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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기후변화 대응, 기술혁신과 사회적 약자 배려 병행해야”
김종우 (사)푸른아시아 대외협력국장 COP23 참가기
입력 : 2017-11-27 오전 8:00:10
지난 6일부터 17일까지 독일 본에서 제 23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3)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당사국 197개국과 2만5000여명의 기후 변화 관련 연구기관, 산업계, 시민단체 종사자가 참여했다. COP23에 참여하고 돌아온 (사)푸른아시아 김종우 대외협력국장(사진)에게서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COP23는 어떤 의미를 가지나.
COP23은 2015년에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이행과정을 확인하고 내년 폴란드에서 열릴 COP24를 준비하는 총회였다. 지구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1.5도에서 2도 이하로 낮추기로 한 파리협약의 목표를 감축, 적응, 투명성, 탄소시장, 재원 측면에서 다루어 보는 시간이었다. 의제별 이행 지침이 내년 COP24에 최종 확정되는 만큼 국가별 노력이 잘 진행되고 있는 지 점검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국가별기여방안(NDC)의 타당성과 명확성을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는 어떤 것이 있는 지 살펴보는 것이 핵심이었다. 또한 적응 보고,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의 투명성, 새로운 국제 탄소 시장의 설립 등을 다루었다.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것 중 하나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재원 조성 방안이었다. 개도국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선진국에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하고 그 지원금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을 것인지 토의를 거쳤다. COP23 개최 얼마 전 발표된 유엔환경계획(UNEP)의 ‘배출량 간극 보고서 2017’ 내용 또한 논의됐다.
 
-COP23을 앞두고 발표된 ‘배출량 간극 보고서 2017’의 중점 내용은 무엇인가.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목표 감축량과 세계 각국의 감축 목표 차이를 ‘배출량 간극’이라고 부르며 10월 31일 ‘배출량 간극 보고서’를 발간했다. 국가의 행동과 지침이 전 세계 온실가스 전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진단을 담고 있다. 더불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장기적인 계획이 현실적으로 수행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UNEP는 2010년부터 매년 ‘배출량 간극 보고서’를 발간한다. 이번 보고서 역시 NDC를 통해 수행하고 있는 국가들의 배출량 완화 노력과 계획을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보고서는 현재 각국이 내어놓은 약속을 그대로 이행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설정한 배출량 감소목표의 3분의1밖에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지적했다. UNEP 에릭 솔하임 사무총장은 보고서에서 ‘배출량 간극’을 ‘위험한 간극(dangerous gap)’이라고 칭하며 “지구평균기온 상승폭 목표 한계치인 2도를 넘기지 않으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배출량 간극 보고서 2017’의 진단과 함께 해법도 호응을 받았나.
대체로 그렇다. 온실가스 발생 원인의 70%는 화석연료와 시멘트 생산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온실가스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솔하임 사무총장은 보고서를 통해 기술 혁신과 투자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신재생 에너지 발전에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솔하임 사무총장은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기대를 피력했다. 또한 녹색기술 시장을 성장시키는 정책과 경제적 제도가 기후 변화 극복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이 보고서에 함께 제시되었다.
 
단순히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기후 변화라는 위기를 오히려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관점은 예전과 다른 접근 방식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한 의지 ▲산업계의 기술 혁신 ▲시민사회의 압력 등 세 섹터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산업ㆍ금융계가 협력하여 시행 가능한 혁신을 빠르게 모색하고 시민사회는 이러한 혁신이 적정한지 또한 지속적으로 시행되는지 감시하고 격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술 혁신이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요소이긴 하지만 함께 고려할 사항이 있지 않은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선진국 주도의 혁신이나 기술 발전만으로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온실가스 배출과 같은 거대한 문제의 해법이 시장 및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다면, 그 과정에서 도외시될 현안을 찾아내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기후 변화를 단순히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 문제라고 진단할 것이 아니라 거기서 발생하는 여성이나 아동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문제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시민 의식 함양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 혁신이 물론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시장이 기후 변화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러한 인식 하에서 시민의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기후 변화 대응 노력은 지속되기 힘들다. 따라서 위기를 경제적 기회로만 보는 방식은 위험하다. 인류가 기후 변화를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을 여러 방면으로 모색해야 한다. 시민 사회는 윤리적 접근을 통해 기후 변화를 저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COP23 현장 분위기는 어떠했나.
COP23는 두 가지 존(Zone)이 존재하는 기후 캠퍼스(climate campus)로 기획되어 진행되었다. 블라존(Bula Zone)에서는 각국 정부의 발표가 있었고 본존(Bonn Zone)에서는 다양한 공개 행사 및 부수 행사, 전시가 열렸다. 아무래도 본존에서 참여를 유도하는 행사가 많이 열렸던 만큼 활동가들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쏠렸다.
 
각국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부스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이 모여 서로의 관심뿐만 아니라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장이라는 측면에서 의의를 가졌다. 타국의 환경 단체들도 푸른아시아가 중시하는 인간 개발을 통한 기후 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기후변화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활동가들이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사실 선진국의 활동가들은 여건상 대체적으로 이론가일 수밖에 없다. 현장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은 개도국 활동가들이다. 피해자가 주인이 되어 문제를 누구보다 주체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푸른아시아는 어떤 행사를 열었나.
ICE네트워크(Inter-religious Climate & Ecology Network), WRST(Western Regional Climate Center), INEB(International Network of Engaged Buddhists)와 함께 16일에 ‘종교 커뮤니티의 기후변화 대응 접근’이란 행사를 주최했다. 이 행사는 작은 커뮤니티들이 어떻게 에너지 자립을 실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실천을 통해 공동체가 직접 겪은 의식과 생활상의 변화를 보여주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푸른아시아는 몽골 사막화에 대응하는 7개 지역의 조림 및 주민자립지원 사업을 소개했다. 주민이 주체로 참여한 미얀마의 떼야 마을과 냐웅우 지역의 ‘공동체숲(Community forestry)' 사업도 공개했다. 몽골과 미얀마의 이 지역사회들의 삶이 지속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다른 곳에서도 변화의 가능성을 자각하게 되기를 기대했다. 기후 변화와 관련된 시민 사회 단체를 견제와 감시의 기구로만 생각하지 않고 변화의 주체로도 받아 들었으면 좋겠다.
 
-파리협정 탈퇴 선언을 한 미국 정부는 에너지 회사 대표들과 함께 ‘깨끗한 화석연료와 원자력 발전’ 행사를 열었다고 들었다. 당시 반응이 어떠했나.
미국 행사 1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몰렸다. 긴 줄이 늘어섰고 우리도 합류했다. SNS를 통해 시민활동가들이 행사 내용을 공유하고 시위를 기획했기 때문이었다. 행사장에 들어서기 전 갑자기 보안 수색을 다시 한다고 했다. 사람이 너무 몰리자 행사 참가 인원이 200명으로 제한됐다. 이 때문에 아쉽게도 푸른아시아 활동가들은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미국 정부와 기업이 깨끗한 화석연료와 원자력 발전을 주장하자 활동가들은 그들을 등지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SNS로 하나 되어 모인 사람들은 지금 당장 기후 변화에 대응하라는 메시지를 담아 ‘God Bless the U.S.A.’를 개사해 미국의 결정을 비판했다. 문 밖에서도 호응이 이루어졌다.
 
-행사를 방해한 건 심하지 않았나.
기후 변화 저지를 위한 국제회의에서 미국이 화석연료와 원자력 발전이 깨끗하다고 외치는, 단 하나의 행사를 열었다는 사실은 트럼프로 대표되는 미국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총회 참여자 대다수가 분노했고, 시위를 통해 자연스럽게 분노를 표출했다. 트럼프가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함에 따라 감축량의 확정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올해 배출량 간극 보고서에서도 ‘위험한 간극’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는 와중에 뻔뻔하게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미국 정부와 기업에게 마땅한 대우였다고 생각한다.
 
15일 오전 독일 본에서 COP23 기후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김종우 (사)푸른아시아 대외협력국장(왼쪽 네번째)과 오기출 사무총장(다섯번째) 등 각국 시민단쳬 활동가들이 시위를 펼치고 있다. 사진/KSRN
 
서지윤 KSRN기자
편집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www.ksrn.org)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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