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대경 기자] "바람아 불어라…경주 풍력이 미래를 바꿉니다."
청명한 가을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간지럽히던 지난 15일. 해발 550m 토함산과 조항산 사이의 능선을 따라 이른바 '바람길'로 이름 지어진 꼬불꼬불한 도로를 올라가다 보면 한국동서발전과 경주풍력발전이 운용 중인 풍력 단지가 보인다. 길이 46.2m의 블레이드가 토함산을 배경으로 '휘~ 휘~' 돌아가는 모습은 다른 지역의 풍력 단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석굴암을 지은 석공의 땀. 그 땀을 씻어준 바람으로 전기를 만든다'는 문구를 보고서야 무릎을 탁 칠 수 있었다. 석굴암과 불국사에서 토함산휴양림을 거쳐 문무대왕릉으로 넘어가는 도중에 위치한 풍력단지는 그야말로 역사와 자연, 그리고 최첨단 기술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경주풍력 제1발전소에 설치돼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뒤로 풍력발전기가 바람을 맞고 돌아가고 있다. /권대경기자
석굴암에서 3km 정도 떨어진 1발전소는 2.4메가와트(MW) 용량의 풍력발전 7기가 들어서 있고 총 발전용량은 16.8MW다. 2발전소는 경주시 양남면에 2.3MW 9기의 20.0MW가 최대 용량이다. 각각 2012년과 2017년에 상업운전을 개시한 경주풍력은 에너지저장장치(ESS·배터리 9MW) 설비를 거쳐 양북변전소에 전기를 공급 중이다. 생산된 전기는 주로 경주 일대에서 소비된다.
풍속 12.5m/s에서 최대 2.4MW와 2.3MW의 최대치 발전이 가능한 경주풍력발전은 에너지 이용율이 26% 수준이다. 경주풍력의 발전설비들은 바람 방향이 일정하지 않은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을 반영했다. 즉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자동적으로 블레이드가 바람을 마주보도록 720도 회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발전 효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기술적 장치다. 김창진 경주풍력발전소 소장은 "제주의 경우 에너지 효율이 30%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주풍력은 다른 지역에 비해 효율이 좋은 편"이라며 "특히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해 단지 일대를 친환경 관광지로 조성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경주 토함산과 조항산을 능선을 따라 설치돼 있는 풍력발전설비가 바람을 맞고 돌아가고 있다. /권대경기자
경주풍력이 거대한 야외 박물관으로 불려지는 경주라는 지역적 특성과 연계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이날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풍력단지를 배경으로 웨딩촬영을 온 신혼부부가 눈에 띄었다. 이동 중 하차한 관광객들은 풍력발전과 형형색색의 바람개비를 배경으로 연신 기념촬영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석굴암에서 약 3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경주풍력 1발전소에 설치돼 있는 변전기 뒤로 보이는 풍력발전기가 바람을 맞고 돌아가고 있다. /권대경기자
동서발전 관계자는 "풍력단지 조성으로 연간 8만8000MWh의 전략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약 2만6000가구가 1년에 사용하는 양에 맞먹는다"며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커서 20년생 소나무 약 1300만 그루를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풍력발전 사업은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는 일석이조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