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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사회 문제 해결 위한 새로운 접근법, ‘콜렉티브 임팩트’가 뜬다
2011년,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 통해 개념 최초 등장
입력 : 2018-02-26 오전 8:00:00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공교육 시스템의 개혁을 시도했다. 포드, 애넌버그 같은 큰 재단들이 수십억 달러의 기부금을 내놓았지만 매년 10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중학교를 중퇴했다. 미국 공교육 시스템의 전반적인 개선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신시내티주의 비영리단체 ‘스트라이브 투게더(Strive Together)’는 신시내티와 북부 켄터키 주 전역에 걸쳐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향상시켰다. 민간 재단, 시 공무원, 대학 총장, 수백 개의 교육 관련 비영리 단체 등 300명 이상의 지역 내 지도자들의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도자들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향상과 공교육의 개선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세웠다.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활동을 버리고 집단적으로 문제에 접근했으며, 공통의 평가지표를 통해 개선점을 파악했다. 이후, 4년 만에 신시내티 주는 공교육 시스템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어냈다.
 
콜렉티브 임팩트란
신시내티의 이러한 변화는 최근 국내 사회공헌 분야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콜렉티브 임팩트란 정부, 기업, 시민단체, 학회 등 여러 조직이 유기적인 동반자 관계를 맺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2011년 미국 유명 사회 혁신 잡지인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SSIR : 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를 통해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과 지역, 사회단체를 포함한 다양한 조직이 함께 협력하고 그 혜택을 함께 누리는 것이 핵심 개념이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수많은 개인, 기관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개별 조직마다 추구하는 방향과 시도하고자 하는 방법이 달라 효과적인 성과를 이루어내지 못했다. 더욱이 사회 문제의 원인이 복잡해졌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어느 한 분야 조직만의 참여로는 사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최근 국내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공동의 목표 아래 구조화한 접근을 꾀하는 콜렉티브 임팩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성공적인 콜랙티브 임팩트를 위한 5가지 구성요소
SSIR은 콜랙티브 임팩트가 성공하기 위한 다섯 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공동의 목표’ 다. 정부 기관, 비영리 단체, 지역사회 등 모든 조직이 문제해결을 위한 하나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해결하려는 문제에 대한 공동의 이해와 모두의 동의를 기반으로 공동의 접근이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공동의 성과 측정 체계’다. 참여하는 모든 조직에 대해 하나의 지표를 기준으로 지속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성과를 측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조직이 목표를 향해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
 
세 번째는 ‘상호 활동 촉진’이다. 서로 다른 분야에 걸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함으로써 서로의 실행 계획에 있어 영향을 주고 강화하면서 각 조직의 차별화한 활동을 조정하고, 다른 이들의 활동과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
 
네 번째는 ‘지속적인 의사소통’이다. 전 조직에 걸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상호 신뢰, 장기적인 교류를 위해 필수적이다.
 
다섯 번째는 ‘중추 지원조직’이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각 조직이 매진하기 위해서는 전체 프로젝트의 중추 역할을 할 독립적인 기관이 필요하다. 중추 기관은 비전 및 전략 가이드, 지원 연계 활동, 공동의 성과측정방법 결정, 여론 형성, 정책 추진, 재원 모금 등의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
 
해외의 성공적 콜랙티브 임팩트 사례
이미 해외에서는 콜랙티브 임팩트에 대한 인식이 넓게 퍼져 논의 및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SSIR은 2011년 이후 꾸준히 콜랙티브 임팩트에 대한 기사 및 칼럼을 게재하고 있으며, 전략, 연구, 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 기관인 ‘프리 스탠더드 그룹(FSG)’는 콜랙티브 임팩트의 컨설팅 및 평가 가이드를 제공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콜랙티브 임팩트가 성공적으로 실행된 사례들이 많이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시는 1990년대 이후, 미국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쇠퇴했다. 도시가 쇠퇴해가면서 디트로이트의 고등학교 평균 졸업률은 58%까지 떨어졌다. 문제 해결을 위해 GM은 2011년부터 ‘네트워크 어브 엑셀런스(Network of Excellence)’ 라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수학 또는 과학에 뛰어난 GM의 직원들은 직접 학교로 가 학생들을 지도했다. 또한 GM은 디트로이트의 교사들과 협력하여 멘토링을 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 동기를 높이기도 했다. 그 결과 일부 학교에서는 고등학교 졸업률이 90%까지 상승했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수한 성장을 보인 학생들을 GM의 사원으로 뽑혔다.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GM은 디트로이트시에서 신망을 높일 수 있었다.
 
세계적인 초콜릿 회사 MARS는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농가의 삶을 개선시켰다. MARS는 코트디부아르의 농가에서 나는 코코아를 원재료로 제품을 만들었는데, 농민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역 정부, NPO 등과 협력하여 농가 발전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MARS는 선진농법을 전수하고 농민들의 영양 상태를 개선했다. 그 결과 농가의 코코넛 수확량은 단위 면적당 3배나 증가했고 농민의 소득도 크게 증가했다. MARS 역시 전보다 더 나은 품질의 코코아를 보다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미국 매사추세스주의 써머빌 초등학교 또한 콜랙티브 임팩트의 성공적인 실행 사례다. 써머빌 초등학교는 대학 및 연방정부 등과 협력해 Mass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학교들은 학생들의 과체중을 막기 위한 여러 신체 활동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지역의 음식점들은 역시 건강한 음식을 제공했다. 그 결과 아동의 비만율은 크게 감소했다. 미국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던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 각 주체가 협력하여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친 것이다.
 
국내의 성공적 콜랙티브 임팩트 사례
국내에서는 아직 콜랙티브 임팩트라는 개념이 생소하지만, 몇 가지 성공 사례가 존재한다.
온누리열효율개선사업은 소외계층에도 에너지 복지를 실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국가스공사의 사회공헌 활동이다. 2010년부터 저소득가구 및 장애인, 아동, 노인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가 주로 이용·생활하는 사회복지시설의 바닥 난방, 벽체 단열, 창호 교체 등 난방열 효율을 개선해주는 ‘온누리 열효율 개선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전국 13개 시도의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의 가구와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사회복지시설의 난방시설을 개선하여 소외계층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며, 자활공동체에 의한 집수리로 사회적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가져오고 있다.
 
포스코의 ‘두근두근 드라이빙’ 역시 국내 콜랙티브 임팩트의 대표적인 실행사례다. ‘두근두근 드라이빙’은 다문화가족 운전면허 취득 지원사업으로 포스코건설, 인천지방경찰청, 인천 YWAC의 힘을 모아 운영된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수혜대상자를 선정하고 학과시험, 교육, 국가별 통역원을 지원한다. 포스코 건설은 결혼이민여성들이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데 드는 교육비를 지원한다. ‘두근두근 드라이빙’ 홈페이지에는 6개국 언어로 시험에 필요한 자료가 등록되어 있다. 특히 홈페이지에 업로드되어있는 강의는 운전면허 학원에 재직 중인 강사가 직접 참여했다. 인천지방경찰청 등 지역사회의 여러 기관 및 기업이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총체적 접근 통한 효과적 사회 공헌 활동 필요해
최근 국내 기관 및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전보다 다양하고 더 많은 사회 공헌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사회공헌정보센터에서 발간한 ‘2017 기업 사회공헌 10년의 변화와 탐색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주요 600대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액은 2006년 1조8048억원에서 2015년 2조9020억원으로 총 지출액 대비 약 6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기업 투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와 이해관계자의 체감도는 미비하다. 그동안 이루어진 국내 사회공헌 활동들이 개별 조직들의 서로 다른 목표와 구조 아래 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하나의 원인이다.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은 “사회가 장기적으로 나아지기 위해서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총체적이고, 지속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여러 이해관계자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주체로서 유기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공공의 가치를 추구하여 보다 효과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온누리열효율개선사업은 소외계층에도 에너지 복지를 실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국가스공사의 사회공헌 활동이다. 사진/한국가스공사
이소록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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