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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전자책 분야의 압도적 1위는 8년 차 스타트업
입력 : 2018-07-19 오전 6:00:00
얼마 전 전자책 업계 선두회사인 리디북스에 대한 사례 연구를 했다. 2010년 창업한 이 회사는 작년 6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달성했다. 날로 어려워지는 출판 및 서적시장에서 어떻게 전자책만으로 이런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는지 사례연구를 하던 필자조차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등 기존의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를 포함한 여러 대기업까지 뛰어들어 30여개 업체가 경쟁하던 전자책 시장에서 이 스타트업 회사는 50%에 달하는 점유율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이 회사는 어떻게 기존 산업의 강자와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까?
 
세계 정보기술 시장은 이제 FANG(Facebook, Amazon, Netflix, Google) 시대로 불리고 있다. 이 회사들은 모두 정보 서비스 플랫폼으로 이는 마치 20세기 초 전기, 철도, 전화산업에서 그랬던 것과 같이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특히 영화와 드리마를 유통하는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이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업계의 최강자로 꼽히는 월트디즈니를 넘어서기도 했다. 방송사들이 시청률만을 보고 있을 때 넷플릭스는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3000만명 이상의 시청자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드라마 시청 패턴 분석을 통해 더 많은 시청자들이 ‘몰아보기’나 ‘다시보기’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넷플릭스는 이런 고객 행동 정보를 활용해 ‘하우스 오브 카드’와 같은 인기 드라마 시리즈를 시즌 별로 통째로 제작하기도 했다.
 
비슷한 일이 출판업계에서도 생긴 것이라 볼 수 있다. 기존의 도서업계에서는 어떤 책이 팔리는지만 보고 있었다면 전자책 유통사는 리디북스는 독서율 추적과 같이 어떤 책을 얼마나 빨리 읽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전자책 시장에서도 누가 어떤 책을 어느 속도로 읽었는지를 알고 있는 전자 책 온라인 플랫폼이 성장 중인 것이다. 사업 초기,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라든지 ‘누가 스마트 기기로 게임이나 영화를 보지, 책을 들여다 보겠는가’라는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온오프라인 대형서점과 대기업에게 전자책 판매와 서비스는 책 판매나 스마트 기기 판매에 수반되는 부수적인 사업으로 보고 전자책 시스템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전자책 앱 등을 대부분 외주로 개발했다. 하지만 ‘전자책 플랫폼 서비스’를 기술기반 비즈니스로 생각했던 이 업체는 앱 개발과 플랫폼 구축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으며 고객의 불평, 불만을 듣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에 주력했다. 예를 들어 글자 폰트 조정, 태블릿 화면 밝기 조정 및 크기 조절 등 고객이 전자책을 편리하게 읽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고 이는 고객 만족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전자 책 플랫폼에 출판사를 설득해 책을 공급받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름도 없는 ‘전자책 전문 서점’에 오랜 세월 변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던 출판사들이 쉽게 공급을 허락할 리가 없었다. 지난한 설득의 과정이 펼쳐졌다. 출판사 측은 책 파일을 주면 전자책이 공짜로 퍼지지 않을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으며 전자책 판매량이 얼마나 되는지 신뢰하지 않았다. 사업 초기, 이 전자책 업체는 출판사들에게 최대한 판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했다. 출판계에 ‘저 회사는 실시간으로 판매량을 체크해서 알려준다’는 소문이 났고 출판업계 전반에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다.
 
전자책을 사서 모으고 읽는 독자들이 어떻게 책을 읽고 구매를 하고 활동하는지에 대해 이해하면서 데이터가 스스로 말하기 시작하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예를 들어, 월 초에 전자책 구입이 늘어나는 데이터를 보고 전자책 포인트를 두 배로 준다든지, 눈이나 비가 오면 책 판매가 늘어나니 선착순으로 기프트 포인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고객의 피드백과 제안을 반영해 프로모션을 하니 마니아 수준의 책 덕후들이 모여들어 의견을 제시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명작이나 로맨스, 판타지 소설과 같은 대량의 시리즈를 소장할 수 있으면서도 물리적인 소장 공간이 필요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플랫폼 사업 측면에서는 고객 기반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엄밀한 분석을 통해 이해할 수 있게 돼, 앞으로 해당 내용의 사업을 인수하며 수직적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콘텐츠 가격전략 및 상품 번들링 등 데이터 분석을 기초로 엄청난 사업기회를 앞두고 있는 이 전자책 회사의 사례가 출판 분야의 넷플릭스로서 크게 급부상할지 기대해본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양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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