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공동대표 박명희·문은숙·김경한·권대우·예종석)가 설립 3주년을 맞았다. (사)소비자와함께는 나눔과 공유, 공정성, 그리고 신뢰와 책임을 핵심 가치로 삼아 더불어 사는 시장경제를 목표로 다방면의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사)소비자와함께는 소비자 전문가들이 모여 소비자 권익과 시장 정의 문제, 그리고 소비 정책에 관한 토론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했던 ‘한국소비자미래포럼’에서 시작된 단체로서, 2014년 11월 ‘신 소비자 운동’ 단체라는 새로운 정체성으로 출범했다. 청년과 함께 골목상권을 살리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소비자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숨 가쁘게 3년을 달려 지난달 27일 3주년을 기념하는 총회를 열었다.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신 소비자 운동 표방
국가 경제 성장의 주체는 언제나 기업이었다. 기업의 매출 증대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소비자는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사)소비자와함께의 출발점은 기업과 정부 주도의 시장흐름 안에서 펼쳐지는 소비자 운동이 한계를 갖는다는 인식이었다. 잘못된 기업 행위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을 사후적으로 해결하는 데 갇힌 소비자 운동은 결국 또 다른 문제의 발생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소비자와함께는 소비자, 기업, 지방자치단체 등 시장의 구성원이 윤리적이고 행복한 시장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움직임을 ‘신 소비자 운동’이라 칭하고 소비자의 주권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신 소비자 운동은 기업이나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소비자 운동과 구별된다. 공정한 시장 환경을 위해 소비자가 직접 정보를 공유하고 기업의 윤리적 제품 생산을 요구하는 소비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기업과 소비자의 건강한 상호작용을 촉진한다. (사)소비자와함께가 3년간 걸어온 길을 온라인 공유 플랫폼을 활용한 소비자 운동, 소비자 이슈 관련 사회적 의제 설정, 청년 육성이라는 세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온라인 공유 플랫폼을 활용한 소비자 운동, 소비자 포털 'WITH'
현재 소비자가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곳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이다. 기업과 제품에 관한 엄청난 양의 정보가 온라인에서 공유된다. 그러나 정보의 양과 정보 활용의 용이성 및 정확성은 정비례하지 않는다. 인터넷 발달로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소비자가 요하는 정보만을 선별하는 작업은 더욱 어려워졌다. (사)소비자와함께는 소비자가 기업 및 제품에 관한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인식하여 소비자 포털 'WITH'를 탄생시켰다.
소비자 포털 WITH의 주요 구성원은 소비와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하는 청년과 이러한 소비자 정보에 신뢰성을 더하는 전문가, 그리고 정보를 공유하는 일반 소비자다. 소비자 포털 WITH의 지식 나눔 카테고리에는 소비 전문가의 칼럼과 다양한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 그리고 소비 지식을 나누는 글이 포함되어 있다.
소비자 포털 WITH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었던 소비자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타 소비자와의 연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WITH 속의 소비자는 변호사와 대학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보의 비대칭성을 조금씩 극복해나감으로써 적극적 문제 해결의 주체로 변화한다. 2016년 10월 한국법조인협회와 체결한 ‘공정한 소비사회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이 가장 대표적이다. 해당 업무협약은 소송을 비롯하여 소비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대응을 수행할 때 두 단체가 맺는 협력을 주 내용으로 삼았다.
소비자 이슈 관련 사회적 의제 설정: 미래 소비자 포럼
(사)소비자와함께는 윤리적 소비 촉진과 공성한 시장 형성을 위한 정기적 토론 행사, ‘미래 소비자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일례로 2017년 4월, 더불어 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함께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식품안전관리체계 확립에 관한 포럼을 진행했다. 과거에 비해 식품산업과 식품과학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식품 안전에 있어서 일반 소비자는 여전히 약자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식품 사고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주체는 소비자지만, 식품 안전성 규제는 국가와 기업 간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식품 안전 관리 체계에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여지가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의견이 모였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식품위생법에 소비자가 올바른 식품을 소비하는 것에 대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제안을 내놓았다. 이들은 식품 사고에 대한 피해보상을 소비자가 자주적으로 요구할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을 비롯한 제도의 도입을 요구했다.
식품과 같이 소비자가 매일 직면하는 문제에서부터 의료행정, 건강보험, 자동차 부품을 비롯해 소비시장 속 다양한 이슈에 관한 소비자 포럼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고 국회의원이나 입법 전문가 등 현 상황을 진전시킬 수 있는 전문가들과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은 소비 시장의 사회적 의제를 주체적으로 설정하는 (사)소비자와함께의 미션에 부합하는 대표적 활동이다.
청년 육성 - 골목닥터 서포터즈·소비자 분쟁해결 슈퍼맨·청년 소비자 IT 워치독·청년 IT 리터러시 스쿨
(사)소비자와함께는 소비자의 현명한 소비를 돕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상권을 활성화하는 주체로 소비자의 역할을 확대했다. 가장 대표적인 움직임이 서울시와 함께 진행한 ‘골목닥터 서포터즈’이다. 2015년 소비자 이슈 파인더(IF) 1기를 시작으로 약 40명의 청년이 성북천 인근, 이대 앞을 비롯한 골목 상권 지역을 직접 돌아다니고 소상공인과 해당 지역의 소비자를 인터뷰하며 총 4개월간의 조사 활동을 수행했다. 골목 경제를 살리는 ‘골목닥터’로서 주요 소비자층의 구매 패턴을 분석하고 이에 맞춰 상점 운영 방식이나 마케팅 방향을 제안하는 등 환부에 적합한 해결책을 발굴해내는 데 초점을 두었다. 마치 의사처럼 골목 상점을 돌아다니며 문제를 진단하고, 문제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처방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소비자 분쟁해결 슈퍼맨’은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을 일반 소비자가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힘썼다. 2016년 7월부터 8월까지 활동한 소비자 분쟁해결 슈퍼맨 1기는 온라인 게임 서비스업, 노트북 및 컴퓨터, 이동 통신사 요금 등 소비자가 직면하기 쉬운 분쟁상황에 대한 제안을 온라인 콘텐츠로 만들고 이를 SNS에 게시하는 등 소비자를 돕는 소비자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했다.
또한 IT 중심으로 소비 환경이 변화하는 흐름과 청년 육성이라는 (사)소비자와함께의 중심 가치가 만나‘청년 소비자 IT 워치독’이 등장했다. 즉, 무수한 부품으로 이루어진 제품 속 오류를 발견하는 장치처럼 청년 소비자가 포털이나 검색엔진, 소셜미디어에서 찾을 수 있는 소비자 이슈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일반 소비자에게 알리는 프로젝트다.
청년 소비자 IT 워치독이 IT 환경에서의 소비 이슈를 분석하는 “스쿨형 서포터즈” 였다면, ‘청년 IT 리터리시 스쿨’은 데이터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프로젝트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 소비자들은 정보를 일방적으로 수신하는, 소비자의 좁은 역할에서 벗어나 다양한 매체를 해석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키우고 빅 데이터를 해석해 정보를 직접 발신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3년, 앞으로의 방향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에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 소비자의 안전은 크게 위협받았고 문제 해결의 주체는 소비자를 제외한 정부 및 단체였다.
(사)소비자와함께는 신 소비자 운동 단체로서 소비자를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의 강력한 주체로 확립하고 있다. 소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소비자 간의 연대는 주요한 네트워크로 작용한다. 소비 관련 문제를 겪은 소비자가 자신의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전문가의 감수를 통해 정보의 신뢰성이 확보되면 해당 정보를 더 많은 소비자가 접하는 선순환이다. 소비자가 스스로 참여하여 정보를 생산하는 네트워크는 (사)소비자와함께가 꿈꾸는 소비자 연대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질이다. 정보력과 재정을 특정 세력에 의존하지 않기에 소비자는 목소리를 더욱 자유롭게 낼 수 있고 개인의 목소리가 뭉쳤을 때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지난 3년간 청년 육성, IT 소비자 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소비자와함께의 가장 큰 과제는 소비자 포털 WITH의 활성화이다. 현재 포털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회원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전문가다. 온라인 공유 플랫폼은 많은 회원들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유익한 정보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그 가치를 지닌다. ‘천만 소비자가 참여하는 공유 플랫폼‘이라는 목표에 걸맞게 일반 소비자가 회원으로 유입될 수 있는 경로를 더욱 확대해야 할 것이다.
(사)소비자와함께는 지난 3년간 소비자의 동반인이자 후견인으로서 신뢰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위한 소비자의 움직임을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해왔다. 문은숙 (사)소비자와함께 공동대표는 “최우선의 목표는 청년 소비자 운동을 활성화함으로써 청년이 미래 지속 가능한 소비 사회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개인의 윤리적 소비가 집단적 구매 혹은 불매운동으로 이어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요구하는 데 있어서 소비자의 단결된 힘이 발휘되는 사례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소비자와함께는 더불어 사는 시장경제를 목표로 다방면의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 사진은 지난 2014년 11월 창립식 행사 모습. 사진/KSRN
최소정 KSRN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