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 브랜드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BMW가 휘청이고 있다. 지난달부터 판매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데다가 주력 차종인 520d 등 자사 제품이 주행중 화재사건 발생에 따른 리콜 결정이 내려지면서 브랜드 신뢰도 훼손이라는 악재가 겹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BMW는 올해 6월까지 3만4568대를 판매해 벤츠(4만1069대)와 1,2위를 양분했다.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벤츠와 BMW의 판매량 차이는 벌어지고 있다. 올해 2월 BMW는 6118대로 1위 벤츠(6192대)와의 격차는 불과 74대에 불과했다. 3월 들어 벤츠 7932대, BMW 7012대로 차이는 다소 벌어졌지만 3위 토요타(1712대), 4위 재규어랜드로버(1422대) 등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5월에도 벤츠 5839대, BMW 5222대로 이같은 추세가 지속됐다. 그러나 화재사건이 불거진 지난달 BMW는 4196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벤츠(6248대)와 2000대가 넘게 벌어진데다가 3위 폭스바겐에도 위협받는 상황까지 몰렸다.
국토교통부가 26일 520d 등 BMW 차량 10만6317대 리콜을 결정하면서 대형 악재를 맞이했다. 올해 들어 BMW 차량에서 20여회가 넘는 화재가 발생했고 그 중 대부분은 주력 모델인 520d에서 일어나면서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520d는 올해 6월까지 6706대가 판매되면서 벤츠의 E200(6875대)에 이어 2위를 기록한 인기 차량이다. 6월에도 963대로 폭스바겐의 티구안 2.0 TDI(1076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BMW가 최근 판매량 감소에 대규모 리콜로 연이은 악재를 맞이했다. 주력 차종인 520d 모습. 사진/뉴시스
업계에서는 이번 리콜 결정으로 BMW의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해 판매량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BMW는 제품 결함을 인정하지 않다가 화재 사고가 지속되는데다가 국토부가 지난 16일 교통안전공단에 제작결함 조사를 지시하는 등 화재 원인에 대한 결함조사가 진행되자 리콜을 수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BMW가 그동안 공격적인 할인행사를 통해 벤츠와 양강구도를 이어왔지만 조금씩 힘에 부치는 모양새였다"면서 "특히 베스트 셀링 모델이라 할 수 있는 520d에서 화재 사고가 나면서 타격을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4월 국내 자동차 시장에 복귀한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면서 향후 2위 자리 수성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한편, BMW는 최근 차량 화재에 대한 조사결과와 함께 고객신뢰 제고를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BMW는 독일 본사 조사팀과 함께 면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인 EGR 모듈의 이상으로 일부 차종에서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한 본격적인 리콜에 앞서 27일부터 긴급 안전진단 서비스를 우선 시행하며, EGR 모듈에 대한 리콜은 다음달 20일부터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 진행된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