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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벤처펀드 열기 속 메자닌 발행 과열 주의보
돈 빌리는 상장사가 '갑'…CB 주식 전환 시, 물량 폭탄 우려
입력 : 2018-06-01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시중의 자금을 코스닥 시장으로 유입시키는 코스닥 벤처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코스닥 상장사의 메자닌(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30일까지 코스닥의 전환사채(CB) 발행공시 권면총액은 2조8059억원(263건)으로 집계해 전년동기(1조2839억원, 161건) 대비 118%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상장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규모는 1850억원(17건)으로 전년동기(807억, 9건) 보다 129.3% 증가했다. 
 
갑을 관계 바뀐 발행사·투자자
메자닌 발행이 급증한 것은 시중의 자금이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를 계기로 코스닥에 집중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초순 처음 등장한 코스닥 벤처펀드는 출시 한 달여 만에 시중 자금 2조5000억원을 끌어들였다. 이 가운데 코스닥 벤처펀드가 공모주 우선배정을 받으려면 펀드자산의 15% 이상을 벤처기업의 메자닌을 포함한 신주에, 35% 이상은 벤처기업 해제 후 7년 이내인 코스닥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나올 공모주를 우선배정 받기 위해서는 메자닌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메자닌 물량 확보에 급급한 게 사실”이라며 “시중에 돈이 넘쳐나기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이 오히려 우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 코스닥 담당 증권사 연구원은 “‘주당 가격 희석 효과(dilution)’를 생각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CB를 발행하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최근 CB를 발행하는 기업들의 상당수가 제로 금리를 내세우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와이오엠은 지난 21일 표면이자율 0%, 만기이자율 0%의 조건으로 8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사채 만기일인 오는 2021년 5월23일까지 CB를 보유해도 이자없이 원금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달 초 CB를 발행한 피엔티 역시 2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하면서 표면금리와 만기금리 모두 0%를 내세웠다.
 
CB를 발행하면서 콜옵션(매수청구권) 조항을 추가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지난 15일 자이글은 콜옵션율 70%가 붙은 14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도 0%, 만기일은 2024년 5월14일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B를 발행하면서 콜옵션 조항을 넣는 경우 최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들이 콜옵션 행사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며 “최근 발행사의 콜옵션 행사는 최대주주에게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CB 발행 시 납입자가 불투명한 경우도 늘고 있다. 1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한 토필드는 발행 대상자를 트리아스1호투자조합으로 결정했다. 디엔에이링크는 시너지바이오2호 투자조합이 70억원 규모의 CB를 인수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조합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경우 실제 조합원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며 “앞으로 회사가 좋아질 수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들이 자본이득을 조합해 이득을 취하는 경우도 다수 있다"고 귀띔했다. 
 
코스닥 CB 물량 폭탄…기존 투자자 불안감 상존
코스닥 상장사의 CB 발행이 늘면서 기존 주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CB는 주가가 오를 경우 주식으로 바꿔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으나,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주가를 희석하는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규 사업 기대감에 단기적인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CB가 향후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물량 폭탄으로 이어져 주가 하락을 이끌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경준 한국연금투자자문 이사는 “CB의 발행 급증은 결국 발행사와 코스닥 벤처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의 니즈가 맞아 떨어지면서 가능했다”며 “다만 CB 물량이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손해는 결국 개인투자자들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간이 1년 후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매물이 나올 우려는 없다”면서도 “그 이후 물량이 쏟아질 우려는 상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CB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코스닥 IR 담당자는 “이사회를 통해 CB 납입자를 결정하는 데, 사모 전환사채의 경우 49인 미만으로 납입자를 선정해야 한다”며 “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경우 최소 1인이 수억원의 자금을 넣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몇천만원을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은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스닥 벤처펀드 활성화가 시행되고 상장 기업의 CB와 BW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사진/신송희 기자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신송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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