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정책기조를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안정화 국면이지만 가계대출 구조가 여전히 취약해, 금리인상기에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당국은 금융사들에 대출금리 산정체계 개선에 대해 전방위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가계부채 관리를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총량 위주의 거시적인 대책에 집중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론 금리상승이 본격화될 경우 채무상환 곤란이나 유동성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차주를 보호하기 위한 미시정책에 무게를 둬야한다는데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정부 대책 시행 효과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상당부분 안정화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신용 증가율은 8.0%로, 지난 2016년 4분기(11.6%) 이후 5분기 연속 하락했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게 금융위 판단이다. 금리상승에 취약한 신용대출이나 개인사업자대출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고정금리가 아니라 변동금리인 만큼 금리인상시 취약차주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리상승에 따른 리스크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금리상승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최고금리 인하 등을 시행했으나, 금융사의 불합리한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손대지 않고서는 실질적인 이자 부담 경감 효과가 작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은행 가산금리 산정체계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인데,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르면 내달 중으로 시정조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당국은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 신호에 가산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리고, 예금금리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올렸다고 보고 있다. 최근 은행권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가 3년6개월만에 최대로 벌어지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반적인 금리 산정체계의 문제점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의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 영업에 제동을 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국에 따르면 저축은행 가계신용 대출자 중 81%(94만명)가 연 20%가 넘는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를 준수했더라도 최고금리 언저리에서 대부분의 대출을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상승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가계의 리스크가 올라가게 돼 리스크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금융사의 대출취급여력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금리인하는 인기를 끌기 좋은 분야 아니냐"며 '금융 포퓰리즘'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25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개최된 가계부채 관리 점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