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 분야의 개인 정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강화하기 위해 '개인신용정보 이동권'을 도입한다. 본인의 긍정적인 신용정보를 신용평가사나 금융기관에 주기적으로 전달해 여신심사에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분야 개인정보보호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국내의 정보보호 규제가 선진국과 비교해 강한 수준이지만,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최준우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우리나라 정보보호 규제는 주요국가에 비해 엄격한데도 소비자의 실질적 권리는 미흡한 것이 현실"이라며 "개인정보의 수집·활용 전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정보 주체를 보다 내실있게 보호할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우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보장을 강화한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헌법에도 포함돼있지만 강한 규제로 인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금융위는 본인의 개인신용정보를 보유한 기관이 제3자에게 이동시킬수 있도록 하는 '개인신용정보 이동권'을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도 본인의 긍정적 정보 제공시 평가상 가점제도가 있으나 개인이 직접 주기적으로 정보를 수집·제출해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로워 활용도는 높지 않다. 하지만 개인신용정보이동권이 도입되면 본인의 정보를 해당 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전송, 지속적인 가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다양한 기관에 분산돼 있는 본인의 신용정보를 이용해 다른 업자에게 제공, 간편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대출금 납부 내역, 카드 사용내역, 휴대폰 요금 납부 내역 등을 일일이 해당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야 했지만 본인정보 이동요청서를 신용정보관리회사에 제출하면 통합조회서비스를 통해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개인신용평가와 관련해 정보주체의 선택권과 결정권 등을 보장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금융위는 신용등급 때문에 금융거래를 거절당했을 때만 요구할 수 있었던 설명요구권과 정정청구, 재심사 요구권 등을 금융거래 거절 여부와 관계없이 폭넓게 인정하기로 했다.
금융권 정보활용·관리실태에 대한 상시적인 감독시스템도 마련한다. 이를 위해 금융사 자체평가, 자율규제기구의 점검, 금융감독원 검사 등 중첩 평가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중간 평가결과에 따라 현장점검, 테마검사 등을 실시한다.
금융위는 또한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 양식을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사 등이 수집·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정보의 내용을 단순화·시각화해 정보주체에 전달한다. 이를 위해 동의서 양식을 우선 개정하고 향후 신용정보법을 개정해 동의서 형식 관련 사항을 법제화할 계획이다. 또 수집 당사자는 정보 내용에 대해 정보주체에게 요약정보를 우선 제공해야 한다.
정보활용 동의서에 등급도 부여된다. 수집하는 정보의 사생활 침해도에 따라 동의서 등급을 달리해 금융사의 개인정보보호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제공정보 위험도에 따라 동의서 등급을 적정, 비교적 적정, 신중, 매우 신중 등 4단계로 부여한다.
정보제공 동의 과정도 활용목적별, 기관별로 구분해 개인의 선택권을 보장한다. 현재는 활용목적과 기관을 동의서에 명시하지만, 일괄적으로 동의하도록 하고 있어 정보 주체의 선택권이 제약받는다.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 중 가능한 방안부터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반기 중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며 "법 개정 이전이라도 하위규정 개정 등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과제는 우선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가 시중은행 영업점의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 동의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