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이 올해도 해외 연수에 나섰다. 회사 경영사정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이 행사는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내년 4월까지 18회에 걸쳐 조합원 총 1200명이 중국 4박5일 연수를 실시한다. 연수 결정 이후 비판 여론이 일었지만 결국 지난 15일 1차수 58명이 출발했다.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회사 측은 실적 하락을 이유로 연수 취소를 요청했지만 노조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내년 5월부터 2020년 4월까지 1800명을 더하면 연수 인원은 총 3000명이다. 노조는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 등으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서도 530명이 체코와 독일 연수를 다녀온 바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닥친 2009년에만 연수를 중단했고 매년 실적과 관계 없이 실시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 임단협 모습.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노조의 해외 연수는 단협 제27조 2항을 근거로 2002년부터 실시하고 있으나, 경영상 부득이한 경우엔 노사가 별도 협의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올해 실적도 좋지 않다. 3분기 시장 컨센서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24조4000억원, 9500억원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1.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0.8% 감소한 실적이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 경영 사정을 감안해 올해 임금협상을 8년만에 여름 휴가 전 타결했다. 지난해 24차례에 달했던 파업도 올해는 3차례로 줄였다. 미국 정부가 수입차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2차례에 걸쳐 공식적인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달 4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는 관세 폭탄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완성차와 부품사에 최대 3조4581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도 했다. 관세 폭탄 이슈는 현재 진행형이다. 회사 안팎으로 이같은 상황에 해외 연수를 강행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연수는 해외 자동차 시장 동향을 조합원들이 직접 보고 느껴 발전적인 노사관계를 정립한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올해 주요 프로그램은 현대차 중국 현지공장 탐방이다. 하지만 과거 조합원 일부가 호텔에서 만취해 추태를 부렸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유람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는 등 노조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돼 왔던 상황이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비판 여론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단순 외유성 연수가 아니라 현지 공장의 운영 실태를 학습하는 목적"이라며 "과거 유럽으로 열흘씩 실시하던 것에 비해 회사의 경영 사정을 감안,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지역도 가까운 중국으로 잡았다. 일부 조합원들의 일탈은 조직이 아닌 개인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