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또 다시 밥그릇 싸움을 시작했다. 이번엔 금융기관 내부통제, 소비자 보호 등 금융개혁 현안이 기싸움 대상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로 신경전을 벌였던 두 기관이 세부 정책 수립 과정에서 다시 이견을 나타내면서 금융개혁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와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선행과제로 삼으면서 보험업권의 불완전 판매를 지목하고 있다. 양측이 동시에 현장점검에 나서면서 충돌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금융위가 보험업 현장점검에 나서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현장소통이라는 명분으로 나서겠다지만, 금융사 입장에선 사실상 현장조사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감독 업무 중복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지난 23일 '금융현장소통반'을 확대 개편한 바 있다. 금융위는 내달 중 금융회사(금융권 협회)를 13회 방문할 예정인데 불완전 판매 비중이 높은 보험업권을 우선적으로 돌아볼 예정이다. 금감원 역시 지난달부터 '보험산업 감독혁신 TF'를 꾸리고 이미 현장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사 지배구조 강화에 대해서도 금융위가 지배구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금감원이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안을 내놓으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금감원은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금융위와의 조율을 거치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혁신안의 핵심 내용들이 금융위 소관이라는 점에서 금융위는 언짢아 하는 분위기다. 급기야 금융위는 금감원이 운영 중인 TF를 전반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나섰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TF를 통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알아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표면적으로는 지배구조 강화와 소비자보호 명분으로 규제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앞으로 있을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를 의식해 서로의 감독 역량을 키우는 경쟁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독체계 개편은 정부조직개편과 맞물려 진행되겠지만 두기관의 갈등의 불씨는 계속되고 있다. 한쪽에서 감독 기능을 키우겠다고 나서면 다른 한쪽이 자기 소관이라며 맞붙을 놓는 식이다. 금융위의 하급기관은 금감원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고동원 금감원 TF 위원장은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현재 감독체계에 대한 비효율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국회 계류돼 있는데 당국으로부터 찬밥 취급을 받고 있다"며 "제한된 조직을 서로 키우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금융개혁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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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