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토마토칼럼)지방선거 압승이 준 보도
입력 : 2018-06-14 오후 3:30:35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다. 문재인정부 1년이 지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선거에 반영된 결과가 압승이다. 문재인정부가 강력한 정책 추진 동력을 얻게 됐다. 특히 규제정책에 힘이 실린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유세 개편, 후분양제 로드맵 발표 일정 등이 잡혀 있는 부동산 규제가 그 중 하나다.
 
칼날이 날카로운 칼자루를 손에 쥔 만큼 애먼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손속에 사정을 두길 바란다. 압승에 자만은 금물이다. 선거 직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성과가 컸던 듯 보인다. 경제성과에 대해선 의구심이 존재한다. 일자리 지표와 양극화 지수가 악화돼 호평을 준다 해도 감점이 된다.
 
선거를 앞두고 부정적 이슈는 숨기는 게 보통이었는데 서슴없이 문제를 도마에 올린 판단은 고무적이었다.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경제점검회의를 소집해 직접 점검에 나섰다. 양극화 지수가 악화된 게 치명적이다. 정부가 저소득층 수입을 늘리는 소득주도 성장을 목표로 했지만 정반대된 결과가 나왔다.
 
원인을 따져보면 정책을 지나치게 서둘렀던 게 아닌지 아쉬움이 생긴다. 모의고사를 앞두고 벼락치기를 했을 법하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예로 들면 “발표 2개월 만에 시행에 들어간다”며 기업들은 황당해 한다. 부담이 큰 게 건설업이다. 주택시장에선 분양대행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분양이 수개월 연기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유예기간을 두지 않은 과격한 정책이다.
 
이처럼 과도한 건설 규제가 양극화 지수 악화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건설업은 저소득 근로자가 많은 업종이다. 더욱이 청년층이 기피하는 대신 비숙련 인력에게도 일자리를 제공해 노년층 종사자 수가 많다. 인구 고령화까지 고려하면 건설 규제로 일감이 줄어드는 역효과는 클 것으로 우려된다. 사회적 약자의 소외로 이어질 개연성이 짙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산업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 규모는 59세 이하 연령대에서 대체로 감소세였지만, 60세 이상 연령만큼은 지속 증가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의 비정규직 근로자 감소가 뚜렷한 반면 건설업은 늘어나는 게 두드러졌다. 정년을 넘긴 노년층이 건설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 2016년 기준 55세 이상 고령자 고용 비중을 보면 건설업(7.98%)은 제조업(6.11%)보다 높았다.
 
그 속에 건설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연말부터 꺾여 약보합세를 보인다. 국내 건설 수주총액은 올들어 3월만 빼고 전월 대비 하락세를 이어갔다. 갖가지 부동산 규제로 시장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금리인상 우려까지 겹치고 있다.
 
4차 산업 등 신규 일자리 창출을 고대하지만 갈 길은 멀다. 현 상황에서 지나친 건설 규제는 전반적인 지역 경기 침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당장 투자 심리가 얼어붙어 지역별 부동산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시장이 위축되고 있고 이사나 인테리어 등 관련 업종 매출에도 파장이 미친다. 대기업은 시장 파이가 줄자 지방 출정에 나섰다. 지방 중소 건설업체가 경쟁에서 버티기 힘들어 보인다. 대기업은 리모델링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개인사업자도 살벌한 생존경쟁에 놓였다.
 
부동산 투기 부작용으로 시장 통제가 필요하지만 중소 건설업계가 바라는 대로 공공공사의 공사비를 높이는 방안은 고려해 볼 만하다. 공공공사에서 수익 창출이 어려워 대형 건설사는 발을 뺀 지 오래다. 적정 노무비는 중소 건설사와 거기에 종사하는 노년층 및 저소득 근로자를 살리는 길이다. 더욱이 무리한 공기 단축을 예방하고 적정 수준 근로조건을 제공하는 여건도 조성 가능하다.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시각엔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게 너무 빨라서는 건설업을 떠나 다른 일자리를 찾을 시간도 없다. 노년층은 아무래도 새로운 일을 배울 여력도 부족하다. 청년 일자리 정책도 절실하지만 그것에 함몰돼 노년층 일자리를 뺏는 것이면 칼자루를 고쳐잡아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보도라도 잘못 쓰면 흉기가 된다.
 
이재영 산업2부장 leealive@etomato.com
이재영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