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산업은행이 3주 가까이 미뤄졌던 한국GM 실사를 이번주부터 착수한다. 실사시기, 범위 등을 놓고 조율 기간이 길어지자 일단 실사부터 시작하며 의견을 조율하기로 한 것이다. 산은은 주로 한국GM의 원가구조를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사 진행 중 GM이 이에 응하지 않아 중단될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11일 "실사에 관한 이견이 어느 정도 좁혀져 다음주 실사실시에 합의했으며 공정하고 투명한 실사 진행을 재차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동걸 회장과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9일 산업은행 본점에서 면담을 갖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앞서 이 회장과 배리 앵글 부사장은 지난달 21일 한국GM에 대한 빠른 실사에 합의하고 삼일회계법인(PWC)을 실사 담당기관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 외에 실사 범위나 방법, 기간, 목적 등을 정하는 실사확약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실사가 지연돼 왔다.
그러나 GM본사가 이달 중으로 신차 배정을 결정해야 하고, 정부도 실사 결과가 나와야 지원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까닭에 먼저 실사부터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산은은 이번 실사에서 한국GM의 원가구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국회와 한국GM 노조, 시민사회단체 등이 한국GM의 부실 요인으로 꼽은 부분인데다, 산은 또한 한국GM의 회생 가능성이 원가구조에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전가격, 본사 대출의 고금리, 본사 관리비, 기술사용료, 인건비 등 5대 원가 요인이 집중 점검 될 전망으로 산은은 이번 실사 결과를 토대로 GM본사의 자구계획안이 실현 여부를 판단하고 지원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달 초 GM은 한국GM에 빌려준 27억달러(약 2조9000억원)를 출자전환하는 대신 신차 출시나 생산에 필요한 28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산은 측은 자구계획의 회생 가능성이 있을 경우 산은이 보유한 지분율(17.02%)에 따라 약 5000억원의 신규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결국 실사 확약서를 받지 못한 부분은 이번 실사의 가장 큰 변수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산은이 그동안 요구한 자료 일부에 대해 GM은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제출을 꺼려왔는데, 실사를 시작한다고 해서 GM이 입장을 바꾼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산은 또한 이번 실사에 한국GM 지원여부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심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대충 자료를 제출받고 실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산은측은 2∼3개월 동안 실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GM측은 1개월 내로 실사가 마무리 되기를 원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서로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 계속 협의하며 실사를 하기로 했다"며 "실사가 시작이 늦어졌지만 범위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진다면 인력을 투입해 계획대로 실사 완료시기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산업은행은 이번주부터 한국GM 실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8일 중견조선사 처리방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참석한 이동걸 회장. 사진/뉴시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