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러시아 월드컵이 한창이다. 대륙, 지리, 경제개발 수준에 따라 가르고 가르던 전 세계가 하나가 되는 시기다. 대한민국도 월드컵 열기에 동참하며 선수들의 열정과 땀을 응원하고 있다.
월드컵, 올림픽과 같은 대형스포츠에 전 세계인이 열광하지만 과연 월드컵과 올림픽을 계속 개최해야 하는가 하는 비판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대형스포츠 행사는 세계평화와 인류애 제고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상업주의의, 상업주의에 의한, 상업주의를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판단이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은 평창의 적극적인 홍보로 이룬 성과지만 뮌헨의 부정적인 여론도 큰 영향을 미쳤다. 독일 내 올림픽 반대론자들은 뮌헨의 올림픽 유치를 반대하며 올림픽은 무분별한 개발로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막대한 자원투입으로 재정 불균형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990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은 최악의 환경오염을 일으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1996년 애틀란타 하계올림픽 개최 시 애틀란타시는 흑인인구가 많은 공공주택 단지의 3만가구를 철거하고 중산층을 위한 주택단지를 새로 세웠다. 2000년 시드니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1만명이 넘는 주민의 강제이주가 있었다.
대형스포츠 행사개최에도 환경보호 등 지속가능성의 가치가 고민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열린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은 지속가능성 개념이 등장한 첫 올림픽이다. 릴레함메르 올림픽조직위원회는 나무 한 그루도 훼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1996년 올림픽 헌장에 환경보호에 대한 내용을 추가했다. 1995년에는 스포츠환경위원회(Sport and Environment Commission)가 설립됐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 선수촌과 주변단지를 계획했다.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은 낙후된 지역으로 손꼽히는 빈곤지역을 자연친화적, 지역재생의 관점으로 접근해 올림픽 파크로 재개발했다. 벤쿠버 동계올림픽과 런던 하계올림픽은 사회, 환경, 경제 세 가지 영역을 아우르는 트리플 보텀 라인(Triple Bottom Line, TBL)체계를 정식 도입한 최초 올림픽이기도 하다.
특히 런던 하계올림픽은 지속가능 한 음식정책을 만든 최초의 올림픽이자 유일한 올림픽이다. 안전과 위생, 균형 잡힌 식단은 물론이고 재료의 유통경로와 환경적 영향도 고려한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조항을 만들어 참가선수와 관계자에게 공정무역 혹은 친환경적인 음식만을 공급했다. 실제로 대회기간 동안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참가선수와 관계자들에게 공정무역 커피 1400만잔, 차 750만잔, 바나나 1000만개, 설탕 1000만포를 보급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에서는 반부패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했다. 올해 진행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역시 환경, 사회, 거버넌스(ESG)를 포괄하는 지속가능성 원칙을 적용한 올림픽 개최를 위해 노력했고 지금도 평창의 지역발전과 환경개선을 위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스포츠 이벤트와 지속가능성을 결합하려는 시도는 계속 되고 있다. 일면 진일보한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과제는 많다. 런던 하계올림픽 마스코트와 관련된 노동착취 의혹, 폐허로 방치된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브라질 리우데자이네루 하계올림픽 대회시설,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 활강장을 만든 가리왕산의 환경파괴 등 이슈도 다양하다.
대형스포츠 행사개최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행사준비와 개최 및 사후관리 전 단계에서 사회, 환경적 영향력을 확인해야 한다. 개최계획수립, 업무수행조직 설립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해 지속가능 한 이슈를 도출하고 활동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 한 음식정책과 같이 이미 발굴한 좋은 정책은 유지하고 개최지역의 지속가능성은 지역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한다. 세계 공통 아젠다 실천, 개최지역의 지속가능성 고려가 없다면 대형스포츠 행사의 성공은 없다. 세계인의 축제가 세계인의 재앙이 되지 않도록 전 사회적, 전 국제적인 협력이 요구된다.
이혜란 아름다운커피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