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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눈 밖에 날라"…재계, 눈치보기에 전전긍긍
북한·이란 제재 강화에 "오해는 사전에 차단"…대관 강화 노력도
입력 : 2018-11-04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주요 그룹들이 미국 리스크 피하기에 고심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란과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오해를 부를 만한 행동을 먼저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미국 정부와의 스킵십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지난 1일 미국 정부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을 방문했던 총수가 있는 국내 6개 그룹에 '대북사업 보고'를 요구했다 돌연 취소했다. 재계는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직접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것에 대한 부담감에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지난 9월 국내 시중은행 7곳에 전화를 걸어 대북 제재 준수를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에 대한 직접 보고가 해프닝으로 마무되기는 했지만 재계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번 일이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대북 사업과 관련해 실제로 추진한 것이 하나도 없음에도 이렇게 나온다는 것은 '알아서 조심히 잘 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아니겠느냐"며 "세컨더리 보이콧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기업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조심하고 있는 것은 북한 관련 사업에 그치지 않는다. 오는 5일 시행되는 대 이란 2차 경제제재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차 제재 대상에는 항만, 해운·조선 관련 분야와 원유를 비롯한 석유화학 제품, 이란 금융기관 거래 등이 포함됐다.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은 지난달 11일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는 물론 사설환전소·유령회사 선적서류 위조·가상화폐를 통한 우회 거래 등을 모두 불법으로 권고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이미 이란과의 모든 거래를 중단했다. 일부 기업은 현지 법인을 지사로 전환하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9월 기준 한국의 대이란 수출액은 1071만8000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2.6% 급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란하고 거래하다 걸리면 미국에서의 사업을 할 수 없는데, 그 리스크는 누구도 감당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오는 6일 예정된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어 이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각은 조마조마하다. 
 
지난해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미국 현지에 잇따라 생산 공장을 지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관세 장벽을 높이며 통상 압박을 심화한 것에 대한 돌파구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타운티에 새 가전 공장 건립을 마치고 곧바로 가동에 들어갔다. LG전자도 테네시주에 세탁기 공장을 설립 중이며 앨라배마주에는 태양광 모듈 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화큐셀코리아 역시 지난 5월 조지아주 휘트필드카운티에 태양광 모듈 공장 건립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대기업들은 미국 정부에 대한 대관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전체 사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리스크를 사전에 줄이기 위함이다. 실제로 미국 시민단체 '책임정치센터' 등이 지난 8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미국에서만 221만달러(약 24억8000만원, 2일자 1121.80원/달러 기준)의 로비활동 자금을 지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7만달러(약 16억5000만원)보다 50%가량 늘어난 규모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현지 진출 이후 가장 많은 것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또 최근 백악관 인근에 위치했던 솔루션 센터를 워싱턴D.C. 이스턴마켓 인근으로 확장 이전했다. 이와 관련, 정가 로비를 강화하기 위해 인력을 120명까지 늘렸다고도 알려졌는데, 삼성전자 관계자는 "직원 수는 변호사 등을 포함해 기존의 20여명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현대자동차는 정의선 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지난 9월 미국을 찾아 월버 로스 미 상무장관을 비롯한 정재계 인사들을 연이어 만나고 왔다.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도 마다하고 미 정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최전선에 섰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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