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가 은행권 채용 절차 가운데 임직원 자녀, 명문대학 졸업자 등 출신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의 불공정 내규를 손질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금융감독원은 채용 절차에 이 같은 미흡한 점이 있는 은행들에 시정 권고를 내렸으나, 해당 은행들이 자체 개선에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관련 내용을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과 은행연합회는 채용시스템 전반에 대한 자체 점검을 진행한 이후 지난주부터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아직은 태스크포스(TF) 구성과 앞으로 작업 방향 등에 대한 논의에 머물렀지만, 은행권 채용 절차의 대표적인 미비점에 대한 보완을 우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은행에선 임직원 자녀 등 출신만으로 가산점을 주는 내규가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임직원 자녀에게 특혜를 준 것이 절차적으로는 내규를 준수한 것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의 상식에서 한참 벗어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력직 채용에서는 우대조건이 불분명하거나, 채용 절차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으면서 특혜 채용의 여지를 주는 내규상의 미비점도 다수 발견됐다"며 "해당 은행에 채용 프로세스 개선을 권고했지만, 권고만으로는 쉽게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모범 규준에 반영할 수 있도록 업권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이 실시한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 결과, 채용비리가 적발된 은행과 별개로 다수 은행에서 채용절차상의 미비점이 드러난 바 있다. 대표적인 미비점으로는 임직원 자녀와 상위권 대학 출신 채용에 가산점을 주는 불공정 내규와 합격자 선발 및 우대조건이 불분명한 점, 경력직 추천과 관련한 제도가 미흡한 점 등이 꼽힌다.
실제로 일부 은행은 내규에 공개채용 필기시험에서 임직원 자녀에게 가산점 15%를 주도록 명시하는가 하면 명문대학 출신에게 임원 면접점수를 높여주는 등 비공식적인 내부 우대기준이 따로 있었다. 글로벌사업 부문 인력을 특별 채용하면서 채용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점수가 하위권임에도 불구하고 채용된 사례도 있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내규에 따라서 채용을 했기 때문에 채용비리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채용비리를 시인하는 것으로 비칠까 부담스러워 내규 개선에 소극적인 부분이 있다"며 "지배구조 모범 규준처럼 채용 모범 규준을 마련해 내규를 바꿀 수 있도록 명문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서 청년들이 현장면접을 보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