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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상생결제 의무화…강제성 없어 실효성 의문
1차→2차기업 시행비율 1.2% 불과…정부 "규제는 정책 목적상 맞지 않아"
입력 : 2018-09-03 오후 2:13:20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대기업으로 납품대금을 상생결제로 지급받은 1차 협력사가 다시 2·3차 하청기업으로 상생결제로 지불한 비율이 1.2%(2018년 7월 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생결제는 대기업의 협력사에게 납품대금 지급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다. 정부는 2·3차 하청기업으로 상생결제를 확대하기 위해 이달 제도를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3차 하도급 업체 대금결제 환경 개선을 도모를 위해 2015년 3월 상생결제 제도를 도입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면서 상생결제 제도가 오는 9월21일 의무화된다.
 
상생결제는 약속어음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됐다. 약속어음은 액면에 기재된 금액을 언제까지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일종의 외상거래 증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주요 상거래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현금 없이도 결제가 가능해 상거래를 활성화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기업 간의 신용에 의한 외상거래이기 때문에 성실한 상환 노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난점이다. '갑-을-병-정' 거래 관계에서 교섭력 차이에 따른 결제 지연으로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문제도 안고 있다. 원청기업이 도산하거나 지급 불능에 빠지면 연쇄부도의 우려도 크다.
 
정부는 이런 어음결제의 불공정한 관행을 끊기 위해 새로운 결제제도를 시행했다. 상생결제는 2∼3차 중소기업이 대기업 신용을 직접 활용해 은행에서 즉시 현금화할 수 있도록 개선한 제도다. 은행이 대금 지급을 보증해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사이에 안전장치를 형성한 구조다. 부도 위험 없이 대금회수 안정성, 대기업 신용의 저금리 할인, 세금 절감 등이 장점이다.
 
상생결제 의무화는 1차 협력사에게 안착된 상생결제 시스템을 2·3차 협력사에게도 확대 적용하기 위한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1차 기업이 2·3차 협력사로 지불하는 상생결제 비율은 1.2%에 그치고 있다. 오는 21일부턴 1차 거래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총 대금 100억원 중 40%(40억원)를 상생결제로 지급받았다면, 2차 거래기업에게도 같은 비율인 대금의 40% 이상을 상생결제 방식으로 지급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2차 거래기업은 3차 거래기업에게 40% 이상을 상생결제로 지급해야 한다. 
 
문제는 상생결제 의무화가 강제성이 없는 권고에 그친다는 점이다. 1차 기업이 2·3차 협력사에게 상생결제로 지불하지 않아도 규제를 받지 않는다. 중기부 관계자는 "(상생결제 의무화는) 상생결제를 받은 기업이 하청기업에 같은 비율로 상생결제를 내리라는 게 취지다. 법에 의무화돼 있지만 당장 벌칙을 주는 것은 정책 목적상 맞지 않다"며 "1차에서 2차로 내리는 노력도를 평가지표로 반영해 운영한 뒤 업체들이 지키지 않아 제도가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 되면 벌점을 부여하거나 정부 입찰 참여에 제한을 두는 등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용도가 높은 기업만 골라서 상생협력을 지원하는 탓에 업체의 참여율도 저조한 편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2018년 7월31일 누적 현재 상생결제의 총 운용액은 246조3313억원에 달한다. 대기업 334개사, 협력기업 약 16만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현재 대기업은 3100여개, 중소기업은 360만개에 달한다. 대기업의 11%, 중소기업 4%만 상생결제에 참여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업이 결제 과정에서 부도가 났을 때 은행은 대출받은 금액에 대한 상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신용도가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상생결제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선 대기업과 은행권의 적극적인 상생결제 도입 노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동반성장위원회, 고용부 산하 11개 공공기관 등이 상생결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둥부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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