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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점화하는 바닷모래 채취 논란)국책사업 빌미로 구멍내자 '둑' 무너져…뒷수습 못하는 정부
입력 : 2017-11-23 오후 6:25:17
[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최근 불거지고 있는 바닷모래 채취 논란은 건설용 모래 부족에서 시작한다. 비교적 채취가 쉽고 해역이 넓은 남해를 중심으로 모래 채취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 바닷모래를 건설 용도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당시 부산신항 건설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매립에 필요한 모래가 매우 부족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남 통영 욕지도 남단 50㎞ 지점에서 바닷모래 채취를 허용했다. 하지만 건설 공사에 들어가야 할 모래량이 지속적으로 부족하자 바닷모래를 더 퍼내야 한다는 의견이 2004년부터 대두됐다. 당시 어민들은 환경 오염을 우려로 반대했지만 국책 사업이란 명분 때문에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국책사업을 시작으로 건설경기가 활성화되면서 민간 사용에 대한 요구도 잇따르기 시작했다. 골재채취 업자들이 아파트 건설을 목적으로 바닷모래 채취 허가를 당시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 내기 시작했다. 결국 2008년 부산신항 건설용 골재 확보를 위해 국책사업으로 한정해 허가를 받은 남해 EEZ 모래 채취가 민간까지 확대된다. 건설업계가 골재 확보가 쉬운 바닷모래에 대해 경제적인 논리를 앞세워 정부를 압박했고, 정부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계속된 바닷모래 채취로 해양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골재 채취를 주관하는 국토부와 해양환경관리를 담당하는 해양수산부에 대한 어민들의 원망도 높아졌다.
 
문제는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부처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우왕좌왕 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문제 발생 지역이 바다고, 어민이 연계됐다는 이유로 해수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해양수산부는 골재채취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국토부와 달리 관련부처와 협의만 가능해 주도적으로 해결한 위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난 3월에는 어민들이 4만여척의 어선을 띄우고 대규모 해상시위를 벌이며 모래채취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연송 바닷모래채취 수석대책위원장은 "바닷모래 채취로 물고기 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것이 다 빨려들어가고 원상복구도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수산업과 건설업이 고루 발전할 수 있는 혜안을 찾고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수부는 현재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협의해 이후 바닷모래 사용은 국책용으로 한정하고 채취 물량도 최소한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장묘인 해양보전과장은 "모래 채취와 관련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해양환경을 관장하는 해수부는 현재의 채취 방식과 관리 여부가 적정한지에 대해 제도 개선 방안을 국토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조만간 나오는 '바닷모래 채취 관련 제도개선 연구 용역' 결과와 자체적인 수산자원·해저지형 영향조사 등을 바탕으로 국토부와 협의를 통해 연말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도 바닷모래 채취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김 장관은 "바다는 주인 없는 무주공산이 아니며 국민 자산·국가 자산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며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모래 공급 경로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다 근본적인 갈등 해결을 위해 바닷모래 채취에 대한 허가권을 해수부로 옮겨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최인호 의원은 EEZ에서의 골재채취·허가 지정권자를 국토부 장관에서 해수부 장관으로 변경하고, 지정신청 및 관리권한을 한국수자원공사에서 해양환경관리공단으로 변경해야한다는 내용의 골재채취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최 의원은 "우리나라 경제주체 가운데 그 누구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바다를 파괴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으며, 국민 모두가 후손들을 위해 바다를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무분별한 바다모래 채취로 인한 해양환경 훼손과 수산자원 감소를 방지하고 해역이용영향평가가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현행법을 개정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이해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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