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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질끈 건설사, R&D부터 줄였다
10대 건설사 1분기 R&D비용 24%↓…투자16%·급여4%↓
입력 : 2018-07-01 오후 3:31:48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비용절감이 절실한 건설업계가 연구개발비(R&D)부터 줄이고 있다. 장기적인 산업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수 있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비용절감이 필요한 속에도 기술개발을 유지해야 불황을 극복할 동력도 생긴다고 조언한다.
 
1일 10대 건설사 1분기 실적 및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하 합산총액 기준)이 3% 늘었는데 매출원가와 판매비 및 관리비 증가를 최소화해 영업이익이 37%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용을 보면 액수로는 설비투자 및 금융상품 투자를 합산한 현금 지출(투자활동현금흐름)이 가장 많이 줄었고 이어 급여, 연구개발비 순인데 감소폭을 보면 투자 -16%, 급여 -4%, 연구개발비 -24%로 연구개발비 감소곡선이 가장 가팔랐다.
 
10대 건설사 1분기 매출은 25조584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737억원이 늘었다. 영업이익은 1조6309억원으로 4364억원 증가했다. 투자현금지출은 6514억원으로 1234억원 줄였다. 또 종업원급여는 921억원 줄인 1조9574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구개발비는 312억여원을 절감해 971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8.2대책부터 올 4월 양도세 중과 시행 등 주택규제로 인한 경기침체 국면이 장기화되며 업계가 짠물경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의 경우 1분기 유형자산 처분액이 1689%나 증가해 유동성 확충에 총력을 기울인 모습이다. 건설업은 인력구조의 탄력성이 떨어져 불황기에도 인건비를 줄이기 어렵다. 경기가 풀렸을 때를 대비해 이윤이 남지 않는 일감을 억지로 고수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비용절감은 연구개발 부문에 집중된 듯 보인다. 포스코건설(86%↑), 롯데건설(26%↑), SK건설(3%↑) 3개사를 빼고 모두 연구개발비를 줄였다.
 
영업이익 증가율(561%)이 가장 높은 곳은 GS건설인데 역시 연구개발비는 13% 감소했다. 대신 설비·금융투자와 급여는 각각 26%, 2%씩 늘렸다. GS건설의 경우 비용절감 효과라기보다는 당분기 해외사업이익이 더해진 영향이 컸다. 대림산업은 투자와 연구개발비를 각각 96%, 56%씩 줄여 영업이익이 118%나 증가한 호실적을 거뒀다. 급여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연구개발비를 가장 많이 늘린 곳은 포스코건설(86%↑)인데 영업이익은 43% 줄었다. 급여를 20% 이상 줄인 곳은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산업개발로 3사 모두 연구개발비도 단축시켰다. 그럼에도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영업이익이 감소해 인건비를 줄여야 할 만큼 비용절감이 필요했던 듯 보인다. 현대산업개발은 실적이 좋아 투자도 늘렸지만 인건비와 연구개발비엔 다소 인색한 편이다. 이 회사는 급여와 연구비 규모면에서도 10개사 중 가장 낮다.
 
연구개발비는 산업경쟁력과 연결되기에 비용절감은 장기적 관점에서 부정적이다. 업계가 불가피하게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조절이 쉬운 연구비를 손 덴 경향이 보인다. 최근 정부가 건설기술 개발을 위해 공공주도 연구개발에 1조원을 투입키로 하는 등 정책기조에도 역행한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등 빠르게 변화하는 건설산업 환경에서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건설업계 모임에서도 업황 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기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업계 스스로도 체감하고 있다.
 
다른 쪽에선 불황이 장기화되며 업계가 한계상황에 직면함에 따라 정부가 규제나 SOC 예산절감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시각도 더해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국내경기를 이끌어왔던 건설투자 성장세가 올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봤다. 지난해 7.6% 증가에서 올해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다. 그동안 건설투자의 하강싸이클은 평균적으로 11분기 간 지속됐다. 시장의 초과공급 상황, 금리상승 및 부동산 규제 등 정책환경을 고려할 때 이번 하향국면 역시 최소 2~3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더욱이 고령화와 중기적 성장저하 추세를 감안하면 하강기간이 더 길어질 여지도 있다고 봤다. 산업연구원 역시 주택시장 규제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건설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건설경기의 침체 요인이 지속적으로 누적됨에 따라 건설투자는 상반기 1.7% 증가에 그치고 하반기 2.5% 감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 경제 회복과 고용 증가 등을 통한 체감경기 상승을 이끌어 내기 위해 기업의 투자 활성화 기반 조성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 SOC 투자 시기 조절 등을 통해 향후 건설경기 위축이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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