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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굴뚝산업 구하기 특단의 노력 필요하다
입력 : 2018-05-30 오전 6:00:00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사업이 오는 8월이면 일감이 바닥을 드러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의 강환구 대표이사와 김숙현 해양사업대표는 지난 23일 사원들에게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오는 7월 말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프로젝트가 끝나면 일감이 바닥난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수주 감소로 고전하고 있다. 성동조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렇듯 조선업체 대부분이 수주 부진과 일감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선 수주가 조금씩 살아나고 선가도 회복된다고는 하지만,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에는 요원하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한국GM의 구조조정으로 이미 수백명이 일터를 떠났고, 부평공장은 아직 정상가동되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완성차 5개사의 수출은 57만343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줄었다. 르노삼성을 제외하고 모두 줄어들었다. 군산공장을 사실상 폐쇄한 한국지엠보다 기아차의 감소폭이 더 커 충격을 안겼다. 
 
자동차와 조선업계의 어려움은 철강산업으로 전이되고 있다. 통계청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철강을 포함한 제1차금속 업종의 재고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자동차와 조선, 철강 등 핵심 굴뚝산업의 생산이 올 들어  급격하게 감소했다. 3월 자동차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5% 감소했다. 올해 1월 1.8% 반짝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 10월 이후 두 자릿수 감소 행진이 이어졌다. 조선업은 2013년 5월 11.9% 감소한 이후 5년 가까이 감소행진이다. 철강도 지난해 11월 -5.5%를 기록한 이후 5개월째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감소폭도 두 자릿수로 커졌다. 
 
굴뚝산업의 생산 위축은 제조업 전반으로 번져가고 있다. 광공업 75개 업종 가운데 3월 생산이 전달보다 감소한 업종이 증가한 업종의 3배 가까이에 이르렀다. 3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3%로,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69.9%) 이후 가장 낮았다. 요컨대 제조업은 지금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굴뚝산업이 깊은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은 쉽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 철강의 경우 과잉생산 상태인 데다, 미국발 보호무역 파고가 거세다. 자동차도 미국에서 새로운 수입규제를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될지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이들 산업은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다. 대한민국 수출을 이끌었으며, 수많은 협력업체와의 거래와 고용을 통해 국내 경기를 떠받쳐온 기둥산업이다. 이들 주력산업이 고전함에 따라 고용 상황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우리나라의 월간 취업자 증가폭이 3개월 연속 10만명대에 그친 것은 이들 주력산업의 부진이 큰 몫을 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국내 경기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후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소득주도 성장과 내수 선순환 회복을 추진해 왔다. 덕분에 가계 실질소득이 소폭이나마 증가하고 소비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침체국면으로 들어섰다는 진단도 나온다. 보수야당 쪽에서는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이 벌써 나온다. 중요한 요인은 결국 굴뚝산업을 비롯한 주력산업의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굴뚝산업은 머리칼 뽑힌 삼손과 다름없다. 덩치와 힘은 나름대로 갖췄지만, 머리칼이 뽑혔으니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면 큰 힘을 다시 발휘할 수 있다. 그 때에는 고용상황도 개선되고 전체 경기도 보다 활기를 얻을 수 있다. 바로 지금이 그 머리카락이 자라나도록 힘써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와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해양플랜트 수주를 위해 노사정이 함께 수주사절단을 구성해 파견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지엠을 위한 조속한 신차 배정과 정상가동을 정부와 노사가 함께 GM 본사에 촉구하고, 현대차의 경우 지배구조 개선과 생산성 향상에 힘을 모아야 한다. 굴뚝산업을 구해내기 위한 노사정협의체를 따로 꾸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특단의 대책과 노력이 요구된다.
  
차기태(언론인)
 
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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