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현 정부가 내세우는 소득주도 성장의 첫걸음인 최저임금 현실화가 삐걱대고 있다. 각종 고용지표가 곤두박질 치고 있고,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격차가 더 크게 확대되자 경제수장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며 최저임금 1만원시대에 발목을 잡고 있다.
28일 김동연 부총리는 KBS 1 라디오에서 최저임금 인상속도와 관련해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효과, 시장과 사업주들의 수용성, 산입범위 등을 검토해 필요하다면 감안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최대한 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의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특정연도를 목표로 해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신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대통령 공약에 대해 '속도조절론'으로 맞섰다. 지난 24일에도 CBS 라디오에 출연해 "특정 연도를 타깃팅해서 일정한 수준으로 임금을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거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 신축적으로 검토를 해야 된다"고 연이어 주장했다.
최근 부총리의 행보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고소득층과 소득 격차를 줄이려 했던 정부의 의도가 역효과로 통계에 반영되는 등 고용지표가 악화된 영향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 조사를 보면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저소득 가구인 1분위 소득이 8%로 역대 최대폭 감소했다. 반면 고소득 계층인 5분위 소득은 9.3%나 늘어 1000만원을 돌파했다. 이에 계층간 가계소득 격차가 더 커진 것이다. 고용쇼크도 이어지고 있다. 3개월 연속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대에 그치고, 도소매·음식숙박업은 지난달 취업자수가 9만명 줄었다. 작년 12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은 현 정부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전면 부정하는 꼴이다. 만약 부총리의 주장대로 인상속도를 늦추면 2020년까지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인 최저임금 1만원시대를 사실상 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출범초기 최저임금 1만원을 양극화된 경제구조 속에서 소외계층을 배려한 소득재분배 정책으로 삼고, 저소득층 생활안정 보장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을 내걸었던 셈이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노동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단기적인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중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경제정책은 긴 호흡이 필요하므로 과장된 우려보다는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잇따라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진/뉴시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