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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외환개입 공개에 앞서 '악덕' 청산돼야
입력 : 2018-05-23 오전 10:59:31
한국 원화의 환율도 앞으로 더욱 냉정한 국제감시를 받게 됐다. 정부가 앞으로 외환당국의 외환거래내역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외환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선은 6개월마다 공개하고 1년 지난 후에는 3개월마다 공개하게 된다. 공개대상은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총매수액에서 총매도액을 차감한 순거래 내역이다. 우선은 비교적 쉬워 보이지만, 차츰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외환정책은 투명성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국가는 우리나라 뿐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인위적으로 원화가치 저평가를 유도한다는 ‘오해’를 받아왔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재무부 등은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하라고 한국에 요구해왔다. 국제수지도 흑자행진을 거듭하고 있으니 더 이상 거부할 명분도 없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를 계기로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성숙하고 대외 신인도 역시 제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옳은 설명이다. 그렇지만 수출현장에서 뛰는 기업들에게는 그런 추상적인 설명은 중요하지 않다. 환율 방어막이 이제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더 크다. 이런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김동연 부총리는 "환율 주권은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급격한 쏠림이 있으면 분명하게 시장안정조치를 한다는 기존 원칙은 변함없다면서.  
 
당연한 언급이다. 환율주권은 주권국가인 대한민국 고유의 권리이다. 외환시장 개입은 그런 권리를 행사하는 것일 뿐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나라 밖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사후에 공개된다고 하지만, 공개 이후의 반응과 감시를 고려해야 한다. 만약 우리나라가 외환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사실이 사후에라도 드러나면 거센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스스로 사전검열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원화의 환율은 하향압력을 더 크게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수지 흑자에다 한반도 주변정세도 안정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남북한 정상회담에 이어 6월에 열릴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 등 잇단 이벤트가 열리고, 남북한 화해 분위기가 원화의 가치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환율은 국가의 경제건전성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척도이다. 따라서 원화가치가 상승한다는 것 자체는 결코 나쁘지 않다. 경제건전성이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 내수를 회복시키는 데도 유익하다. 그동안 수출에 비해 차별받아온 내수가 권리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반면 남북한 관계가 악화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 환율이 올라 당장 수출에는 유익할지 모르겠다. 재벌이 무차별 차입경영에 나서고 분식회계를 일삼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자학적인 것이어서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사물의 순리에도 어긋난다. 
 
사실은 순리에 따르면서 유리하게 이용하면 유익한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이를테면 남북한 관계개선으로 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 우리 기업에게는 새로운 일거리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봄 날에 새순 돋듯이. 
 따라서 환율하락에 과도하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사물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당장 실물경제를 들여다보면 아무래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 경제를 그나마 버텨주는 것은 수출인데, 그 수출마저 어려워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은  최근 미국 트럼프행정부가 발동하는 보호무역조치에 시달리고 있다. 보호무역조치가 일부 품목을 겨냥하는 조치인데 비해 환율은 모든 품목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그 파괴력은 훨씬 더 크다. 
 
특히 자동차와 조선 등 굴뚝산업이 몸시 걱정된다. 과거 환율이 우호적일 때 현대차나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일부 기업이 자만과 방만 혹은 은폐라는 ‘악덕’에 빠진 결과이다. 이런  악덕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율이 대책 없이 더 떨어진다면 치명타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환율이 아직 견딜만 할 때 그런 악덕에서 서둘러 벗어나야 한다. 뿐만 아니라 환율이 더 떨어지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세계를 호령할 수 있는 경쟁력과 기개를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 보다 겸손해지고 냉철하게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아울러 정부와 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앞날에 제대로 대비해야 한다. 
 
차기태(언론인)
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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