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근로자의 대표적인 노후 자금으로 꼽히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예·적금 금리 수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부가 개인형 퇴직연금(IRP) 대상자를 확대하는 등 퇴직연금 활성화에 힘써왔지만, 정작 수익률은 1%대에 머물며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예·적금 금리(1.80%)에도 못 미쳤으며, 작년 하반기부터 가입 대상이 확대된 개인퇴직연금(IRP) 또한 저조한 수익률을 보였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전 부문 선두를 차지한 가운데 기업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ATM기기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26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기업은행 등 국내 6개 은행의 1분기 확정급여형(DB) 원리금보장상품과 비원리금 보장상품을 합친 단순평균 수익률은 1.26%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평균 수익률인 1.31%보다 0.05%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지난 2005년 말 도입된 퇴직연금은 확정기여형(DC), 확정급여형(DB), 개인형 퇴직연금(IPR)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회사가 운용해주는 DB형 상품은 사전에 확정된 퇴직연금을 받는 방식으로,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68%가량을 차지한다.
그러나 수익률은 한은 기준금리(1.50%)보다도 낮다.
지난 5년간 DB형의 연평균 단순 합산 수익률이 2.04%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가량 줄어든 셈이다. 통상 퇴직연금은 장기적으로 운용되는 만큼 최소 5년 이상의 장기수익률과 수수료나 보수를 제외한 실질 수익률을 따져야 한다.
올 1분기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평균 수익률은 1.40%로 작년 평균 수익률(1.69%) 대비 0.29%포인트 하락했다.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2.08%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IRP가입 대상자를 ‘모든 근로자’로 확대하고 은퇴자금 마련을 지원해왔다. 이로 인해 작년 말 IRP적립금은 9조5140억원에서 올 1분기 10조2986억원으로 8.24% 증가했다.
2018년도 1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수익률) 현황. 표/은행연합회
하지만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치(1.6%)와 금융회사에 내는 수수료(연간 총비용 부담률)가 약 0.5%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실제 얻는 수익은 1%대 초중반에 그친다. 은행의 예·적금 평균 금리보다도 못하는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예금 은행의 신규 저축성수신금리(예금금리)는 1.80%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가입자가 직접 운영하는 확정기여형(DC) 수익률은 1.77%로 작년 평균(2.01%)보다 0.24%포인트 내려갔다.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2.48%다.
한편 은행별 수익률을 보면 신한은행이 전 부분에서 모두 선두를 차지했다.
신한은행의 DB형 수익률은 1.44%며 적립금도 8조2354억원으로 6개 은행 중 가장 많았다. 이어 국민은행(1.33%), KEB하나은행(1.28%), 우리은행(1.24%)순으로 나왔다. 농협은행과 기업은행 DB형 수익률은 각각 1.19%, 1.13%다.
IRP수익률 또한 신한은행이 1.71%로 가장 좋았다. 이 기간 신한은행은 총 2조4392억원의 적립금을 유치했다. 국민은행의 IRP 수익률은 1.58%며, KEB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이 각각 1.31%의 수익률을 시현했다. 우리은행 수익률은 1.29%며 기업은행은 1.21%로 확인됐다.
이밖에 DC형의 경우 신한은행(1.92%)을 선두로 국민은행(1.86%), 우리은행(1.81%), 농협은행(1.75%), KEB하나은행(1.74%), 기업은행(1.56%)이 뒤를 따랐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