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신세계그룹이 지배구조 이슈에 선제 대응했다.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총수일가 지분을 정리했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뚜렷한 이유 없이 총수일가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면서 내부거래로 인한 일감몰아주기 의심을 낳는 문제를 지적하며 그룹 자체적으로 해소하라고 촉구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신세계I&C, 신세계건설, 신세계푸드 3개 계열사의 대주주 지분을 장내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취득했다고 10일 공시했다. 이번 거래를 통해 이마트가 사들인 계열사 주식수는 각각 신세계I&C 11만4170주, 신세계건설 41만1374주, 신세계푸드 2만9938주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신세계건설 37만9478주와 신세계푸드 2만9938주,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의 신세계I&C 4만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신세계I&C 7만4170주와 신세계건설 3만1896주가 거래대상이다.
거래는 이날 종가기준이며, 총 거래금액은 343억원이다. 이마트는 "이번 거래를 통해 해당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이들 회사의 성장을 통한 기업 가치 상승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를 통해 이마트의 해당 계열사 보유 지분율은 신세계I&C가 29.01%→35.65%, 신세계건설이 32.41%→42.70%, 신세계푸드가 46.10%→46.87%로 늘어났다.
회사측이 지배력 강화를 표면적 이유로 내세웠지만 최근 이마트가 업황침체 리스크로 현금 유동성이 절실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지분매입을 강행할 필요성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재계는 IT서비스, 건설, 식자재공급 등 각 계열사 사업성이 내부일감이 많은 데서 일감몰아주기 이슈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으로 해석한다.
최근 김상조 위원장은 대주주 일가가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보유해야 하는 이유가 합당하지 않으면 스스로 매각하라며 재벌을 압박하고 있다.
한편으로 추가적인 지배구조 변화 관측도 낳는다. 총수일가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했다. 신세계가 아직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체제 전환 압박이 더해지는 형국이라 이에 대한 준비작업으로도 비친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