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지난해 국내 증권사의 매도 의견보고서 비율은 0.2%로, 외국계 증권사(14%)의 7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도 의견 보고서를 권장하기 위해 마련된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는 3년째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도입된 지난해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도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인 대책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매수 의견만 남발하는 현재의 상황은 개선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시장에서 보고서를 낸 외국계 증권사는 총 15곳이며, 이들이 낸 매도 보고서 비율은 전체의 14%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CLSA코리아증권의 매도 보고서 비율이 35%로 가장 높았고 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 서울지점(26%),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 서울지점(18%), 맥쿼리증권(16%), 다이와증권캐피탈마켓코리아(15%) 등의 순이었다.
중립 의견을 낸 보고서도 30%에 이르렀다.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이 낸 보고서의 절반 이상(54%)은 중립 의견이었다. 이에 따라 외국계 증권사 전체의 매수 보고서 비율은 절반 남짓한 56%에 불과했다. 노무라증권과 초상증권 한국 주식회사 등 아시아계 외국사 2곳만이 매도 보고서를 내지 않았다.
국내의 상황은 이와는 달랐다. 32개 국내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 비율은 0.2%에 머물렀으며 국내 '빅 10'으로 꼽히는 대형 증권사의 경우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KB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매도 보고서가 전무했다. 국내 증권사 전체의 매수 보고서 비율은 88%로 매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과거부터 국내 증권사 보고서의 투자의견이 제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고 금융당국은 2015년 5월 '매도 리포트 비율 공시제'를 도입했으나 이후 별다른 효력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16년 국내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 비율은 0.2%로, 2017년과 동일했다. 2016년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는 16%로 2017년보다도 높았다.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이 증권사 보고서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괴리율을 공시하도록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도'를 추가로 도입했으나 이 역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 제도에서는 증권사 리포트에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괴리율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289개 종목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괴리율은 평균 32%에 이르렀다. 인터플렉스(156%), 테라세미콘(98%), 한국자산신탁(91%) 등의 괴리율은 특히 크다.
김규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투자의견, 목표주가에 대한 공시제가 도입됐으나, 강제 규정이 아니다보니 큰 변화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며 "리서치센터의 독립성 보장과 함께 애널리스트가 투자자의 눈치 보기가 없도록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근본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도 보고서에 대한 강력한 유인책이 있는 외국계 증권사와 구조적으로 다른 상황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외국계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해 매도 보고서에 대한 필요가 국내보다 크다는 설명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사와 외국계의 애널리스트 질적 차이가 매수와 매도 의견의 비율 격차를 가져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외국계의 경우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에 따라 매매가 이뤄질 경우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지만, 국내의 경우 이러한 유인이 없다보니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매도 보고서를 써야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