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정부의 잘못된 정책 방향으로 대한민국에서 블록체인 업체들이 사라질 위기다. 기술자와 개발자들이 규제를 피해 해외로 이전하게 될 것이다."
김화준 한국블록체인협회 상근부회장은 최근 <뉴스토마토>와 만난 자리에서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중기부는 지난 10일 벤처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업종에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추가하는 내용의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특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벤처기업 지정에 암호화폐 거래소는 제외하는 반면 블록체인 기반 게임과 시스템 개발, 호스팅 서비스업, 기타 정보서비스업은 포함한다는 게 입법안의 주 내용이다. 중기부는 "블록체인 산업 육성과는 별개로 투기과열 현상, 자금세탁, 해킹 등에 따라 나타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화준 상근부회장은 중기부의 개정안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김 상근부회장은 "블록체인 업체의 수익 모델은 크게 SI산업(System Integration, 정부·기업 등이 수행하는 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산업)과 암호화폐 거래소로 나뉜다"며 "국내 블록체인 관련 기업은 대부분 거래소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거래소를 주요 수익 사업으로 블록체인 기반 다양한 후속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대표적인 블록체인 기업인 코인플러그는 국내 특허출원 121개, 국제 특허출원 82개 등 IBM에 이어 블록체인 기술 특허수가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많다. 하지만 거래소를 운영하기 때문에 벤처기업 지정에서 제외될 처지다.
김 상근부회장은 "중기부의 개정안이 블록체인 기술을 도박과 같이 사행성으로 판단하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며 "기술이 발전하려면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어느 벤처캐피탈이 도박 업종으로 취급된 사업에 투자를 하겠는가. 산업 육성은 고사하고 세제 혜택도 없고, 은행도 계좌 개설을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기부의 벤처기업특별법 개정안이 블록체인 기반 산업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암호화폐 채굴이 금지된 중국을 제외하고 해외에서도 암호화폐 거래소를 사행성 소지가 있다며 규제를 하는 곳은 전무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술자와 개발자도 해외유출이 우려된다.
이어 "블록체인 기술자와 개발자는 별로 많지 않으며, 관련 인력도 거래소 수익사업에 몰려 있다"며 "암호화폐 거래소를 벤처기업 지정에서 제외하면 기술·개발 인력은 해외로 나가게 될 것이다. SI산업과 블록체인 기술 전문가들이 국내에서 없어져 산업 기반이 망가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다단계 판매가 문제가 있다고 금융 산업 자체를 없애선 안 된다. 거래서 보안, 고객 보호, 상장 기준 강화 등 자율규제와 자정노력을 통해서 정부가 우려하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사행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며 "유능한 의사는 환자의 아픈 부위만 정확히 수술을 하지 아무 곳이나 메스를 대지 않는다. 정부가 유능한 의사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벤처특별법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은 8월10일부터 9월4일까지다. 중기부는 8월말 업계 의견 청취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이의제기 의견서를 중기부 장관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김화준 상근부회장이 한국블록체인협회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벤처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사진/최원석 기자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