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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은행권 채용비리, 엄중 처벌로 본보기 보여줘야
입력 : 2018-01-30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은행 등 국내 11개 은행을 대상으로 채용비리를 검사한 결과 대부분 은행에서 비리 정황이 적발됐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의 채용비리와 함께 우리은행의 특혜채용 의혹이 제기되며 채용비리는 금융권 전반에서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단어로 떠올랐다.
  
당시 은행권들은 채용시스템을 자체점검 결과 일부 채용시스템에 미비점이 있지만 부정청탁이나 채용사례는 전혀 없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이번 조사에서 채용비리 22건, 미비한 채용시스템 11건이 적발됐다.
 
은행 1곳당 채용비리 2건에 채용시스템 미흡이 1건으로, 눈가리고 아웅 하듯 자체조사를 한 셈이다.
 
금융권이라면 흔히 청년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꼽힌다. 반듯한 이미지에 흔히 고액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한 취업사이트가 취업준비생이 입사를 희망하는 인기 기업 322개의 평균연봉을 조사한 결과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기업은 평균 1억1100만원의 하나금융지주였다. KB금융지주는 하나은행과 100만원 차이로 3위를 차지했다.
 
때문에 금융권의 채용비리가 사회에 주는 박탈감은 남다르다. 국감 당시 심상정 의원도 우리은행의 ‘2016년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에 대해 "이 문건을 보는 수십 수백만 취준생들과 빽 못 써주는 부모님들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일 것이다. 이런 대한민국을 만들어놓고 어떻게 청년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고‘아프니까 청춘이다’따위의 말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일갈로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적발까지 잘 했던 금융당국의 대응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금감원은 해결책 중 하나로 은행연합회와 ‘채용 관련 모범규준(Best Practice)’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이번 적발 사례를 보면 전 사외이사 자녀가 서류전형에서 공동 꼴지를 해 동점자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쿨하게 서류전형 합격자수를 늘려 전형 통과 후 최종 합격조치 했다.
 
불합격대상이었던 명문대학 출신 지원자 7명에 대해 임원면접 점수를 인사부서에서 임의로 올려 합격 처리하고 수도권 등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은 합격 대상임에도 점수를 깎아 탈락시켰다.
 
공개채용 필기시험에서 임직원 자녀에 가산점 15%를 부여하도록 내규에 명시하는가 하면 채용추천 대상자에 대해 임의로 서류전형 통과 혜택을 부여했다.
 
사례가 보여주듯 은행권에 채용관련 모범규준이 없어서 채용비리가 발생한 게 아니다. 상식적으로 통용돼야 하는 도덕적 판단을 은행권이 눈감은 것이다.
 
필요한 것은 규범이 아니다. 수사기관에 이첩한 결과에 따라 관련 책임자를 비롯해 나아가 CEO 등 임원까지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 또 사건이 터진 후 나선 이번 조사와 달리 주기적으로 강도 높은 조사를 실시해 지속적으로 채용비리에 대한 경계심을 심어줘야 한다.
 
소시민들의 ‘빽’ 없고 ‘줄’ 없는 서러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처음으로 공정한 채용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적용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해본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양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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