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빌리지도 않은 주식을 파는 '무차입 공매도' 의심 사례가 또다시 발생함에 따라 공매도 폐지 여론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내놓은지 일주일도 채 안돼, 골드만삭스에 공매도 미결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다.
6일 청와대 국민신문고를 보면 골드만삭스 공매도 미결제 사고를 계기로 공매도 폐지를 요청하는 글들이 수십건 올라와 있다. 국내에서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무차입 공매도가 골드만삭스서 일어났다는 점에서다.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주식이 발행된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를 계기로 공매도 폐지 여론이 확산된 시점이기도 했다.
골드만삭스의 공매도 주문 미결제가 시장에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 4일이다. 지난달 30일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이 골드만삭스의 자회사인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로부터 주식 공매도를 위탁받았다. 정상적이라면 2거래일 뒤인 1일에 결제가 이뤄졌어야 했다.
그러나 위탁 받은 공매도 주문 중 20개 종목, 138만7968주(60억원 상당)가 제때 결제되지 못했다. 지난 1일에 19개 종목을 뒤늦게 장내서 매수됐고, 결제되지 못한 1개 종목은 이연결제 제도를 통해 지난 4일 주식을 차입해 결제를 완료했다. 주식을 제 때 구하지 못했을 경우 결제대금을 우선 납부하도록 하는 이연결제 제도로 투자자 피해는 없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연결제 대금으로 골드만삭스는 60억원을 납부해야 했다.
금감원은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이 공매도 주문 중 일부 주식에 대해 주식대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를 주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의성 여부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고자, 금감원 검사인력이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에 파견나간 상태다.
검사는 팀장 1명을 포함 4명이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4일부터 15일까지 8영업일간 진행된다. 필요 시 연장한다는 계획이라는 점에서 최종 결과 발표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전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장은 "주식 결제 이행과정에 대해서는 한국거래소와 공동 모니터링하고 있다. 검사 중인 골드만삭스에 대해 공매도가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주식대차가 적정하게 돼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고, 고의성 등의 경중에 따라 최종 결과가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업무 규정에서는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무차입 공매도 사실을 드러나면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매도 폐지에 대한 논쟁은 재차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주식을 빌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로 주문을 내도 이를 차단한 장치가 없다는 점에서다. 성격상 다르긴 하지만, 지난 4월 삼성증권 배당사고 당시에도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주식이 발행되고 거래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공매도 제도를 폐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된 바 있다.
더구나 금융당국이 공매도에 대한 보완책을 내놓은 지 일주일도 채 안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8일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주식매매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방안에서는 공매도 전담조사반을 만들어 차입 공매도 관련 확인 의무 점검을 강화하고, 주식 잔고·매매 수량 모니터링 시스템과 연계한 공매도 확인 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골드만삭스의 공매도 미결제 사고에 대해 검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뉴시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