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금투협회장 선거 '오리무중'…권용원, 대형사 '반 키움' 여론에 주춤
'권 사장 비토' 여론확산에 다시 혼전양상 …황성호·손복조, 추격전도 위력적
입력 : 2018-01-23 오후 3:17:37
[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신임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막판 선거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그동안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지만 대형사의 반키움 정서가 부각되는 가운데 다른 후보들의 추격세가 뜨겁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5일 열리는 제4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획득하는 후보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애초 3파전으로 압축됐을 때, 현직인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자산운용협회의 분리와 독립 지원을 약속한 황성호 전 대표가 맹추격을 시작했다. 여기에 권 사장에 대한 대형 증권사의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면서 막판 변수가 됐다.
 
권 사장의 약점은 대형사들의 '반 키움' 정서다. 2000년 키움닷컴증권으로 출발한 키움증권은 온라인 증권사라는 점을 내세우며 저렴한 수수료로 개인 고객들을 끌어모으며 2005년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키움증권이 적정 가격 이하의 온라인 수수료를 무기로 시장점유율을 늘리면서 대형사들이 브로커리지 경쟁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이후에도 주식 매매수수료는 점점 떨어지고 제 값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대형사 구조조정의 한 원인이 됐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키움이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워 업계를 혼탁하게 만들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또 무료 수수료 경쟁을 촉발시킨 키움증권이 신용융자 이자를 가장 비싸게 받아 수익을 챙긴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키움증권은 권 사장이 부임한 이후 줄곧 최고 12%(1~15일) 수준의 높은 이자율을 유지하다 비판이 이어지자 지난해 말 금리를 낮췄다.
 
권 사장은 지난 2014년 업계 최초로 펀드 최저가격보상제를 시행했다.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의 최저가격보상제가 출혈 경쟁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다. 실제로 2014년 이후 펀드 판매 수수료는 최고 0.04% 포인트 이상 낮춘 증권사도 있었다.
 
문제는 협회장 선거에 영향력이 큰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이런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장 선거 의결권의 40%는 회원사들이 1개사 당 1표를 행사하는 동일 비율에 따라 주어지고, 나머지 60%는 회비 분담율에 따라 가중치가 적용된다.
 
회비 분담율은 회원사별 자기자본 규모, 조정영업수익에 따라 정해지는데 회비분담금 비중은 정확히 공개되진 않았으나 대형사는 수십억원, 소형 운용사는 1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즉, 대형증권사들의 표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현실이다.
 
황성호 전 대표는 국내외 은행과 카드, 투자금융, 증권사 대표를 두루 역임한 경력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4차산업 기반의 금융환경에서는 다양한 경험이 많아 적임자라고 주장하며 세를 넓혀가고 있다.  황 전 대표는 "각 산업환경과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기 때문에 업권 간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을 위한 최적의 후보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이해할 수 있어야 협상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약으로 내세운 자산운용 협회 분리안이 자산운용사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도 득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약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에 대해 황 전 대표는 "1500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현 상황 상 '갑을관계'를 맺고 있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한 조직 안에 붙어있는 게 옳지 않다며 분리 또는 부문별 대표이사 체제로 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고수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는 투표권을 가진 241개 금투협 회원사 가운데 169곳에 달해 선거가 접전으로 펼쳐질 경우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협회장 재수생이라는 부분도 어필받는 요소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황 전 회장은 다른 후보들보다 준비 기간이 두배다. 이미 협회 운영에 대한 구상이 있는 것이 강점"이라며 "선거 결과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지만 1차 투표에 과반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복조 후보는 후보들 가운데 가장 긴 업력을 갖고 있다. 1951년생인 손 후보는 1984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1990년부터 1996년까지 도쿄사무소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대우증권 본부장, TMAX SOFT 대표이사, LG투자증권 사업부장, LG선물 대표이사, 대우증권 대표이사 등을 지낸 뒤 토러스투자증권을 설립했다.
 
손 후보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대우증권을 업계 정상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손 후보는 2004년 6월부터 2007년 6월까지 대우증권 대표이사를 지냈는데, 대우사태로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며 부진에 빠졌던 대우증권을 살린 장본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브로커리지 강조와 함께 리테일 전략을 강화했고, 취임 전 7800억원대였던 영업수익을 2007년 2조75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제4대 금융투자협회장 최종 후보자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사장,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 (왼쪽부터) 사진/각사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이종호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