 자치 권력의 강화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또한 에너지 소비자가 생산자가 될 수 있기에 에너지를 대하는 시민의 자각의식도 달라질 것으로 본다.
 
-기후변화 시대를 맞는 국가의 에너지 정책방향과 시민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지금까지 에너지 공급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에너지 전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다. 지금처럼 소비를 지속하면서 에너지 전환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하면 절대적인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원전 중단 여부를 넘어서서 수요관리에 방점을 맞춘 정책으로의 전환 및 법제개편이 필수적이다. 시민들 역시 전력 소비량을 절대적으로 감축하지 않으면 결코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노력해야 한다.
 
박진희교수(오른쪽)와 송상훈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이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SRN
정리 이소록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
 
 
<탈핵에너지교수모임>
2011년 11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탈핵의 필요성을 느낀 교수들이 모여 결성했다. 현재 정회원 100여명이 활동 중이며 다수의 후원회원도 참여하고 있다. 탈핵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강연, 토론회, 출판 사업, 연대활동을 주로 한다.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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