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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신뢰 무너진 삼성증권…근본으로 돌아가라
입력 : 2018-04-10 오전 8:00:00
"임직원 몸에 파란색의 피가 흐른다", "오너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회사", "완벽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회사", "노조가 없어도 별 문제가 터지지 않는 회사."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기업이 된 삼성에 대한 수식어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삼성은 임직원의 로열티가 높고 내부통제가 잘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난 6일 이런 삼성에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바로 삼성증권이 배당착오를 일으킨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6일 삼성증권은 우리사주조합 소속 직원들에게 1주당 1000원의 배당금 대신 1000주의 주식을 지급하는 실수를 한 것이다. 우리사주에 원래 지급돼야 할 배당금은 28억3162억원인데 28억3162만주(5일 종가 기준 약 112조원)를 지급했다.
 
문제는 삼성증권 직원들이 잘못 입력됐던 주식수의 0.18%(501만2000주)를 매도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긴급회의를 열고 삼성증권에 대한 특별점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시장의 시선은 잘못 입력된 주식을 판매한 직원들의 모럴헤저드와 모든 책임을 직원으로 돌린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에게 쏠리고 있다. 삼성증권이 명확하게 시스템상 오류인지 직원의 입력 실수인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배당착오는 현재 모든 증권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백번 양보해 시스템 오류건 사람의 실수이건 '실수'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삼성의 모습은 그동안 우리가 알아왔던 삼성이 아니었다. 일반고객의 계좌가 아니라 삼성증권 직원의 계좌로 잘못된 주식이 흘러들어갔다. 삼성이 아니라도 상식을 가지고 있는 증권사 직원이라면 바로 보고하고 문제를 바로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증권 직원 16명은 주식 501만주 가량을 장내 매도해 부당이익을 취득했고 주가는 장중 최대 12% 폭락했다.
 
이날 삼성증권은 바로 사태수습에 나섰고 사과문을 올렸지만 그 어디에도 경영진의 책임이라는 내용은 없었다. 결국 금융당국의 질타를 받자 급하게 지난 8일 구성훈 사장 이름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늦었다. 소비자 뿐 아니라 정치권, 금융당국에서도 직원의 모럴헤저드와 오로지 직원 탓을 하는 회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삼성증권의 사과문에 직원 실수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내용은 있었으나, 정작 회사나 경영진의 사과는 빠졌다”면서 “이에 유감을 표명하고 향후 적극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이번 사고를 수습할 것을 요구했다”고 직접 언급했다.
 
삼성증권은 9일 투자자 피해구제 전담반 설치해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 하기로 했지만 이번 사태로 삼성증권은 물론 삼성그룹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메르스사태를 빗대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를 옮기기 위한 고객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삼성증권과 삼성그룹의 금전적 피해는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신뢰가 생명인 기업경영 측면에서는 엄청난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500억원을 들여 애니콜 화형식을 했던 것처럼 긴 호흡으로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삼성그룹의 세련된 경영 철학이 발휘되길 바란다. 
 
이종호 증권부 기자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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